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개봉한 영화 ‘아이언맨2’에서 첨단 로봇 슈트를 장착한 토니 스타크는 가슴의 상온 핵융합장치인 ‘아크 원자로’를 에너지원으로 삼아 우주 공간을 자유롭게 날아다닌다.
아크 원자로는 팔라듐(palladium) 원소를 원료로 사용한 것으로 팔라듐 전극에 강한 전압을 걸어주면 핵융합이 일어나는 원리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하지만 스타크는 팔라듐에 중독돼 사경을 헤매는 위기를 겪은 끝에 대체물질을 개발함으로써 다시 일어서게 된다.
팔라듐은 백금에서 추출하는 귀금속으로 원래 백금보다 가격이 싸고 단단해 산업용으로 많이 활용돼왔다.
주로 휘발유 자동차의 매연 감축 촉매제로 쓰이며 전자 재료, 치아 보철 재료, 외과 수술용 기구, 귀금속 장신구 등에도 사용된다.
1802년 영국의 화학자 윌리엄 하이든 울러스턴이 남미산 백금 광석을 강한 산에 녹이는 과정에서 팔라듐을 처음으로 발견하는 데 성공했다.
그는 새로운 소행성 ‘팔라스(Pallas)’의 이름을 따 팔라듐이라고 명명했는데 팔라스는 지혜의 여신인 ‘팔라스 아테나’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팔라듐이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1940년대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광화학 스모그 사건 이후였다. 당국의 조사 결과 대기오염 물질의 주범이 자동차에서 배출되는 배기가스로 드러났고 연료에서 방출되는 유독가스의 양을 줄이기 위해 팔라듐이나 백금·로듐 같은 촉매제를 사용하는 장치가 선보이게 됐다.
2015년에 터진 독일 폭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 사건은 팔라듐의 몸값에 날개를 달아줬다. 당시 클린디젤에 대한 실망이 커지면서 가솔린 자동차의 배기가스 감축 촉매로 쓰이는 팔라듐이 가파른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고 지난해 말에는 러시아의 가격 통제시기를 제외하면 처음으로 백금을 추월하는 이변마저 빚어졌다.
최근 중국 정부가 스모그와의 전쟁에 나선 후 팔라듐 가격이 올 들어 9% 가까이 급등하며 사상 최고가 행진을 지속하고 있다. 팔라듐은 수소를 잘 흡수하고 통과시키기 때문에 수소에너지 시대를 맞아 몸값이 더 치솟을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일각에서는 팔라듐이 세상에서 가장 비싼 금속의 반열에 오를 것이라는 관측마저 내놓고 있다.
한때 귀금속의 왕으로 불리던 백금이나 금이 휘청이면서 플래티넘 카드나 골드 카드를 제치고 ‘팔라듐 카드’가 부와 명예의 상징으로 등극할 날도 그리 멀지 않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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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정상범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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