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준법정신 강하지만 “못 참아” 금연표지판 옆 끽연
▶ “술집 이자카야도 포함시켜야 하나” 찬반논쟁 후끈
도쿄 시의회가 공공장소에서의 실내흡연을 금지하는 조례 제정을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흡연자들이 금연표지가 나붙은 골목길에 모여 담배를 피우고 있다. [글: Motoko Rich 사진: Tomohiro Ohsumi]
도쿄는 법규를 준수하는 도시다.
이 같은 사실은 러시아워 통근자들의 행태만 보아도 금방 알 수 있다. 서둘러 지하철역을 빠져나가는 숫한 통근자들 가운데 붐비는 윗 방향 계단 대신 바로 옆의 한산한 아랫방향 전용계단을 이용하는 ‘얌체 행인’은 단 한명도 없다.
도로를 무단횡단하거나, 거리에 쓰레기를 버리는 시민도 눈에 띄지 않는다.
지하철 오퍼레이터들은 열차가 단 몇 초만 지연돼도 승객들에게 사과를 한다. 예정보다 조금 일찍 도착해도 마찬가지다.
체육관의 매니저는 내게 밖에서 신는 운동화를 벗어두고 대신 실내화를 대여해 착용하라고 요청했다. 그런가 하면 어린 아들이 속한 축구팀 동료들은 보행로에 크랙커 부스러기를 떨어뜨린 친구를 집단적으로 꾸짖었다고 한다.
이런 여러 사례들은 도쿄 주민들의 법규 준수 정신이 얼마나 투철한지 여실히 보여준다.
그러나 이곳에도 상습적으로 룰을 깨뜨리는 그룹이 존재한다. 바로 흡연자들이다. 출근을 위해 지하철역으로 걸어가다 보면 거의 매번 골목길을 서성이며 담배를 피우는 무리를 지나치게 된다.
그들이 뿜어내는 연기는 골목어귀에 세워진 “흡연금지” 표지판을 어루만지듯 스쳐 허공중으로 흩어진다.
가끔씩 순찰 경관이 흡연자들을 내몰지만 별 소용이 없다. 얼마 지나지 않아 골목길은 다시 흡연자들로 채워진다.
불과 얼마 전까지 흡연은 순종과 마찬가지로 도쿄 문화의 한 부분이었다. 지난해 내가 뉴욕타임스 도쿄 지부장으로 발령을 받고 난 후 전 가족이 일본으로 옮겨오기 직전까지만 해도 도쿄는 흡연자들의 도시였다. 당시에는 금연을 요구하는 식당과 카페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세계적으로 대세를 이룬 금연문화가 일본 전역으로 파고들었다. 흡연의 해악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흡연인구가 가파른 하강곡선을 그렸다.
특히 지난 2002년 간접흡연 축소를 겨냥한 법안이 발의되자 기업과 식당, 공공기관 등을 통해 자발적 금연정책이 급속히 확산됐다.
지금은 지하철역과 백화점은 물론 상당수의 식당들까지 ‘스모크 프리’ 대열에 합류한 상태다. 담배를 미처 끊지 못한 사무직 근로자들은 사무실 안과 건물 밖에 설치된 조그만 끽연실에서 구차하게 흡연욕구를 충족시켜야 한다.
우에노 동물원은 새로 태어난 팬더를 보려는 방문객들을 보호하기 위해 흡연금지를 선포할 것인지 여부를 놓고 고심 중이다.
이보다 한 술 더 떠 도쿄 시의회는 내년 초 식당, 호텔, 사무실, 백화점, 공항, 대학과 운동시설을 비롯한 대부분의 공공장소에서의 실내흡연을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관련 시조례가 제정돼 시행되면 흡연자들은 실외에서도 특별히 지정된 셸터나 흡연허용구역에서만 담배를 피울 수 있다.
물론 룰을 어기는 주민도 더러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일본인은 개인적으로 튀는 것을 싫어한다. 그래서인지 대다수의 도쿄 애연가들은 흡연금지 조치가 떨어지면 그대로 따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루 담배 한 갑을 피운다는 유타 이시모토(40)도 “문제가 있긴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흡연을 허용하는 커피체인점 투바키 카페에 앉아 담배를 입에 문 채 랩탑으로 이메일을 전송하던 그는 금연령이 공포되면 어쩌겠느냐는 질문에 어깨를 으쓱 해보이며 “달리 방도가 없다”고 대답했다.
