일본 서해안을 여행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새로운 사실에 눈뜨게 된다. 한국에서는 해가 뜨는 곳인 줄만 알았던 동해 해상에서 지는 해를 바라볼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에서는 한반도 동쪽에 해 뜨는 바다인 동해를 동해로 부르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 일이지만 일본에서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다. 일본 사람들에게 동해는 서쪽에 있고 해가 지는 곳이다.
일본 사람들은 일본열도가 둘러싸고 있는 동해를 일본해로 부르는 것이 당연한 일인 것처럼 보일지 모르나 이는 한국으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다. 동해 옆에는 엄연히 한반도가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2007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한일 정상회담을 하면서 이를 차라리 ‘평화의 바다’로 통일하자고 제안했다 한국국민들의 분노를 샀다.
동해냐 일본해냐에 못지않게 한일 양국이 타협할 수 없는 것이 일왕이냐 천황이냐 하는 문제다. 한국 언론에서는 언제부터인지 일본에서 ‘천황’이라고 부르는 인물을 ‘일왕’으로 낮춰 부르고 있다. 미국에서는 물론 그를 ‘황제’라는 뜻의 ‘Emperor’라고 부르고 있다.
다른 나라가 황제라고 부르는 인물을 ‘왕’으로 깎아내리는 것은 일본의 경우가 유일하다. 제정 러시아 황제였던 니콜라스 2세나 프랑스의 나폴레옹, 청나라 시대 황제였던 강희제, 건륭제 모두 황제라 부르는 데 인색하지 않다.
다른 나라 황제는 모두 황제라 부르면서 유독 일본만 왕으로 낮추려는 것은 그 동안 일본이 한민족에게 저질렀던 죄와 악행을 그렇게라도 앙갚음하겠다는 감정적 대응이라 볼 수밖에 없다.
일본이 지난 수백년 간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한일합방 등 수많은 죄를 저지른 것은 맞지만 역사적으로 우리가 당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1274년 여몽 연합함대는 900척의 배에 4만의 대군을 태워 1차 일본을 침공했고 1281년에는 4,000여척의 배에 14만을 태워 2차 침공이 벌어졌다. 우리는 우리 의지와 관계없이 벌어진 싸움이라 생각할지 모르지만 일본인들은 고려가 자기 나라를 쳐들어왔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있다. 1389년부터 1419년까지 세 차례에 걸쳐 일어난 대마도 정벌도 우리에게는 ‘정벌’이지만 일본에게는 ‘침략’이다.
이낙연 총리가 일본의 새 왕/천황 즉위와 관련 “일본이 ‘헤이세이’ 시대를 마치고 ‘레이와’ 시대를 엽니다. 한일 관계를 중시하셨던 하키히토 천황님께 감사드립니다… 즉위하실 나루히토 천황님께… 감사드립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구설수에 올랐다. 한국에서는 금기시 되고 있는 ‘천황’이란 단어에 ‘님’까지 붙인 것은 ‘토착 왜구’ 근성을 드러낸 것이란 주장이다.
그러나 ‘천황’은 1998년부터 한국정부가 일본군주를 칭하는 공식호칭이다. 이를 천명한 것은 당시 대통령이던 김대중이다. 한국정부는 그 후 모두 공문서에서 ‘천황’이란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
일본이 저지른 죄는 죄고 이를 이유로 상대방 국가상징의 직함을 일방적으로 깎아내리는 것은 양국 관계개선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일본인들이 조선 말기 고종이 세운 대한제국을 대한 왜국으로 부르고 고종 황제를 고종 왕이라고 부르면 한국인들의 기분이 어떻겠는가. 감정을 앞세워 상대방을 깔보는 것이 애국인양 착각하는 일은 이제 그만 뒀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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