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정부의 장관 후보자들 가운데는 고위 공직자로 타인의 모범이 되기는커녕 온갖 비리를 저질러 국민의 비웃음거리가 되다 낙마한 사람들이 많았다. 2017년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이런 전철을 밟지 않겠다며 위장 전입, 논문 표절, 세금 탈루, 병역 면탈, 부동산 투기에다 음주 운전, 성범죄 등 고위 공직자 배제 7대 원칙을 발표했다.
그러나 그 후 2년이 지나 문재인 집권 후반기를 책임질 내각 인선을 보면 지금 청와대가 제 정신인지 의심이 든다. 자유한국당은 장관후보 7명 전원이 결격자라는 입장을 내놓았는데 후보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이를 반박하기 어렵다.
김연철 통일장관 후보는 자기와 생각이 다른 사람에게는 “씹다 버린 껌”이라는 등 시정잡배 수준의 막말을 늘어놓았고 자신의 상관이 될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서도 군복 입고 쇼나 하는 인물로 몰아부쳤다. 천안함 폭침을 “우발적 사건”이라고 하더니 국회 청문회에서는 “북 어뢰 공격으로 침몰했다”고 말을 바꿨다.
부동산 투기 잡는 것을 지상의 목표로 삼고 있는 문재인 정부 부동산정책 책임자로 임명된 최종호 국토부 장관 후보는 다주택 소유자일뿐더러 꼼수 증여로 집수를 줄이려는 잔꾀까지 썼다.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는 네차례나 위장전입을 했고 진영 행정안전 부장관 후보는 재개발 투자로 16억이나 벌었다.
박영선 중소벤처부 장관 후보와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는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부랴부랴 밀린 세금을 냈다. 국회의원 시절 누구보다 자료제출을 까다롭게 요구했던 박영선은 자기가 검증대상이 되자 제출 서류를 제때 보내지 않고는 직원들이 이메일 주소를 잘못 쳐서 그랬다는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았다. 박영선은 이중국적자 아들이 병역을 회피하려 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는 국비로 아들이 유학 중인 미국을 일곱 차례 다녀왔으며 자식 취업에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대한민국에 장관할 사람이 그렇게 없나. “이쯤하면 막가자는 거지요”라던 노무현의 말이 생각난다.
이 와중에 청와대 대변인으로 장관급인 김의겸의 부동산투기 의혹이 터졌다. 김 대변인이 청와대 관사로 들어오면서 흑석동 재개발 지역 상가를 25억에 사들인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구입 시점인 작년 7월은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투기를 막겠다며 각종 정책 개발과 홍보에 열을 올리던 시점이다. 바로 그 때 문재인의 ‘입’이 남몰래 부동산 투기에 뛰어들었다니 이처럼 슬픈 코미디가 또 없다.
김의겸은 한겨레 기자 시절 “난 전셋값 대느라 헉헉 대는데 누구는 아파트 값이 몇배로 뛰며 돈방석에 앉고 … 가진 자, 힘 있는 자들이 휘젓고 다니는 초원에서 초식동물로 살아가야 하는 바에는 ‘도대체 국가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 의문을 낳게 한다”는 칼럼을 쓴 인물이다. 그토록 ‘가진 자’가 되고 싶었다면 청와대에서 내려와야 할 일이다.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포기하든가 집안단속부터 하든가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게 옳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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