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봄나물만의 향긋함·식감 좋아 오메가3·칼슘도 풍부하게 함유
어릴 적 아버지는 친구분들과 함께 유독 봄만 되면 산을 그렇게 오르셨다. 집에 오실 때마다 늘 이름 모를 잡초 더미를 차에 한가득 실어 오시며 굉장히 뿌듯해하셨다. 그 다양한 풀들의 이름을 붙여가며 따로 분리하는 모습이 기억난다. 어린 날 보고 흙장난을 하지 말라 하고는 당신은 흙이 묻어있는 풀들을 집에 들여 놓으며 보물이나 되는 듯 신이 나 하시는 모습이 당시에는 절대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차츰 나이가 들어가며 지금의 내 모습에서 예전의 아버지 모습을 보며 나이를 먹나 싶어 씁쓸하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인생을 좀 알아가고 있는 것 같다고나 할까.
산야초와 봄나물들을 하나하나 다듬으면 힐링이 되는 것 같기도 하다. 시골에 살면 냉이와 달래를 시작으로 쑥과 취나물, 두릅, 가죽 나물, 제피잎, 산초잎, 더덕 등 손가락을 셀 수 없을 만큼 아주 다양한 식재료가 샘솟는다. 생각만 해도 머릿속은 그 향기로 가득하다.
매년 이맘때면 충남 금산에 있는 서대산으로 향한다. 벌써 5년째다. 모노레일을 타고 해발 750m 고지까지 올라가 산야초를 키우는 김경태라는 젊은 농부를 만나러 말이다. 김경태 씨는 대를 이어 농사를 짓는 농부이면서도 얼마 전부터는 각종 산야초로 장아찌를 만드는 공장의 사장님이기도 하다.
서대산 중턱에 오르면 ‘솔내음’ 이라는 산야초 샤브샤브 전문 식당이 있다. 일반적으로 샤브샤브는 소고기나 해산물류를 다시 육수에 데쳐 먹는 형태이지만 이 식당은 다시 육수에 그 시기에 맞는 12가지 이상의 산야초와 산나물을 데쳐서 먹는다. 처음에는 이게 뭔가 싶었지만, 나물과 산야초의 식감과 맛 그리고 향을 이렇게 다양하게 느껴보기는 처음이었다. ‘건강해지는 기분’이라고 말하는 분들이 많이 있었지만, 기분이 아니라 이런 식단은 정말 인간을 건강하게 만들어준다.
우리가 ‘오메가3’를 말할 때 흔히들 등푸른 생선을 연상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지만 이러한 풀들에도 오메가3나 칼슘이 풍부하게 들어 있다고 한다. 요즘처럼 육류를 많이 섭취하며 오는 고혈압과 고지혈증, 당뇨등 각종 질병으로부터 안전한 그야말로 안전하고 건강한 식단이다. 산에서 직접 키우다 보니 자연 그대로의 상태를 최대한 지켜나가는 것은 기본이다.
뿌리로부터 얻은 양분으로 잎을 채취해 먹기 때문에 뿌리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그 뿌리를 꺼내어 흙 속에 잘 넣어 저온 창고에 보관해 휴식 기간을 거쳐 다시 땅속으로 돌아가면 우리는 건강하고 맛있는 산야초를 식탁에서 만날 수 있다. 이러한 농부들의 수고가 많은 사람에게 알려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글을 읽는 분들은 혹시라도 등산을 하다가 산야초 군락지를 만나더라도 그냥 지나치시기를 바란다. 농부들의 정성과 노력을 생각하고 그것을 훼손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올봄도 그들의 값진 노력으로 우리 식탁은 다시 한번 풍성하고 건강해진다. 이번 주말 충남 금산에서 난 이미 약속을 잡았다. 건강해지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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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레오 ‘식탁이 있는 삶’ 상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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