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원정 2연전 나선 신태용 감독의 과제
▶ 사실상 ‘중간 평가’ 분위기에 고민 깊어져
신태용 감독이 러시아 모스크바로 출국하면서 대표선수들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연합>
평가전의 사전적인 의미는 ‘실력의 정도를 알아보기 위해 치르는 경기’다. 하지만 ‘2기 신태용호’가 7일과 10일에 치르는 두 차례 유럽원정 평가전은 사전적 의미를 넘어 마치 대표팀 사령탑에 대한 ‘중간 평가’로 여겨지는 분위기다.
지난달 거스 히딩크 감독의 ‘한국 대표팀 사령탑 희망설’이 국내에 퍼지면서 ‘신태용호’를 바라보는 팬들의 분위기는 싸늘하게 식었다.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두 경기(9~10차전)를 남기고 대표팀 사령탑을 맡은 신 감독은 두 경기 연속 무승부의 힘든 경기 끝에 ‘월드컵 본선행 티켓’을 따냈다. 신태용 감독이 ‘소방수’로 나서 위기에 빠진 한국 축구의 9회 연속 월드컵 진출을 끌어냈지만 ‘히딩크 감독설’에 전세가 역전됐다. 일부 팬들은 신 감독이 자진 사퇴해 히딩크 감독을 데려올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내세우며 시위에 나서기도 했다.
대한축구협회는 신태용 감독 체재를 지지하면서 히딩크 감독에게 ‘기술고문 또는 기술자문’ 형태로 도움을 받기로 하면서 사태 수습에 나섰지만 아직까지 히딩크 쪽으로 돌아선 ‘팬심’을 돌리기엔 역부족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대표팀 사령탑 취임 이후 첫 평가전을 치르는 신태용 감독의 어깨는 무겁기만 하다. 만에 하나 이번 2연전 결과가 좋지 않을 경우 히딩크 대세론이 더욱 폭발적으로 퍼져나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번 유럽원정 평가전에 나서는 ‘2기 신태용호’는 월드컵 최종예선을 치르면서 조기 소집에 협조해준 K리그 클래식 팀들을 배려해 국내파 선수 없이 해외파만 소집돼 포지션별로 불균형이 심각한 상황이다. 여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왼쪽 풀백인 윤석영(가시와)이 오른쪽 햄스트링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대표팀에는 왼쪽 풀백요원이 하나도 없는 비상사태가 벌어져 더욱 신 감독의 고민이 깊어질 전망이다.
신태용호는 3일부터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본격적인 훈련을 시작했고 러시아와 7일 모스크바 VEB 아레나에서 첫 번째 평가전을 치른 뒤 스위스로 이동해 10일 스위스 빌/비엔느 티쏘 아레나에서 모로코 대표팀과 두 번째 평가전에 나선다.
이번 평가전에서 신 감독의 과제는 ‘공백’이 생긴 포지션을 절묘한 용병술로 막아내 좋은 ‘결과’를 내서 ‘히딩크 대세론’을 잠재우는 것이다.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로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 신 감독의 말처럼 이번 두 차례 평가전은 결과와 과정이 모두 중요하게 됐다. 해외파 ‘옥석 가리기’의 차원을 넘어 반드시 승리를 따내야 하는 분위기로 내몰렸다.
그러나 전망은 그리 좋지 않다. 월드컵 최종예선 2경기에서 ‘무득점 무승부’에 그쳤을 만큼 원래 전력이 튼튼하지 못한 상황에서 이번 대표팀은 풀백 자원이 부족하고 스트라이커 자원도 무게감이 떨어지는 등 선수 구성에서도 문제점이 많은 상황이다.
가장 심각한 것은 왼쪽 풀백이다. 윤석영이 부상으로 하차하면서 신 감독은 수비형 미드필더인 박종우(알 자지라)를 발탁했다. 해외파 가운데 뽑을 수 있는 왼쪽 풀백이 더는 없어서다. 중앙 수비수인 김영권(광저우 헝다)과 오른쪽 풀백인 오재석(감바 오사카)이 왼쪽 풀백을 맡을 수도 있지만 쉽게 선택하기 어려운 카드다.
신 감독은 “선수들의 컨디션을 점검해 포메이션의 밑그림을 그리겠다”고 말했지만 “변칙 포메이션도 필요하다”라며 고민스러운 속내를 숨기지 않았다. ‘포지션 불균형’과 ‘히딩크 대세론’의 악재에 ‘화끈한 공격축구’까지 보여줘야 하는 신 감독이 유럽 원정 2연전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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