그게 말처럼 쉬울까? 룰을 따르려는 충동이 강한 만큼, 흡연문화 역시 일본인들의 몸에 깊숙이 각인되어 있다. 게다가 연초업은 막강한 영향력을 지닌 거대한 비즈니스다.
법으로 실내흡연을 완전히 금지하는 것은 “전제주의적 사고”라고 주장하는 모토키 타케다는 전국의 60만 담배판매상을 대표하는 일본토바코연맹 총무국장으로 재직 중이다. 그는 “현실적으로 전면금연은 흡연자들을 괴롭히는 편파적 조치”라고 지적한다.
일본 중앙정부 부처인 보건부 역시 도쿄가 고려하고 있는 것과 유사한 흡연금지안을 제안한 바 있지만 전국차원의 금연을 시행하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여당인 자민당은 오래전부터 반흡연정책에 저항해왔다. 담배제조사인 재팬 토바코 지분의 3분의 1을 정부가 소유하고 있다는 점도 부분적 반대 이유다.
매년 거둬들이는 담배세 징수액만도 무려 2조 엔(180억 달러)에 달한다. 국가 전체 세수의 3%에 해당하는 막대한 액수다.
공식적인 흡연금지에 앞서 일본의 뿌리 깊은 흡연문화도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
일부 의원들은 낮에는 공적표정을 유지하다가 퇴근 후 “이자카야”로 알려진 술집에 모여 몇 시간 동안 먹고. 마시고, 담배를 피운 이후에야 비로소 진정한 자아와 감정과 속내를 드러내는 것이 일본의 문화라는 생각을 고수한다.
자민당 토바코위원회 위원장인 아키노리 에토는 “이자카야야말로 일본인들이 마음속의 진실한 감정과 의견을 터놓고 말 할 수 있는 유일한 장소라고 생각한다”며 이곳을 금연령 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에 경계심을 드러냈다.
보건부는 최근 1,600평방피트 이상의 규모를 지닌 식당의 경우 고객의 흡연을 허용토록 하는 등 예외조항의 범위를 확대한 절충안을 제안했다.
그러나 도쿄는 이보다 엄한 조치를 고수할 것으로 보인다. IOC(국제올림픽위원회)가 2020년 하계올림픽 개최지 선정기준 가운데 하나로 제시했던 “담배연기 없는 환경”을 조성하려는 것도 부분적인 이유에 해당한다.
게다가 도쿄 주지사이자 강력한 흡연금지 지지자인 유리코 코이케는 지난해 선거에서 .이를 주요공약으로 내건 바 있다.
도쿄에 흡연금지법이 시행되면 골초들은 실외 끽연실과 시 곳곳의 공원 등지로 몰려가 집단 흡연을 할 수밖에 없다. 일부는 벌써부터 금연조례안 적용대상에서 제외된 전자담배로 재빨리 갈아탔다.
금연령이 현실화될 경우 가장 큰 피해가 예상되는 곳은 역시 요식업소다.
일본요식업협회의 히사오 후쿠다 전무는 “식당 안의 격리된 공간에 흡연자 전용 좌석을 허용하는 등 담배를 피우는 손님들의 선택권도 보장해 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실내금연 지지자들은 “금연자의 비율이 점차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금연령이 발동된다 해도 요식업소의 피해가 우려하는 것만큼 크지 않을뿐더러 어린 자녀를 동반한 가족단위 외식이 늘어나 장기적으로는 업주에게 오히려 이득이 될 수 있다”고 맞받아쳤다. 실제로 일부 인기 업소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해본 결과 2대 1의 비율로 금연자가 흡연자의 수를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도쿄시의 금연조례 제정은 시민들의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라는 주장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어 이 조례안이 시행될 경우 순종의 도시라는 도쿄의 이미지는 빛이 바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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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New York Tiems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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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총 1건의 의견이 있습니다.
담배는 곧 마약이다. 중독자는 자기의지만으로는 통제가 거의 불가능하니 일본인들이라고 다를수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