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지승 /매릴랜드대 교육학 교수
친구가 학회 때문에 근처에 왔다가 함께 아침식사를 하고 헤어졌다. 공항으로 향하던 친구가 뜬금없이 “너 감각 차단 탱크 (sensory deprivation tank)에 관심 있니?” 라고 문자를 보내왔다.
“뭔 소리인지 모르겠다만, 니가 관심 있으면 나도 관심 있어” 라고 반은 농담으로 답 문자를 보내고 구글링을 해보니 말 그대로 모든 감각을 차단시키는 탱크가 존재했다.
캡슐 혹은 탱크 같이 생긴 공간에 농도가 짙은 소금물을 채워 부력을 상승시키고 수온을 체온 정도로 유지 시킨 후 사람이 들어가면, 뚜껑을 닫아 시각과 청각을 차단시키는 장치였다.
가장 먼저 든 생각은 흔히 말하는 폐쇄공포증이 있는 사람은 못 들어가겠구나 하는 것이었고, 두 번째는 ‘어이구..오죽 마음이 복잡했으면….’ 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한번쯤..나도?’ 였다.
아직 의학적으로 효과가 증명된 것은 아니라고 하니 당장 나 자신이 시도해볼 것 같지는 않지만, 현대인의 감각적 피곤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치료요법(?)이 아닌가 싶다. 딱 취침시간을 제외하고는 컴퓨터 모니터, TV, 휴대폰을 끊임없이 보고 있으니 시각과 청각은 항상 일하고 있는 셈이다.
무엇보다 휴대폰으로 매번 확인하는 뉴스나 이메일은 심지어 자는 순간에도 뇌에 자극을 주는 것이 사실인 것 같다. 마음으로는 휴대폰 사용을 자제 해야겠다 생각하지만, 나 역시 휴대폰 중독 쪽에 가까운 것을 부인할 수 없다.
현대인들은 압도적인 자극들로 매일 지쳐가고 있다. 인간에게 감각 자극을 차단하거나 단조로운 자극을 계속 주면 심리적으로 이상한 상태가 되는 것에도 불구하고, 일시적인 감각차단을 도모하는 것은 이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실제로 심리학 분야에서 실시한 감각차단 실험에 의하면 감각 박탈은 인간에게 지루함과 환각을 야기 시켜 금방 실험 중단으로 이어진다고 한다.
감각을 차단해서라도 평화로워지고 싶은 현대인의 바람은 어쩌면 신경과학자 로버트 세이폴스키(Robert Sapolsky)가 이야기하는 과거와는 달라진 스트레스에서 기인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이 과학자에 의하면 동물의 세계에서 스트레스는 on 과 off가 분명하고 그 지속기간이 짧지만, 현대인에게 스트레스는 만성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어 이 만성 스트레스를 어떻게 처리 하는가가 신체적 심리적 건강은 물론이요 진화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래에는 인공지능이나 로봇이 대체할 직업들이 많아지지만, 인간의 스트레스와 정신 문제를 도울 심리치료사들에 대한 수요는 증가할 것이라고 보는 관측들이 많다. 그러니, 만성 스트레스 관리가 인류 생존에 있어서 중요한 문제이긴 한가 보다.
감각 차단 탱크 속으로 들어가든 친구와 만나 밥을 먹든 기도와 찬송에 의지하든, 어느 신발 회사 광고처럼 “심리치료사보다는 저렴한” 신발을 사는 것으로 해결하든, 현대인 모두 이 문제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는 것 같다. 그래서 이미 피할 수 없는 이 스트레스에서조차 긍정을 찾으려는 심리학자도 있다. 뭐, 그 역시 탱크 속으로 들어가는 것과 비슷한 해결 방법이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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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지승 /매릴랜드대 교육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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