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 한잔의 초대/제미경 뉴저지 AWCA 사무총장
89년 극동방송 리포터로 시작 18년간 방송인 경력
개척교회 목사 사모로 주말에도 눈코 뜰새 없어
2008년 AWCA 프로그램 디렉터로 사회봉사 시작
경력·시간적인 여유 안되지만 하나님이 인도하신 일
이민 와 살면서 갈 곳이 있다는 것은 분명 행복한 일이다. 사회봉사기관에서 궂은일을 도맡아 하자면 사명감 없이는 불가능하다. 뉴저지 AWCA 제미경 사무총장의 삶을 들어본다.
▲내게 주어진 미션
요즘 지역사회 봉사에 앞장서며 발전상이 눈에 보이는 뉴저지 AWCA( Asian Women's Christian Association, 아시안여성기독봉사센터)) 사무총장 제미경(53), ‘잠자는 시간을 빼고는 AWCA를 생각한다“고 말할 정도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티넥 소재 AWCA 건물은 1, 2층 1만 2,000스퀘어 피트 면적으로 1층은 클래스룸, 강당 등 2층은 가정상담소와 홈케어가 사용하고 있다. 월~금요일은 전문상담, 교육, 사회복지 서비스, 청소년 및 홈케어 프로그램 등이 진행되고 토요일 오전에는 입양인 학교가 열린다.
“가정상담소에 전문상담사가 상주하며 부모와 자녀를 이중언어로 상담한다. 분기별로 교육 워크샵이 열리고 토요 입양인학교에는 6패밀리 40여명이 한국말과 한국문화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학부모들이 입양아와 함께 한국을 배우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그동안 홈케어 300명을 교육 시켰고 이용하는 아시안 시니어가 260명이다.”
제미경은 AWCA의 대표적인 프로그램의 현황을 설명한다.
또 2014년 시작된 여름방학 무료 SAT프로그램은 잘 한다는 소문이 나 청소년들에게 인기 최고이며 2015년 버겐카운티 정식 시니니어센터로 허가받으면서 영양식단도 제공된다.
“내게 주어진 미션이 AWCA를 찾는 이들이 보다 더 편하게 이용하게 하는 것이다. 하나님의 사랑 안에서 아시안 여성과 그 가족들이 지역사회에 뿌리 내리고 공헌하는 것을 도와주려한다.”
제미경은 현재 풀타임 10명, 자원봉사자 120명, 이사 17명과 함께 모든 AWCA 프로그램과 행사를 진행한다. 보통 두달에 한번 빅 이벤트로 펀드레이징 행사가 있고 기타 모든 행사의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책임진다.일요일에는 뉴저지 에셀장로교회(담임목사 조재원) 사모로써 9년 전부터 개척교회를 하고있다. 새벽기도로 시작하여 일주일이 팽팽하게 돌아가는데 지치지도 않고 활발하게 움직이는 그의 힘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방송인 경력을 쌓다
“아버지가 안수집사, 엄마가 권사로 모태신앙이다. 고2때 어머니가 나를 사모 서원기도 하는 것을 알게 됐다. 고등학교 시절 갈등을 겪었다.”
그러다가 교사, 비즈니스, 건축업을 하던 아버지의 사업이 실패하면서 ‘혹시 내가 순종하지 않아서 우리 집안 사업이 어려운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고 결국 제미경은 1985년 장로회 신학대학에 입학, 기독교 교육학을 전공했다.“대학에서 방송반 활동을 하면서 내가 방송을 하면 기쁘다는 것을 알았다. 신학대학 졸업 후 모교인 정신여고에서 1년간 성경교사를 한 적도 있으나 아무래도 나는 방송으로 가야겠다 싶었다.”
그는 89년~95년 극동방송 리포터로 ‘하나 되게 하소서’를 진행했다. 1주일에 한번 이 프로를 진행하면서 92년 개국한 교통방송국에서 일했다. 이렇게 아나운서 경력을 단단하게 다져갔다. 서울 경찰청 안에 있는 교통관제센터에서 파견근무를 했는데 그곳에는 서울에서 유일한 대형 화면 스크린이 펼쳐져 있었다. 서울시의 모든 다리와 지역도로의 CCTV가 작동하여 경력이 오래된 사람은 한눈에 어디가 교통이 원활하고 어디가 막히는 지 들어왔다.
“1994년 새벽, 성수대교가 무너지면서 대형 화면 스크린에 잘린 다리 위에 버스가 반쯤 걸쳐있는 것을 보고 경악했다. 멘트를 쓸 시간도 없었다. 첫 방송을 라이브로 하는데 두 다리가 후들후들 떨렸다. 하루종일 쉬지 않고 방송을 했다. 다음해인 1995년에는 삼풍백화점이 무너졌다. 이런 대형사고나 대통령 행사로 인한 교통통제시 항상 라이브 방송을 하게 되니 늘 시간에 쫒기고 스트레스가 심했다.”
