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포 강정호, 연타석 홈런포에 허들 감독 “그는 미쳤다”
강정호가 지난 24일 시범경기 첫 출격에서 4회 두 번째 홈런을 터뜨리고 있다. <연합>
강정호(피츠버그 파이리츠)는 지난 겨울 미국에서 머무는 동안 계획적으로 체중을 늘렸다. 이후 혹독한 훈련을 통한 체계적인 감량으로 단단한 몸을 만들었고 그 결과는 시범경기 출발부터 나타났다.
강정호는 지난 24일 플로리다 브레이든턴 르콤팍에서 열린 마이애미 말린스와의 시범경기에서 5번타자 3루수로 선발 출장, 첫 두 타석에서 솔로홈런을 뿜어냈다. 2회 첫 타석에서는 마이애미 우완 선발 트레버 리처즈의 시속 83마일짜리 낮은 체인지업을 퍼올려 왼쪽 펜스를 훌쩍 넘겼고 4회 두 번째 타석에선 헥터 노에시의 시속 84마일짜리 슬라이더를 정통으로 받아쳐 첫 홈런보다 훨씬 더 멀리 날아간 대형 아치를 그렸다.
특히 첫 홈런은 낮게 들어오는 볼을 걷어 올리느라 오른쪽 무릎이 거의 땅에 닿을 정도까지 내려가 타구에 제대로 힘이 실리기 어려운 스윙이었지만 타구가 펜스를 가볍게 넘어가 강정호의 파워를 실감하게 했다. 이어 제대로 맞은 두 번째 홈런이 첫 홈러보다 훨씬 더 멀리 날아가자 클린트 허들 피츠버그 감독은 “미친 것 같다”며 감탄사를 터뜨렸다. 그는 또 타석에서뿐 아니라 3루쪽으로 온 모든 타구를 물 흐르듯 완벽하게 처리해 이제 막 스프링캠프를 시작한 선수답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경기 뒤 강정호는 “정규시즌 개막 때까지 지금의 체중을 유지하고 싶다. 플로리다가 덥고 습해서 방심하면 살이 빠진다”며 “나 같은 타자는 적정 체중을 유지해야 장타력이 살아난다”고 말했다.
그는 2년 전 미국 취업비자를 거부당해 미국 입국을 못했을 때 피츠버그 구단의 주선으로 도미리그 겨울리그에서 잠시 뛰었을 때 음식이 입에 맞지 않아 체중이 크게 빠지며 극도로 부진한 모습을 보인 끝에 방출됐던 것을 잘 기억하고 있다. 당시 그가 뛰었던 아길라스 시바에냐스팀의 매닉 악타 감독은 “강정호의 몸무게가 5kg이나 빠져 힘을 쓰지 못했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그는 도미니카에서 보낸 약 3개월 정도의 기간 중에 미국에서 온 스티브 김-헬렌 김 선교사 부부를 만나 큰 도움을 받고 기독교 신앙을 얻어 지난해 말 세례까지 받았다. 그리그 이제 그는 신앙의 힘에 의지해 새롭게 달라진 삶과 커리어를 꿈꾸고 있다.
한편 지난해 극심한 장타력 부재에 시달렸던 피츠버그는 돌아온 강정호의 파워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강정호는 2015년 126경기에서 15홈런, 2016년 103경기에서 21홈런을 쳤다. 구단 내부에서는 “과거 기량을 회복하면 30홈런도 기대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강정호는 현재 체중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과거보다 단단해진 것은 분명해 보인다. 피츠버그 구단 수석 트레이너는 강정호의 몸 상태가 피츠버그에 온 이후 가장 좋다고 밝히고 있다.
사실 강정호는 이번 스프링캠프가 미국에서 치르는 사실상 첫 번째 정상 캠프라고 할 수 있다. 메이저리그 진출 첫 해인 2015년에는 막 빅리그에 진출한 상태여서 스프링 캠프와 미국 생활에 대한 적응을 병행해야 했고 2016년에는 직전 시즌 막판에 당한 심각한 무릎부상으로 인해 캠프를 치르지 못했다. 이어 2016년 말 오프시즌에 한국에서 음주운전 사고를 일으켜 미국 취업비자 발급이 거부되면서 2017년과 2018년엔 아예 캠프 때 미국에 오지도 못했다.
사실상 지난 2년을 통째로 날린 강정호는 이번 캠프에서 배수진을 치고 다부진 각오로 니서고 있다. 지난해 말 피츠버그와 개런티 300만달러, 퍼포먼스 보너스 최고 250만달러에 1년 계약한 강정호는 4월이면 만 32세가 된다. 피츠버그는 이미 “강정호에게 두 번째 기회를 줬지만 3번째 기회는 없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달라진 강정호가 어쩌면 마지막 기회를 살려낼 수 있을까. 일단 첫 출발은 환상적이다.
한편 강정호는 25일 르콤팍에서 벌어진 보스턴 레드삭스와의 시범경기 3차전에는 출전하지 않았다. 3루에는 지난해 주전 콜린 모란이 출전, 2타수 1안타를 기록했다. 피츠버그는 8회말 3점을 뽑아 보스턴에 4-3 역전승을 거두고 시범경기 3전 전승행진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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