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역사상 부정 선거의 대명사가 된 선거를 꼽으라면 1960년 3월15일 치러진 정부통령 선거를 들지 않을 수 없다.
미국 경제 원조 감소와 장기 집권, 각종 부정 부패로 인기가 떨어지면서 승리가 어려울 것으로 판단한 자유당은 사상 유례없는 부정 선거를 감행했다. 그 방법은 정치 깡패를 동원해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을 비롯해 야당 참관인을 투표장에서 추방하고 가짜 투표 용지를 무더기로 집어넣는가 하면 고무신과 막걸리를 뿌리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전남 여수에서는 야당 간부가 살해 당하는 일까지 발생했지만 경찰은 수수방관으로 일관했다.
이런 방식으로 선거를 하다 보니 개표 결과 이기붕 부통령 후보의 득표율이 100%에 이르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이에 당황한 최인규 당시 내무장관은 “이기붕의 득표율을 70~75%로 조정하라”는 코미디 같은 비밀 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최인규는 이기붕의 추천으로 내무장관 자리에 오른 인물로 뒷날 부정 선거 및 시민들에게 발포 명령을 내린 죄로 사형에 처해진다.
이런 엉터리 선거는 국민들의 분노를 샀고 4월11일 마산 앞바다에서 최루탄이 눈에 박힌 김주열 군의 시체가 발견되면서 전국적인 반정부 시위가 일었다. 이것이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으로 민중이 주인이 돼 권력자를 몰아낸 4월 혁명의 시작이다.
한국 역사상 지난 3일 창원 성산에서 열린 국회의원 보궐 선거만큼 극적인 선거가 있었을까. 지금 창원은 2010년 마산, 진해, 창원이 합쳐진 곳으로 59년 전 김주열 군 시체가 발견된 바로 그곳이다.
정의당의 여영국 후보와 자유한국당 강기윤 후보의 사실상 2파전으로 치러진 이 선거에서 강 후보는 초반 10% 포인트까지 앞서며 선두를 달렸으며 개표가 99% 완료된 시점까지 1% 이상 앞서가고 있었다. 그러던 것이 마지막 1%를 지켜내지 못하고 504표 차이로 지고 말았다. 두 후보가 받은 표가 8만표에 달하니까 불과 0.6% 차이로 당락이 갈린 셈이다.
이와 함께 통영 고성에서 열린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는 한국당의 정점식 후보가 25% 포인트가 넘는 표차로 여유있게 승리했다. 이번 결과는 겉으로 보면 여권 연합과 야당이 1승 1패로 비긴 것 같지만 실은 야당의 승리다. 낙승이 예상됐던 창원에서 여권 연합은 죽다 살아났고 통영 고성에서는 완패했기 때문이다. 통영 고성은 보수세가 강한 곳이기는 하나 작년 지방 선거에서는 집권 여당이 통영과 고성 군수 자리를 모두 가져갔다. 1년새 민심이 많이 달라진 것이다.
그러나 선거 결과보다 더 눈길을 끄는 것은 창원에서 극히 아슬아슬한 차이로 결과가 갈렸는데 아무데서도 선거 부정 이야기가 없었다는 점이다. 음모론의 본산 인터넷 공간에서도 부정 선거를 주장하는 목소리는 찾아 볼 수 없었다. 한국당 쪽에서 재검표를 요구했지만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투표지 심사 계수기로 일차 검표를 한 후 수작업으로 확인하는데다 많은 시민단체와 개인이 감시를 하기 때문에 날림 개표나 검표 부정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 이야기다. 한국처럼 정치적 좌우 대립이 극심한 나라도 없지만 최소한 선거의 공정성이란 면에서는 아무도 불만이 없는 모양이다. 느리기는 하지만 정치도 발전하기는 하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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