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음식인 스파게티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인기 있는 파스타 요리이다. 스파게티는 직경이 1.8~2.0mm인 롱 파스타의 일종이다. 마르코 폴로가 중국에서 배워서 이탈리아에 알린 음식이라는 설이 있지만 고대 로마 유적에서 파스타 틀로 보이는 물건이 발굴되면서 이탈리아 유래설이 더 힘을 얻고 있다.
그런데 스파게티 면에는 아주 오랫동안 그 누구도 풀지 못한 미스터리가 숨어있었다. 그 어떤 방법으로도 스파게티 면을 두 동강 내지 못했던 것이다. 생 스파게티 면 한가락을 잡고 부러질 때까지 구부리면 면은 두 조각이 아닌 여러 조각으로 부서진다. 보통 막대모양 물건을 구부리면 두 동강이가 나지만 스파게티 면만은 한사코 두 동강 나기를 거부한다.
이런 현상은 20세기 최고 천재 중 하나로 꼽히는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에게도 미스터리였다. 파인만은 아인슈타인과 함께 20세기 최고의 물리학자로 일컬어진다. 양자전기역학에서의 공로로 1965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았으며 여러 저술을 통해 과학의 대중화에 힘쓴 인물이다.
그런 파인만이 어느 날 저녁 주방에서 스파게티를 만들다 이 국수의 미스터리에 꽂히게 된다. 그 자리에서 그는 친구와 함께 왜 스파게티 면이 두 동강 나지 않는지에 대해 밤늦게까지 열띤 토론을 벌인다. 파인먼은 수 시간에 걸쳐 온갖 물리학 이론들을 동원해 스파게티 면의 비밀을 풀려고 했다.
하지만 결국 이것을 밝히는데 실패했다. 위대한 천재 파인먼은 결국 스파게티 면을 구부리면 왜 여러 조각으로 부서지는지 원리를 알지 못한 채 1988년 세상을 떠났다. 그의 친구 다니엘 힐리스가 쓴 책 ‘평범하지 않는 천재’(No Ordinary Genius)에 나오는 일화이다.
파인만의 숙제가 풀린 것은 그가 세상을 떠난 지 한참 뒤인 지난 2006년이었다. 프랑스 물리학자 두 명이 그 비밀을 풀었다. 이들의 논문에 따르면 처음 스파게티 면이 부러질 때 생기는 탄성파가 연쇄적으로 증가하면서 눈사태처럼 면이 여러 조각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한 가지 숙제는 여전히 남아 있었다. 그렇다면 스파게티 면을 두 동강 낼 수 있는 방법은 없는가라는 것이었다. 최근 MIT와 코넬대 연구자들이 이 숙제를 마침내 풀어내 그 결과를 국립과학원 8월호 회보에 발표했다.
답은 의외로 간단했는데, 스파게티 면을 구부리고 꼰 뒤(twist) 부러뜨리면 된다는 것이다. 스파게티 면을 꼬아서 구부린 다음에 힘을 가하면 가하는 힘이 분산돼 반동 효과가 줄어들고, 꼬였던 면이 부러질 때 다시 풀리면서 발산하는 에너지가 진동 에너지를 상쇄해 다른 지점이 부러지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말은 간단해도 이것을 알아내기 위해 이들은 수많은 수학공식과 이론을 동원해야 했다. 실험을 위해 부러뜨린 스파게티 면만 500가닥이 넘는다.
그저 재미로 한 실험 같아도 스파게티 프로젝트가 밝혀낸 사실은 과학적으로 대단히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는 게 연구자들의 설명이다. 어떤 변수가 튀어나올지 모르는 복잡한 절단과 파쇄를 연구하는 데 이번 실험 결과가 소중한 밑거름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혹 스파게티 요리를 할 기회가 생긴다면 면을 두 동강이 낼 수 있는지 부엌에서 한번 실험해 보길 바란다. 아무리 많은 스파게티 면을 부러뜨린다 해도 그냥 구부려서는 절대 두 동강을 낼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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