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자가 있었다. 존경받는 직업과 안정된 수입을 가진 남편과 귀여운 딸이 하나 있고, 남편은 아내를 무척 사랑한다. 그들의 인생에 별 문제가 없었다. 그것이 문제였다. 이 여자는 도저히 그 아무 문제가 없는 삶을 견딜 수가 없었다. 그녀는 격렬한 삶을 살아보고 싶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이런 저런 낭만적인 환상을 쫓아 수차례의 불륜을 저지르고, 수많은 빚을 지게 되어 결국 비소를 먹고 자살하게 된다. 불행의 원인은 오직 그녀 자신에게 있다. 그녀의 이름은 엠마, 귀스타브 플로베르의 소설 <마담 보바리>의 보바리 부인이다.
만일 우리 주변에 엠마와 같은 인물이 있다면, 참으로 답답할 것이다. 별다른 이유도 없이 자신을 파멸시키는 인간이라니, 답이 없다. 그러나 정말 희한하게도, 플로베르의 소설을 읽고 난 후의 감상은 조금 다르다. 개인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으나, 우리는 이야기를 통해 만난 엠마 보바리라는 인물에 대하여 얼마간의 동정과 연민 혹은 공감과 이해 같은 것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한 걸음 더 나아가 그녀와 우리가 그리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하는 데 이르게 될 것이다. 이렇듯 이야기의 마법은 이해하기 힘든 것을 조금 더 소화하기 쉽게 만들어 준다.
그래서일까? 우리는 종종 받아들이기 힘든 사건이나 대상과 마주쳤을 때, 이야기 사냥꾼이 된다. 납득할만한 설명이 도출될 때까지 온갖 정보와 상상력을 동원하여 앞뒤를 맞추려 애를 쓰는 것이다. 대부분의 경우, 어느 정도 노력을 기울이면 만족할만한 설명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언제나 그런 것은 아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도저히 말이 되는 설명이 나오지 않아 지쳐 버리기도 한다. 바로 다음과 같은 경우가 그렇다.
한 18세 소녀가 음주운전을 하고 있었다. 차 뒷좌석에는 14세의 여동생과 여동생의 친구가 앉아 있었다. 술 때문에 집중력을 잃은 탓인지, 차는 균형을 잃고 고속도로 분리대에 충돌하고 만다. 여동생은 차 밖으로 튕겨져 나갔고, 여동생의 친구는 다리에 큰 부상을 입어 비명을 지른다. 불행 중 다행으로 운전자는 의식이 또렷하고, 그리 다치지도 않았다. 여기까지는 부주의에 의한 불행한 사고일 뿐, 아주 이해못할 일도 아니다. 하지만 정말 이상한 일은 지금부터 시작된다.
소녀는 휴대전화를 꺼내 들어 인스타그램의 라이브 스트리밍 서비스를 작동시킨다. 911에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아니라, 불특정 다수의 소셜미디어 이용자들에게 알린다.
“내가 내 동생을 죽였어요! 동생아, 만약 네가 죽는다면, 내 잘못이야! (여기서 우리는 그녀가 동생의 죽음이 확실한 상황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도움을 청하는 대신 비디오 촬영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내가 만약 감옥에 간다면, 여러분은 내가 왜 감옥에 갔는지 아시겠죠? 아아, 내가 사랑하는 동생을 죽였어요!”
그리고 그녀는 피 흘리며 죽어가는 동생의 모습을 전 세계에 생중계했다. 왜 그랬을까?
법정에 선 소녀의 변호사는 고작 몇 분짜리 사건으로 그녀의 모든 것을 판단하는 것은 불행한 일이라고 했지만, 대부분의 사람의 인생에는 그런 일이 1초도 없다. 멋진 수영장 파티에서 셀피를 찍는 것과 죽음의 생중계는 엄연히 다르다는 것을, 소녀는 정말 몰랐을까?
엠마 보바리의 파멸 뒤에는 화려한 삶에 대한 욕망이 있었다. 그것은 어느 순간 갑자기 생겨난 것이 아니라 오랜 세월에 걸쳐 엠마의 안에 싹터 자라온 것이었다. 소녀의 내면에는 무엇이 자라고 있었을까? 자꾸만 무서운 상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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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주 / 프리랜서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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