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중 가장 바쁜 샤핑의 계절이다. 상품 쟁탈 총격전이 벌어질 정도의 샤핑 회오리가 한풀 가라앉으면 백화점을 비롯한 각 업소의 고객 서비스 전화통에 불이 나기 시작한다.
같은 불만을 가진 두 사람이 동시에 같은 백화점 고객 서비스에 전화를 한다. 한 사람의 전화는 불과 몇 초 만에 친절한 상담원이 받아 불만 사항을 신속하게 해결해주는데 다른 사람은 수십분째 응답 없는 전화기를 들고 기다리고 있다. 왜 다른가? “손님은 왕”이라고 자부해도 후자의 경우, 그 백화점의 ‘비밀 고객 점수’가 낙제권에 해당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 월스트릿저널 보도에 의하면 백화점 등 소매업체뿐 아니라 크레딧카드 회사, 전화회사, 항공사와 자동차 딜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비즈니스들이 고객의 등급을 매기는 시크릿 넘버를 사용하고 있다. 고객 평생 가치(Customer Lifetime Value)로 불리는 이 등급에 의해 고객이 지불하는 가격에서부터 서비스와 선물 및 할인 혜택 등 여러 가지가 결정된다는 것이다.
등급 높은 고객들의 요구사항이 신속하게 처리되는 것은 물론이고, 크레딧카드 회사에선 카드를 취소하겠다고 하면 솔깃한 혜택 제안으로 잡아두려고 하고, 일부 항공사에선 좌석 업그레이드 우선권을 주기도 한다.
고객의 가치는 어떻게 점수로 환산될까.
현재 미국 내 수백개의 분석사가 ‘고객 평생 가치’ 측정의 근거로 사용하는 데이터는 다양하다. 거래기록, 웹사이트 교류, 고객 서비스 대화, 소셜미디어 프로파일, 거주지역, 반품회수, 쇼핑패턴에서 크레딧카드 종류와 숫자, 결혼여부, 학력과 연령 등도 점수로 환산된다.
‘옵티 무브’라는 분석사가 가상의 의류 소매점 고객 가치를 달러로 환산한, 가장 심플한 등급제의 예를 소개했다. 세 등급으로 나누었다.
‘시간을 투자할 가치가 없는 고객’ : 점수는 11달러 39센트. 이런 고객에겐 마케팅을 안 할 뿐 아니라 전화 메시지를 남겨도 서둘러 대답하지 않는다. 22세 독신남성, 고교졸업 학력, 농촌 거주자 등이 주로 이 등급에 속하는데 거의 샤핑을 안 하고, 해도 주중에 대폭할인 매장을 이용하며 반품 요구가 지나치게 많다.
‘중간 고객’ : 52달러 92센트. 31세 독신여성, 학사학위, 교외지역 거주자 등으로 할인매장을 많이 가지만 때로는 예산을 초과하며 반품은 별로 안 한다.
‘선호 고객’ : 176달러 14센트. 41세 기혼여성, 석사학위, 대도시 거주자 등으로 정기적으로 고급 매장에서 주말 샤핑을 즐기며 세일 아닌 정가로 선뜻 구입하고 반품은 절대 안 한다.
고객 등급제가 자신에게 어떻게 적용되는지, 그 평가가 얼마나 정확한지는 고사하고 소비자 대다수는 그런 게 있는지 조차 알지 못한다. 크레딧 스코어와는 달리 등급 점수는 고객들이 볼 수도 없고 정부기관이 모니터 하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은행구좌를 갖고 있거나 셀폰을 사용하거나, 온라인 샤핑을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도 모르게 등급의 대상이 되어 있다.
한 시간째 ‘기다리라’는 전화기를 든 채 부글부글 속을 끓이고 있다면 “난 얼마짜리 고객인가”를 생각해야 할 때인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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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총 2건의 의견이 있습니다.
한국가니깐 아래 위로 보더니 미국거지 왔네 하던데요!
한국에가면 옷을 잘 입어야 좋은 차를 몰아야 잘 생겨야 강남에 살아야...즉 걷모습만보고 사람을 판단하는데 여기선 그게 한국과 다름을 많이 봅니다. 그래서 여기미국이 좋은건 다 아는데 그래도 다홍치마라고? 자기 수준에 벅차게 사는 이들이 있는걸 또 보게됩니다. 프른 하늘을 보며 마음 가꾸며 사는 삶이 언제오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