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의 가장 성공한 IT 기업인인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이 ‘996’ 논쟁‘을 일으키며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966은 중국 IT 업계의 신조어로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주 6일 일한다는 뜻이다. 마윈은 한 대화자리에서 “966을 할 수 있다는 건 축복이다. 젊어서 966을 안 하면 언제 966을 하겠는가”라며 “알리바바에 입사하면 12시간 일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발언했다.
마 회장의 966 옹호 발언이 전해지자 거센 찬반양론이 일었다. 일부 네티즌은 “중국 첨단기술 발전을 위해 선진국보다 근로시간이 긴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며“ 마 회장을 옹호했지만 전반적으로는 비난 여론이 우세하다. 특히 젊은 엔지니어들은 ”지나치게 긴 노동은 건강과 관계를 파괴하고 삶을 피폐하게 만든다“며 ”어떤 기업도 직원들에게 이를 강요할 수는 없다“며 분노를 나타냈다.
마윈의 발언이 제기한 또 한 가지 이슈는 과연 직원들에게 일을 오래 시키는 것이 기업에 이익이 되는가이다. 국가별 조사에서는 이미 연간 총 근로시간이 짧은 국가들일수록 1인당 생산성은 훨씬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한국의 경우 연간 2,024시간으로 OECD 국가 중 멕시코 다음으로 길다. 하지만 시간 당 생산성은 다른 선진국들의 5분의 3 수준에 불과하다.
현대사회의 보편적인 근로시간은 하루 8시간이다. 산업혁명 초기에는 하루 12~15시간 주 6일 근무가 일상적이었다. 그러다 1817년 영국의 방직업자인 로버트 오웬이 ‘8시간 노동, 8시간 레크리에이션, 8시간 휴식’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이른바 ‘8시간 운동’을 벌이면서 점차 많은 공장들이 하루 8시간 주 6일 근무제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또 한번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온 사람이 ‘자동차 왕’ 헨리 포드였다. 그는 근로시간이 짧을수록 노동자들의 생산성이 오히려 향상된다는 것을 발견했다. 포드는 근무일을 주 5일로 줄이면서 임금은 두 배로 올려줬다. 그 결과 공장의 생산성이 높아진 것은 물론, 여행을 할 수 있는 시간과 경제적 여력을 갖게 된 근로자들은 포드 자동차의 주요 고객이 됐다.
‘하루 8시간 노동’이라는 개념이 탄생한 지 200년이 지나면서 근로시간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달라진 기술과 환경을 고려해 보다 적합한 시스템을 찾아낼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한 연구에 따르면 하루 8시간의 근로시간 중 근로자들이 생산적으로 일하는 시간은 평균 2시간53분에 불과하다.
하루 8시간 내내 인지적 집중력을 갖고 일하기는 불가능하다는 사실들이 밝혀지면서 점차 관심을 모으는 것이 하루 6시간 근무제이다. 6시간 근무가 8시간 근무보다 생산성이 높고 근로자들의 삶의 질에 훨씬 긍정적이라는 것이다. 스웨덴 같은 나라에서는 아주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결국 근로시간과 관련한 변화는 관습과 인식을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달려 있다. 마윈의 고리타분한 발언은 이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확인시켜준다. 비난이 거세지자 마윈은 “996은 지속가능하지 않다”며 꼬리를 내렸다.
새로운 패러다임의 확산에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그 어떤 이론이나 연구결과가 아니라, 전 직원에게 무제한 유급휴가를 주면서도 망하기는커녕 파죽지세로 성장하고 있는 넷플릭스 같은 기업들의 성공사례라 할 수 있다. 과거 포드자동차가 그랬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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