그즈음, WMBC-TV 회장, 주선영 목사가 서울을 방문, 대학 은사의 소개로 1주일간 방송관계자와의 만남을 비롯 여러 일을 도와주었다. 주목사는 “미국 올 생각이 있으면 도와주겠다”고 했다. 당시 제미경의 남편 조재원 목사는 장로교 신학대학과 대학원을 거쳐 왕십리 중앙교회에서 부목사로 일하고 있었다. 어머니 서원대로 4학년때 좋은 선배를 만나 91년 결혼했던 것이다.
부부가 뉴욕에 온 것은 96년 11월5일 금요일, 뉴욕에 40년만에 대폭설이 내린 다음날이었다. “나의 뉴욕입성을 축하하는 상서로운 눈이구나” 했다는 그는 매사 긍정적이고 밝다. 그 주말을 지내고 월요일부터 팰팍 버겐 블러바드 소재 방송국에서 일을 시작했다. 집도 직장 근처에 얻어 6개월은 걸어서 다녔다. 남편은 신학대학원에서 공부를 했다. 이민생활이 시작된 것이다.
▲커리어 우먼보다 엄마가 먼저
“그땐 하늘을 나는 비행기만 봐도 눈물이 났다. 결혼 8년만인 99년 첫 딸을 낳고 2004년 아들을 낳고 6개월 후 직장을 그만두었다.”
9년간 메인뉴스 앵커로, 행정담당으로 열심히 일한 그는 잠시 쉬고 싶었다. 그래서 2005년 1월 언니가 사는 상하이로 갔다. 남편은 장로교회 수양관에 있으면서 목회학 박사과정 논문을 썼다. 6개월 후 뉴욕으로 돌아올 때는 중국어 회화를 할 수 있었다. 이때 배운 중국어가 현재 AWCA를 찾는 중국인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2005년 10월 TKC-TV 뉴스 앵커로 일했는데 두 살반이 된 아들이 말을 하지 않았다. 매일 아프고 잠을 자지 않는 아들을 남편이 수시로 돌보아야 했다.
“아기가 입을 열게 하려면 마음을 열어야 한다”는 조언대로 풀타임에서 파트타임으로 바꾸고 아들과 대화할 시간을 늘렸다. 티넥에 스피치 클리닉도 열었다. 아들은 어느 날 갑자기 누나가 하는 말을 그대로 따라 하더니 말문이 트였다. 마음이 열린 것이다.2008년초 그는 “그동안 광야를 돌아다니며 18년간 내가 좋아하는 방송을 했다. 이제는 하나님이 좋아하는 일을 하자”고 결심했다.
▲하나님이 좋아하는 일
그런데 마침, 뉴저지 AWCA로부터 전화가 왔다. 전봉숙 사무총장이 “일 좀 하면 어떠냐?”고 프로그램 디렉터를 권했다. 처음엔 망설였다. 3일의 시간을 달라고 했다.
“사회봉사 기관? 여성들이 많다는데? 사모로 교회 일도 충분히 많은데?”
중요한 순간 하나님이 꿈으로 답했다고 한다.
“첫날 하나님이 AWCA로 가서 일하라고 하셨다. 남편도 사람을 도와주는 거니까 좋은 거야 하면서 권했다. 친한 친구한테 의논했더니 너 가서 잘난 척만 하지마 했다.”
제미경의 말은 간증을 듣는 것처럼 하나님에게로 귀결된다. 2008년 8월부터 3년반동안 프로그램 디렉터를 하다가 2011년 12월 전봉숙 사무총장이 갑자기 그만 두면서 6개월간 임시 사무총장을 하다가 2011년 7월부터 정식 사무총장이 되었다.
‘나는 사회소셜 워크도 공부 안했는데…..’ 하던 것은 기우였다. 진심과 성의를 다해 하는 일은 늘 잘 풀려나갔다.
37년의 역사를 지닌 AWCA의 설립자는 장화인, 위옥환, 강윤희 세사람이다. “이 세 분이 AWCA의 주춧돌이다. 지금도 이사로 활동하며 모든 일에 모범을 보인다”는 말이 놀랍다.
1980년 뉴저지 플랭클린 레이크스에서 한인여성 위한 주부클럽으로 시작, 1983년 한인모임인 백합클럽을 거쳐 4년뒤 뉴저지 한인YWCA(에섹스카운티 몽클레어 YWCA소속, 2000년 버겐YWCA소속), 2000년 7월1일 아시안커뮤니티로 활동 폭을 넓히면서 뉴저지여성사회봉사센터(AWCA)로 명칭을 변경했다.
제미경은 “돕는 자, 도움을 받는 자 모두가 행복해지는 행복센터를 만드는 것이 AWCA의 비전”임을 밝힌다. 그는 여성과 아이들이 꿈을 꾸고, 그 꿈을 이뤄가는 좋은 세상 만들기에 오늘도 애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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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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