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조진우 기자>
한국의 대표적인 시에 한국적 곡 붙여
교사로 재직하면서 동요작곡가로도 명성
이민와 사업실패후 우정공무원 일하며 작업
“1.5세와 2세들에게 한국 전래동요를 보급하고 싶다”는 꿈을 지닌 작곡가 마용일, 그가 이번에 김소월(金素月)의 시를 노랫말로 곡을 붙인 가곡집 ‘가는 길’을 출간했다. 그를 만나본다.
▲2세들에게 한국 정서 알리고자
민족시인, 한국 대표시인이라 불리는 김소월 시 ‘진달래꽃’ 의 “나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드리우리다.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적에 뿌리우리다...” 이 시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초혼, 밤, 희망, 먼 후일, 그리워, 예전에 미처 몰랐어요 등등 김소월의 시를 누구보다 사랑하여 노래로 만든 이가 있다.
“4년 전부터 김소월의 시 50곡을 작곡하면서, 남들이 손을 못 대는 시를 대하면서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출판 전까지 계속 퇴고를 했다. 동요는 한두 시간 만에 쓰기도 하면서 김소월 시 작곡은 한곡에 한 달이 가기도 했다. 노래의 시작이 도미솔이 아니어도 좋았다. 음 12개 중 어느 음에서도 시작하고 어느 음에서든지 노래가 끝나게 했다. 장조, 단조의 경계를 벗어나 기본적 작곡법에서 많이 벗어나 있다.”
마용일은 시가 좋으면 곡이 따라가지 못한다는 그 말을 뛰어넘기 위해 한 곡 한 곡 정성을 다해 만들었다고 한다. 이렇게 기존의 방법을 멀리 하고 독창성 가득한 곡이 탄생된 것이다.
“김소월의 시는 한국인의 한과 고유정서를 가장 잘 표현했고 거의 모두 정형시라 곡을 쓰기에 힘들다는 의식이 있어 나 스스로를 평가해 보고 싶었다. 지극히 한국적인 곡이라 쓸 수 있겠다는 생각에 시도했다.”그는 이 책에 노천명, 이육사, 서정주, 김영랑, 박목월, 조지훈, 허영자의 시도 작곡해 함께 실었다.
“지난 가을 한국에 가서 출판된 책을 유치원과 초등학교, 대학 성악과 교수, 음악단체에 배부했다. 뉴욕 1.5세, 2세들이 다니는 유치원과 한국학교에도 원한다면 무료배부 하겠다.”는 그는 언제부터 작곡을 했을까.
▲행복한 교실
마용일은 1946년 경기도 능곡에서 3남3녀 중 다섯 번째로 태어나 형과 누나들이 부르는 동요를 듣고 배우면서 음악이 마냥 좋았다고 한다.
초등학교 4학년 때 모차르트, 포스터, 슈베르트의 가곡을 곧잘 불렀다. 중학교 1학년 때 처음 써본 곡을 서울음대 작곡가 출신인 김대붕 음악선생이 알아보고는 화음, 멜로디, 리듬에 대한 기초지식을 가르쳐주었다.
“음악이론과 보아야 할 책, 공부 방법을 일러주셨다. 악보를 보게 되니까 피아노를 치면서 노래를 짓고 싶었다. 중앙 중고 6년동안 같은 음악선생께 배운 것은 행운이었다. ”
음대를 가고 싶었으나 집안의 반대로 마용일은 서울교대에 들어갔다. 졸업 후 교사생활을 하면서 그의 교실에는 피아노가 있었고, 즐거운 음악시간이 있었다.
노래하는 선생님이 지도하는 행복한 교실을 기억하는 제자들은 수천 명. 그는 한달 전 한국을 방문하여 이 제자들을 만났다고 한다. “1970년대 스무살 교사 시절이었으니 60대가 된 제자들을 보니 누가 스승인지, 제자인지 모르겠더라”고 소년처럼 활짝 웃는 그다.
▲이름난 작곡가가 우정공무원으로
마용일이 처음 동요곡집 ‘문득 새아침에’를 출판한 것은 1969년이다. 1970년 서울교육대학을 졸업한 후 1970~1986년까지 서울시 교사로 재직하면서 끊임없이 작곡을 했다. 1972~1973년 제1, 2회 서울교원음악회 작곡부문에 참여했다.
1975년 동요곡집 ‘물방울’, 1980년 동요곡집 “꿈과 숲속에서‘가 출간됐으며 1980년 전후 KBS-TV ’이 주일의 동요‘에 그의 곡이 수시로 소개되고 KBS 라디오에도 동요작곡가로 이름을 날리기 시작했다. 이때 최고 동요작곡가에게 주어지는 제4회 한국아동음악 ’본상‘을 수상했다.
