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랖이 넓다’는 주제넘게 남의 일에 참견하는 사람을 빗대어 경멸적으로 쓰이는 말이다. 이 말은 점잖은 표현은 결코 아니다. 때문에 외교관이나 국가지도자가 공적인 자리에서 사용하는 경우는 볼 수가 없다.
이 ‘오지랖이 넓다’는 말이 김정은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미-북 하노이 정상회담이 결렬된데 심술이 나자 문재인 대통령을 겨냥해 “오지랖 넓은 중재자”라고 욕을 해댄 것이다.
과거에는 이보다 더 심한 욕설도 예사였다. 그러니 그만하면 괜찮은 편이라는 것이 한국의 집권여당에서 나오는 주장인 모양이다. 그 주장은 그렇다고 치고, 김정은의 표현대로 정말이지 오지랖이 넓어도 수준급으로 넓은 지도자는 누구일까.
우선 떠오르는 인물은 트럼프다. 과거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위상이 다소 약해졌다. 그러나 여전히 세계 유일한 수퍼 파워다. 그 미국의 대통령이다. 그러므로 본인이 원하든 않든 주요 국제문제에 개입할 수밖에. 그러니 ‘오지랖이 넓다’는 표현은 트럼프에게는 지나친 감이 있다.
미국이 잘 되는 꼴은 결코 볼 수 없다. 미국의 위상이 약해진다. 미국의 국가 이해에 해가 된다. 그런 일이라면 만사 제쳐놓고 무조건 껴든다. 러시아의 현대판 차르 푸틴의 모토다.
위대한 러시아의 부활이 꿈이다. 그러니까 소련제국 시절의 위상을 되찾는 게 그의 목표다. 그래서 소비에트 러시아의 전성기 시절 지도자인 양 나댄다.
우크라이나 침공으로도 모자라 시리아 등 중동에도 개입했다. 화학무기를 사용한 시리아 정부에 대해 오바마 전 대통령이 우유부단한 모습을 보이자 중재자를 자처하면서 나섰던 것.
그 뿐이 아니다. 베네수엘라 사태에도 껴들었다. 유럽은 물론이고 미국의 선거에도 개입해 역정보전을 펼쳐왔다. 그래서인가. 주요 국제여론조사에 따르면 푸틴은 트럼프를 제치고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인물로 조사되기도 했다.
외교는 국내정치의 연장이다. 외교란 것은 국력이 따르지 않으면 만사휴의다. 푸틴 러시아의 실상이 바로 그렇다.
산업이라고는 석유와 천연가스를 내다 파는 것 밖에는 없다. 러시아 경제는 유럽의 열강과 비교는커녕 한국에도 뒤진다. 그런 주제에 푸틴은 밖에서 완력과시에 여념이 없다. 그와 비례해 내부경제는 죽어가고 있다. 이것이 러시아의 현실이다.
러시아의 젊은 세대 중 거의 반 정도가 해외이민을 희망하고 있다는 갤럽여론조사가 바로 그 상황을 대변하고 있다. 경제가 날로 악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한때 푸틴의 열렬지지층이었던 젊은 세대(15~29세)에서 반 푸틴정서가 확산, 44%는 해외이주를 원하고 있다는 것.
그렇지 않아도 인구감소 현상을 보이고 있는 러시아는 젊은 세대의 탈출현상과 관련해 자칫 빈 둥우리가 될 수 있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는 것이다.
그 푸틴이 한반도문제에도 개입하고 나섰다. 김정은을 블라디보스톡으로 불러들여 정상회담을 갖기로 한 것이다. 한때 북한의 종주국이었다. 그 영광을 되찾겠다는 걸까. 그런데 생각밖에 세계의 언론은 이 만남에 별로 주목하지 않고 있다. 한두 줄 기사로 다루는 정도로.
세계에서 가장 오지랖이 넓은 푸틴과 최악의 소년 독재자 김정은의 만남. 그 회담 결과란 것이 너무 뻔해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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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가장 힘든 사람은 문재인이 아닐까 싶다. 일단 북한바라기로 정권을 시작한 이래 북한 김정은과 약속한 것도 있고, 현실은 한미동맹의 틀에서 북한과 군사적으로 대치하는 상황이라, 어정쩡한 입장으로 대북제재로 인해 북한에 지원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미국과의 동맹을 파기할 수도 없는 딜레마에 빠졌다고 볼 수 있다. 문재인은 북한과 미국 양국으로 부터 압력을 받고 있고, 상황이 그렇다 보니, 자기 주장보다는 끌려다니는 형국이라 일종의 동네북 신세가 되어버린 것이다. 앞으로도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는한 비젼은 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