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바인에 거주하는 한 한인은 일요일이었던 지난 9일 스테이플스센터에서 열린 BTS(방탄소년단)의 공연 티켓을 간신히 구해 이 보이그룹의 열렬 팬인 고등학생 딸을 공연장에 들여보낼 수 있었다. 일단 오후 3시 집을 떠나 공연장에 도착한 후 티켓판매 사이트인 ‘스텁헙’(stubhub)에서 열심히 손품을 팔아 250달러짜리 표를 400달러에 구입할 수 있었다. 딸과 딸의 친구를 공연장에 들여보낸 시각은 공연 시작 15분전인 5시45분. 이 한인은 “괜찮은 가격에 표를 구한 덕에 헛걸음을 하지 않았다”며 만족해했다. 그도 그럴 것이 BTS 공연 티켓은 암표시장에서 평균 800달러 이상에 팔렸기 때문이다.
이 한인은 딸 때문에 평소 BTS 관련 뉴스를 관심 있게 지켜봐 왔지만 그가 공연 현장에서 확인한 열기는 상상을 훨씬 넘어서는 것이었다. 공연장 주변을 가득 메운 수많은 인파들의 80% 이상이 타인종과 타민족인 것이 가장 놀라웠다. 한인들은 간혹 눈에 띄는 정도였다. 곳곳에 붙은 한글 포스터를 또박또박 읽으며 BTS 때문에 배우기 시작한 한글 실력을 뽐내는 팬들도 많았다. 공연장에 도착했을 때 부스에서 판매하는 BTS 기념품은 이미 매진된 상태였다.
월드투어의 일환으로 열리고 있는 BTS의 미국공연은 가히 신드롬이라 할만하다. 9일 끝난 LA에서의 4차례 공연과 어제 열린 북가주 오클랜드 공연, 그리고 이번 주말 텍사스에서의 두 차례 공연, 다음달 4만석의 뉴욕 시티필드 구장 공연의 티켓은 발매와 거의 동시에 매진되는 진기록을 세웠다. 빌보드 차트 정상에 두 번이나 오른 그룹다운 폭발적 인기다.
최근 아시안게임을 계기로 병역특례법 개정 요구가 빗발치는 가운데 BTS가 때 아닌 논란의 중심에 섰다. 어떤 국회의원이 클래식 콩쿠르 입상자들에게는 혜택을 주면서 빌보드 차트 1위에 오른 BTS 같은 대중음악을 제외하는 건 형평성에 어긋나는 것 같다고 발언하면서부터이다. 대중예술인들로까지 병역특례 폭이 더 넓어져야 한다는 내용의 주장에 아예 ‘BTS법’이란 명칭이 붙기까지 했다.
그런데 의외로 BTS 팬클럽인 ‘아미’(ARMY) 회원들은 이 같은 움직임에 불편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BTS가 어떤 병역혜택도 요구하지 않았는데도 이런 논쟁이 벌어짐으로써 자신들의 우상이 괜한 오해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외국 팬들도 한 목소리로 BTS를 정치적 이슈에 끌어 들이지 말라고 요구하고 있다. 내심 혜택을 바라면서도 논란의 중심에 서는 것은 원치 않는다는, 조심스러우면서도 이중적인 팬심이 드러난다.
딸과 함께 BTS 공연장을 찾았던 한인은 “병역혜택의 취지가 여전히 국위선양에 있다면 BTS는 그 누구보다도 자격이 있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라고 밝혔다. 한국과 홍콩 간의 아시안게임 야구경기를 봤다는 그는 약체들과의 몇 경기를 이겼다고 프로 야구선수들에게 병역혜택을 주는 걸 보면서 그런 생각이 더욱 굳어졌다고 말했다.
BTS의 빌보드 1위에 대해서는 아시안게임 금메달 10개보다 더 가치가 크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그렇다고 해도 현행법상 이들에 대한 병역혜택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일단 논란이 촉발된 만큼 시대변화에 발맞춰 관련 규정을 합리적 방향으로 개정할 필요는 있다. 병역특례 자체를 없앨 계획이 아니라면 개정의 기본 바탕이 돼야 할 것은 역시 형평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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