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이동거리는 4,000km 정도다. 비행기로 가면 5시간이면 충분하다. 평양에서 하노이, 그 거리를 김정은은 기차를 타고 갔다. 총 이동시간은 66시간 정도. 왜 13배 이상 시간을 소모하는 열차를 선택했나. 또 다시 열린 미-북 정상회담과 관련해 던져지는 장외성의 질문이다.
김씨 왕조, 그러니까 김일성에서 정일, 정은으로 이어지는 이른바 ‘백두혈통’의 기차선호는 유별나다.
김일성은 해방 이후 1994년 사망할 때까지 중국을 25번, 러시아를 4번 방문했다. 그 방문은 거의 대부분 특별열차로 이루어졌다. 그 전통은 김정일 때도 이어졌다. 특별열차를 타고 중국을 7번, 러시아를 3번 방문한 것. 김정은은 그러니까 ‘가문의 전통’을 충실히 따른 셈이다.
왜 김씨 일가는 그토록 열차를 고집할까. 한마디로 겁이 나서다. 1982년 수령전용기가 시험비행 중 공중에서 폭파됐다. 그 광경을 김일성과 정일이 목격한 후 아예 비행기는 타지 않게 됐다는 것이 타임지 보도다.
김정은 전용기 ‘참매 1호’는 장거리 비행을 한 적이 없다. 또 노후 돼있다. 싱가포르 회담 때 중국으로부터 비행기를 빌려 타고 간 것도 그 이유다. 때문에 이번에는 열차를 택했다는 것.
다른 해석도 나온다. 일부러 ‘고난의 행군(?)’을 선택한 김정은의 ‘열차 정치학’에는 자못 심오한 의미가 담겼다는 거다. 타임지는 일종의 ‘중국에 대한 과시’로 해석했다. 구차하게 중국에 손을 내밀기 보다는 열차를 선택해 ‘자주의지’를 내보였다는 것이다.
반대 지적도 나온다. 베이징의 배려 가운데 중국본토를 열차로 관통함으로써 트럼프와의 회담에 앞서 내 뒤에는 중국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쇼’를 펼쳤다는 것.
“열차이동 결정은 북측 의전팀의 탁월한 판단과 선택이다”- 문재인 정부의 이벤트 전문가 탁현민 행정관의 찬사다. 일단 전 세계의 이목을 끄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통일에의 그 날에 대한 메시지도 던졌다. 그런 점에서 김정은의 열차 정치학은 대성공을 거두었다는 거다.
과연 그럴까. 시속 60km에 불과한 느린 속도. 그 열차편으로 3일 밤을 지새우며 하노이로 달려가는 소년 독재자. 그 모습은 전근대성을 상징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수령유일주의에 갇힌 북한체제의 현주소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 미국 언론들의 지적이다.
북한의 열차라는 것이 그렇다. 3대 계층 51개 성분으로 분류된 계급사회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기차표에도 등급이 있기 때문이다. 신분등급에 따라 기차표가 다르고 최하위 계층의 기차여행은 차라리 지옥여행에 가깝다.
속도가 너무 느려 서울-부산 정도 거리를 12일 걸릴 때도 있다. 그나마 그 기차표 구하기도 어려워 3등 칸은 숨이 막힐 정도로 초만원이고 비닐 병 휴대는 필수다. 소변 등 생리현상 해결도구로.
수령전용열차는 ‘달리는 5성 호텔’이다. 최고급 양주에 신선한 식재료가 비치돼 있는 것은 물론이다. 그 달리는 5성 호텔 고급 가죽소파에 비스듬히 앉아 코냑을 음미하는 비대한 김정은. 그 모습은 ‘대장정’이나 ‘고난의 행군’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
“개혁을 거부하고 과거를 향해 달려간다”- 김정은 ‘열차 정치학’의 진짜 의미는 이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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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넘 여기서도 주절거리네.
사람마다 사는 하는 방법이 다른건데 이런 가십 류의 기사는 아무에게도 도움이 아된다고 생각 되는군요, 서로가 서로의 예의를 지킬때 믿음이 깊어져 오해로 이어질 많은 끔찍한 일들을 해소할수있고 삶이 여유로울수가 있으며 누가알아요 도둑같이 아무도 모르는순간 통일이 올수있는걸 앞당길수가있다 생각되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