1982년 동요곡집 ‘꽃과 왕자’, 1984년 가곡집 ‘너라고 불러보는 조국아’가 출판되자 KBS-TV ‘명랑열차’ 프로에서 ‘젊은 작곡가 마용일’ 인터뷰를 방영됐다.
이렇게 이름난 작곡가인 그는 39세 나이인 1985년에 미국으로 이민 왔다.
아내 마묵석과 당시 초등학교 6학년인 아들, 4학년인 딸의 손을 잡고 플러싱에 정착하면서 남들처럼 자영업을 시작했다. 꽃 가게, 조화 가게 등 몇 개의 비즈니스를 했으나 2~3년 사이에 빈손이 되자 부부는 같이 우정국 공무원이 되기로 했다. 남편은 배달직, 아내는 창구역으로 지원했다.
“오전7시부터 오후5시반까지 일하며 하루 5시간씩 걸어 우편물을 배달하면서 저절로 흥얼흥얼 나오는 콧노래를 하면서 작곡을 했다.”
이렇게 나온 1992년 동요곡집이 ‘하늘을 나르는 배’, ‘바라춤’, 1999년 ‘사랑으로 그리는 수채화’였다.
“미국에 와서 생업에 종사하면서도 작곡을 쉬지 않았는데 가장 보람된 것은 한국의 대학교수가 내 노래만으로 무대를 꾸민 것이다.”
전래동요곡집 ‘ 동무 동무 내동무’, 가곡집 ‘처용의 노래’ 가 나온 것이 2004년, 그해 9월24일 대구가톨릭 음악대 교수인 김무중씨가 대구 어린이회관에서 ‘마용일 가곡 김무중 독창회’를 연 것이다. 그가 작곡한 ‘난(박목월 시)’, ‘도봉(박두진 시)’, ‘사슴(노천명 시) 등 15곡이 불려 졌는데 정작 본인은 직장에 나가야 하니 뉴욕에 있고 누이를 비롯 가족들이 대구 독창회에 참여했다고 한다.
마용일의 곡은 뉴욕한인사회에서도 널리 불려졌다. 2005년 뉴욕한국학교 주최 어린이오페라 ‘나뭇꾼과 선녀’에 7~8곡이 들어가 있고 그 외 ‘흥부 놀부’ 극에도 그의 작곡 작품이 소개됐다.
▲누군가 새로운 곡 만들어야
마용일의 노래는 ‘곡이 박력이 있다, 아이들의 흥을 돋군다’는 평을 듣는다. 이에 대해 그는 ‘한국어의 음률을 따라, 글을 읽는 대로 리듬을 따라가는 것이다.’고 말한다.
2009년 우정공무원을 은퇴한 후 2012년 ‘동요선곡집 ’샘물이 혼자서‘, 가곡집 ’바람소리였던가‘ 가 나왔다.
“작곡한 노래를 불러줄 사람, 악단을 섭외하여 CD를 만들어 보급할 계획이 있다. 먼저 곡을 선정해야 한다. 앞으로 전통음악 창과 판소리를 악보로 만들고 싶다. ”
작곡가 윤이상이 가야금이나 거문고 소리를 내고 싶어 바이올린이나 첼로 등을 기타 피클로 연주했듯이 창과 판소리의 표현 방법을 고심 중이다.
“슈베트트의 곡이 사후 10년만에 발견되고 또 10년이 흘러 연주가 되면서 비로소 훌륭한 곡으로 평가를 받고 널리 알려지게 된 것처럼 누군가 새로운 곡들을 만들어내야 한다. 은퇴하니 작곡할 시간이 생겨 좋다.”는 그는 앞으로 더 열심히, 즐겁게 작곡을 하려 한단다.
▲한국 국경일에 태극기 달아
“집안에 시집, 동시집이 그득 하다. 웬만한 시들은 다 외운다.”는 마용일은 한국 국경일인 3.1절과 광복절이면 태극기를 내다 건다.
“2002년 월드컵 4강 진출당시 자동차에 커다란 태극기를 달고 빵빵 클락션 울리며 신나게 달렸는데 나중에 보니 태극기가 없어져 버렸다. 한국 가서 바로 새로 사다 달았다.”고 말하는 그는 자녀들에게도 한국 소설, 세계명작소설 등을 집안에 구비해두고 읽게 했다. 슬하의 1남1녀 중 아들 마상우(노던통증병원 원장)의 한국 예법과 한국말 수준은 100%고 피아노를 전공한 딸, 시애틀 심포니에서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사위, 손주를 두었다.
그의 취미는 꽃 가꾸기.
“꽃 한 송이를 제대로 피우자면 하나만 남기고 나머지 몽우리를 다 따주면서 아침저녁 물을 주고 돌봐야 한다. 손이 많이 가지만 꽃이 피어나면 그 기쁨이 말할 수 없다.” 이렇게 키운 꽃처럼 그가 만들어내는 노래들은 동심은 물론 어른들의 가슴에도 가득 꽃을 피우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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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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