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혜숙 ‘푸른 말’
두 사람이 집 안으로 사라진다 대리석 층계는
오르는 자의 발을 위로한다 내려오는 자의 발을 위로 하듯이
마치 묘비가 무덤 속의 죽은 자를 위로하듯이
계단은 높을수록 밟은 사람이 적어
가장 높은 곳은 마치 새 것 같다
영혼은 발자국을 남기지 않기 때문에
고지에 사는 사람들처럼.
그들이 말을 하면 목소리는 노래가 되어
자라난다. 하늘의 천사의 노래처럼
두 사람이 집 안으로 사라진다
불이 켜지고 불이 꺼진다
층계는 지붕을 지나 밤의 허공으로 뻗어간다
마치 아직 다 짓지 않은 집같은
Yehuda Amichai (1924-2000)
‘두 사람이 집 안으로 사라진다’ 전문
임혜신 옮김
이스라엘 시인의 시다. 히브리어로 쓰인 것을 영어로 번역된 것을 다시 우리말로 번역했으므로 원본과 좀 달라졌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특히 초현실적 이미지를 가진 시들은 더 그럴 수 있다. 두 사람이 집 안으로 사라진다. 그들은 사랑하는 사람들일 수도 있고 같은 뜻을 지닌 사람들일 수도 있다. 집은 집일 수도 있고 상상의 안식처일 수도 있으며 천국을 향한 죽음의 집일 수도 있다. Amichai는 모든 시는 정치적이라고 한다. 왜냐하면 시는 정치와 현실에 대한 인간의 대처이기에. 이 시는 정치보다는 종교가 읽힌다. 사랑의 위로와 죽음의 위로가 겹치는 곳에서 구원의 허공을 향한 인간적 염원이 대리석처럼 차고 명징하다. 임혜신<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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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huda Amichai (1924-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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