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 전 맹렬하게 달려드는 울지 산불로 강제대피령이 내려졌을 때, 수퍼 리치 연예인 킴 카다시안 부부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사설 소방관 고용이었다. 즉각 달려온 사설 소방대가 불길이 넘어오지 못하게 도랑을 파고, 끊임없이 물과 방화재를 뿌려대며 보호한 덕에 그들의 6,000만 달러짜리 저택이 있는 부촌 히든 힐스는 안전하게 구출되었다.
지난해 10월 소노마 산불에서 프레드 지우프리다 부부가 16에이커 목장과 저택을 지킬 수 있었던 것도 사설 소방서비스 덕분이었다.
시도 때도 없이 발생해 막대한 피해를 내는 산불이 잦아지면서 주목받고 있는 새로운 트렌드에 대해 애틀랜틱을 비롯한 미디어들이 잇달아 보도하고 있다 : 돈을 주고 고용하는 사설 소방대다. 산불이 어떻게 번지는 가에는 여러 요소가 작용한다. 바람의 방향, 습도, 인근 초목들의 건조 상태 등…거기에 ‘부(富)’라는 요소가 더해진 것이다.
사설 소방대에게 돈을 지불하는 것은 보험회사로, 대형 화재 보험사들이 부유층 고객 보호를 위해 사설 소방관들을 고용하기 시작한 것은 약 10년 전부터다. AIG는 자체 산불보호팀을 갖추고 있으며 첩(Chubb)을 비롯한 10여개 보험사는 ‘산불방어시스템’이라는 몬태나 회사와 계약을 맺어 필요시 소방대 파견을 주문한다.
보험료는 당연히 비싸다. CBS 뉴스에 의하면 화재위험이 높은 말리브 같은 지역의 200만 달러가 넘는 주택에 제공되는 ‘울트라 딜럭스’ 화재 보험료는 연 2,500달러에서 8,000달러에 이른다. 대다수 서민들에겐 언감생심이지만 요즘 산불 재난을 감안하면 투자 가치는 충분해, 포브스 선정 미국 400대 부자의 42%가 가입하고 있다.
사실 19세기만 해도 소방서비스는 민간 영리사업이었다고 허핑턴포스트는 전한다. 과열경쟁으로 부작용이 심해지면서 남북전쟁 이후 정부가 소방서비스를 인수하기 시작, 이때부터 미국은 “소방은 상업화될 수 없으며 부와 지위에 상관없이 모두에게 평등하게 제공되는 공익 서비스여야 한다”는 사회적 약속이 지켜져 왔다는 것이다.
그런데 요즘 예산부족 도시들을 겨냥하는 사설 소방서비스 증가와 함께 부작용이 재연되고 있다. 2010년 테네시 농촌에선 75달러 요금을 안 냈다고 집이 타버리도록 방치한 경우도 있었고, 2013년 애리조나의 한 사설 소방대는 주택이 전소된 가족에게 2만 달러 청구서를 보냈다.
사설 소방서비스에 대해 반대만 있는 건 아니다. 산불은 악화되고 있는데 세금도 들어가지 않는 추가 지원을 왜 제한하려고 하느냐는 반문이다. 방화재 구입과 비싼 스프링클러 설치는 장려하면서 사설 소방대가 포함된 화재보험을 비난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논쟁과는 상관없이 돈이 화마로부터의 보호를 보장해주지 못하듯이 사설 소방대란 게 있는지 조차 모른다 해서 속수무책인 것은 아니다.
거동 불편한 89세 노모의 반대로 대피하지 못했던 파라다이스의 60대 은퇴 남성은 호스와 양동이로 물을 뿌리며, 마을 전체를 잿더미로 만들고 70여명의 생명을 앗아간 캠프 산불에서 집과 어머니를 온전하게 지켜냈다. 자랑스럽게 자신의 진화 성공담을 들려주던 그는, 그러나 폐허가 된 주위를 돌아보며, 전 재산을 잃어버린 이웃들을 생각하며,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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