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세입자들은 주택소유자들과 달리 워싱턴에서 영향력이 거의 없다. 누군가 관심을 갖는다 해도, 세입자들의 문제는 곧 로컬정부 사안으로 제쳐놓는 게 보통이었다. 그러나 ‘감당 가능한’ 주택수요는 급감하고, 렌트비는 천정부지로 뛰어오르는 ‘주거 위기’의 와중에 자칫 홈리스로 전락할 내일을 두려워하는 세입자들의 분노가 심화되면서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이런 분노를 직감한 정치인들이 2020년 대선 민주 경선의 일부 주자들이다. 최근 뉴욕타임스는 민주주자들이 지금까지 대선주자들의 관심권 밖이었던 아파트 세입자들을 하나의 ‘새로운 보팅 블록’으로 보며 접근하고 있다고 분석기사를 통해 보도했다.
여성 표밭, 흑인 표밭, 젊은 표밭, 노인 표밭처럼 아파트 세입자 표밭도 주요 이해관계를 공유하는 집단으로 보는 주목할 만한 현상이다.
카말라 해리스, 엘리자베스 워런, 코리 부커 등 전국에서 주거비가 가장 비싼 지역 연방 상원의원인 민주주자들이 대책 제시에 앞장서고 있는데 비영리기관의 서민주택 개발을 위한 막대한 정부지원 등을 포함한, 보다 근본적인 워런의 주택난 해소법안 못지않게 아파트 세입자들에게 솔깃한 것이 세입자들에게도 택스크레딧을 주자는 해리스의 세제혜택 제안이다.
대도시 거주 젊은 성인·흑인·히스패닉 등이 많은 세입자 표밭은 주요 민주표밭과 겹친다. 세입자들의 투표율은 주택소유자들보다 낮다. 2016년에도 12%포인트나 낮았다. 그러나 요즘은 달라지고 있다. 높은 렌트비와 낮은 공실률의 공급부족 문제가 해안가 대도시들을 넘어 전국적으로 만연되고 주거위기가 근로계층에서 중산층으로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렌트비의 적정선은 소득의 30% 이하다. 30%가 넘으면 지나친 부담으로, 50%에 달하면 심각한 부담으로 간주된다. 미 전국 1억1,000만 세입자 중 30% 이상이 지나친 렌트 부담에, LA 세입자의 57% 이상이 심각한 부담에 시달리고 있다.
연봉 5만5,000달러를 받지만 두 전문직 친구들과 낡은 3베드룸 아파트를 공유하는 한 30대 세입자는 “10~20년 전 세대라면 큰 걱정 없었을” 소득수준이지만 “우리 세대는 렌트비 인상의 일시적 문제를 넘어 이 상태가 탈출 옵션이 없는 영구적 현실이 될까 두렵다”고 말한다.
작년에 이어 지난 9일 다른 두 민주의원들과 공동으로 ‘렌트구조법안’을 연방상원에 재상정한 해리스는 “렌트비 폭등에 고심하는 중산층과 근로계층에게 절실한 지원을 제공하려면 당장 대처해야 한다”면서 “주거권은 기본 인권이다. 주거위기는 경제 이상의 문제”라고 강조한다.
연소득 10만달러(지역에 따라 12만5,000달러)까지의 가정에서 렌트비와 유틸리티 비용을 포함한 주거비가 소득의 30%를 넘을 경우 환불 택스크레딧을 주는 법안이다. 연방하원 민주당도 유사한 법안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고 부커도 세입자 세제혜택을 제안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파트 세입자 택스크레딧은 백악관과 연방 상하원을 망라하는 ‘민주당 천하’가 되기 전까지는 실현이 힘들 것이지만 분위기는 조성되기 시작했다.
그동안 정치가들은 내 집 마련의 ‘아메리칸 드림’을 이야기 하는 것으로 충분했다. 그러나 자칫 길거리에 나앉을 위기에 처한 세입자들의 분노가 ‘보팅 블록’을 이루면서 이젠 대선주자들도 ‘비 피할 지붕 보장’을 위한 보다 구체적 해결책을 제시해야할 시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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