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는 올해도 미국인들의 넘버원 음료의 자리를 지키며 블루진·로큰롤과 함께 미 대중문화의 대표적 한 부분임을 증명했다.
1950년 이후 매년 미국인의 커피 습관에 대한 서베이를 실시해온 미 전국커피협회가 지난달 발표한 2019년 조사결과에 의하면 커피가 63%로 인기음료 1위를 차지했다. 18세 이상 2,815명을 대상으로 그 전날 마신 음료들을 묻는 방식으로 조사한 것이다. 미국의 커피 인구는 2018년 전체의 64%로 2012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는데 그 6년 동안 소프트드링크 소비는 15포인트나 하락해 35%로 곤두박질쳤다.
이번에 더 확실하게 드러난 ‘커피 풍경’의 트렌드는 이른바 ‘고메 커피’의 대중화다. 에스프레소, 라떼, 프라푸치노, 콜드브루 등 스페셜티 커피를 마셨다는 응답이 전체 커피 인구의 61%, 서베이 실시 후 처음으로 고메 커피 인구가 60%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인종별로 고메 커피 선호 1위는 아시안 아메리칸이며 히스패닉, 흑인, 백인의 순으로 나타났다.
젊은 커피 인구가 늘어나면서 취향이 다양해지기도 했지만 즉석 고메 커피의 공급이 원활해진 때문이다. 자격증 갖춘 바리스타가 솜씨 좋게 우려내야만 맛볼 수 있었던 스페셜티 커피를 아무데서나 손쉽게 마실 수 있게 되었다. 시장에서 스타벅스 커피 캔을 살 수 있는 세상이다.
먼 옛날 에티오피아의 목동 칼디가 염소들이 먹고 기운 팔팔해지는 빨간 열매를 수도원으로 가져오면서 세상에 알려졌다는 커피가 중동과 유럽을 거쳐 미국에 들어온 것은 17세기 중반이었다. 영국의 부당한 관세정책에 대한 항의로 영국 배에서 홍차상자들을 바다에 던져버린 보스턴 티파티 사건 후 전개된 티 불매운동은 미국 내 커피 도약의 계기가 되었다.
남북전쟁 때 북군의 아침잠을 깨운 것은 커피라고 할 만큼 커피 소비가 급등했던 1800년대는 캘리포니아 금광에서 커피를 팔면서 시작된 폴저 커피를 비롯, 맥스웰하우스, 힐스브라더스 등 커피회사들이 태어난 시기이기도 하다.
세계대전 후 인스턴트커피가 시장에 나왔고 1971년 시애틀의 스타벅스를 비롯해 스페셜티 커피점들이 오픈했으며 1980년대 하워드 슐츠가 스타벅스를 인수한 후 전국에 매장을 오픈하면서 스페셜티 커피의 대중화가 급속히 확산되었다.
거리마다 예쁘고 독특한 카페들이 속속 들어서고 있지만 여전히 최고의 커피 공급처는 ‘마이 홈’이다. 78%가 집에서 끓여 마신다. 2012년 84%에서 줄었다. 커피샵 등에서 사 마시는 경우는 6년 전 30%에서 금년엔 35%로 늘어났다.
그렇게 커피가 있는 풍경은 조금씩 변하는 중이다. 끓이는 방법도 종래의 드립커피는 45%로 아직은 가장 많지만 계속 하락세이고, 파드(pod) 커피 등 딱 한 컵씩만 내리는 방법이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마시는 때 역시 모닝커피는 6년 전 87%에서 82%로 줄었고, 오후커피는 19%에서 25%로 늘어났다.
고메 커피, 젊은 커피인구, 싱글컵 브루잉 - 이 3가지 특징을 관련업계는 ‘제3의 커피 물결’로 예고한다. 미국인의 1인당 연평균 커피값은 1,100달러로 집계되었는데 25~34세 젊은 층은 2,008달러에 달한다. 그리고 이들에게 고메 커피는 조금 비싸도 “지친 일상에 위로를 주는, 감당할 수 있는, 작은 사치”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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