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처음 비행기를 타고 하늘을 난 것은 100년이 조금 넘는다. 1903년 12월 17일 오빌 라이트가 노스 캐롤라니아 키티 호크 인근에서 12초 동안 시속 6.8마일의 속도로 120피트를 난 것이 첫번째 비행 기록이다.
그 후 비행기의 역사는 대형화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첫 비행기는 한 사람이 겨우 탈 정도였지만 그 후 비행기는 계속 커졌다. 같은 거리를 가는데 한 사람이라도 더 태우고 가면 그만큼 비행 단가가 내려가기 때문이다.
이 추세의 정점이 2000년 시작된 에어버스 380 프로젝트다. 당시까지만도 민간 여객기 중 가장 큰 기종이었던 미국 보잉의 747 대항마로 만들어진 유럽 에어버스의 야심작 A380은 설계 결함 등으로 원래 예정보다 제작이 2년 늦어지고 경비도 원래 107억 달러에서 180억 달러로 치솟았지만 2007년 10월 싱가포르 항공에 인도돼 첫 비행을 시작했다.
2층으로 돼 있고 525명을 태우고 1만5,000km까지 날 수 있게 만들어진 이 비행기는 ‘하늘을 나는 궁전’이란 별명이 붙었을 정도로 여행자들에게 선망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차세대 비행기의 선두주자로 예상되던 A380이 세상에 나온지 불과 10여년만에 역사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이 비행기의 주 고객인 아랍 에미릿 항공이 주문을 취소하면서 에어버스 측은 2021년부터 더 이상 이 비행기를 만들지 않기로 했다. 이 비행기는 처음부터 에어버스 판매 목표였던 총 판매 대수 10%의 절반을 넘어 본 적이 없다.
어째서 한 때 ‘세계 8대 불가사의’의 하나로 불리던 A380이 탄생 10여년만에 수명을 다하게 된 것일까. 1969년 보잉 747이 처음 출현했을 때 이 비행기는 크기가 기존 비행기의 3배에 달했고 이것이 시장성이 있느냐는 회의론이 우세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그 효율성이 입증됐고 이를 본 보잉의 경쟁사인 유럽의 에어버스는 이보다 큰 비행기를 만드는데 사활을 걸었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A380이다.
그러나 에어버스가 대형 비행기 제작에 전력을 기울이는 동안 보잉은 작지만 연료 효율이 뛰어난 787 드림라이너 개발에 힘을 쏟았다. 항공사들은 적은 연료로 장거리와 중거리를 모두 뛸 수 있는 787을 선호했고 에어버스는 뒤늦게 이와 비슷한 A350을 만들었으나 이미 선두주자와의 거리는 많이 벌어졌다.
A380이 항공사들로부터 인기를 끌지 못한 첫번째 이유는 그 많은 자리를 매번 채울 수 있는 노선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자리를 꽉 채울 수 있다면 항공 단가가 낮아지지만 텅텅 비어간다면 오히려 손해다. 여행객들의 취향도 A380 같이 큰 비행기가 내릴 수 있는 허브 공항에서 갈아타기보다는 이를 건너 뛰는 직행 노선을 선호하는 쪽으로 바뀌었다. 이래저래 A380이 설 자리가 줄어든 것이다.
미주 한인들이 한국에 갈 때 많이 이용하는 대한 항공의 주력 기종이 A380이다. 당장에야 별 변화가 없겠지만 이 노선의 기종이 바뀌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봐야 한다. 현재 비행기가 노후화할 경우 더 이상 같은 비행기로 대체할 길이 막혔기 때문이다. 비행기가 크면 무조건 좋던 시절은 지나간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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