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돼지 심보를 가지신 분들을 관찰할 기회가 생긴다. 돼지 심보는 외면적으로 드러나는 방법이 매우 다양하다. 그래서 이런 분들을 보고 있으면, 동물원에서 희한한 야생 동물을 넋을 잃고 구경하는 아이가 되어 버린다. 점잖아 보이시는 어르신들이 어떻게 저런 낯 뜨거운 행동들을 하시게 되었을까. 놀라움, 기막힌 흥미로움, 대리 수치심과 창피함이 묘하게 교차한다.
현대판 흥부전에서나 나올 만한 돼지 심보 행위들을 나열해 보면: 부동산 여러 채 소유하며 버젓이 노인 아파트 차지하고 살기, 한국에 재산 몰래 숨겨두고 웰페어 타 쓰기, 건강 문제도 없으면서 성인데이케어 메디케이드 신청하기, 자녀와 공동 명의로 된 집 숨기고 저소득층 아파트 신청하기, 푸드스탬프 신청하며 수입 솔직히 보고하겠다고 거짓 약속하기, 재산 숨겼다 들통 나면 이 핑계 저 핑계 대기, 억대재산 한 푼 남김없이 부적절한 트러스트에 몰아넣기, 한국 보훈처 연금 마음대로 숨기기, 다치지도 않았는데 사고 상해 소송하기, 합의금 나오면 메디케이드에 숨기려 변호사와 짜고 다른 사람에게 돈 보내기 등이 있다.
특히 한인 노인 사회에서 욕심 많은 분들이 용감하게 법을 어기게 된 이유는 미국 복지 제도의 독특한 특성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복지 혜택을 신청하면 거짓 정보를 제출해도 일단 혜택은 시작될 수 있다. 너싱홈 메디케이드와 같이 엄청난 비용이 드는 경우를 제외한 다른 혜택의 경우, 신청 시점에서 강도 높은 심사를 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범법자를 가려내기 위한 심사로 인해 혜택 제공이 지연되어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분들이 고통 받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불법을 행하는 소수 때문에 발생할 수 있는 다수의 피해와 고통은 일단 막겠다는 대범한 법의 취지가 반영된 제도이다. 이 때문에 그간 일부 불법 사회복지 브로커들이 날개를 피고 누빌 수 있었다. 이들이 신청서류에 거짓 내용을 기입해도 “혜택이 나왔지 않았느냐”며 오히려 큰소리를 치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매우 느리긴 하지만 강도 높은 검사는 혜택이 제공된 후 천천히 시작된다. 예로서 메디케이드 혜택을 신청하면서 재산이나 수입을 모두 공개하지 않은 한인들이 여러 해가 지난 후에 민사 및 형사처벌 위험에 빠진 케이스들은 이제 수없이 많다. 심지어 최근에는 거의 십년이 지난 후 노인 아파트 불법 신청이 발각되어 난처한 상황에 처하신 한인 할머니의 경우도 있었다.
처벌받게 될 위기에 처한 분들께 “왜 그러셨냐?”고 여쭈면 “나는 몰랐다” 또는 “나보다 더 잘사는 사람도 혜택 받는데 나처럼 살기 힘든 사람이 도움 받아야 한다”라는 답을 종종 듣는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무지함도, “남이 법을 범하니 나도 범 하겠다”라는 식의 궁색한 답변도 모두 처벌 대상이다. 그리고 도움이 필요도 없는 분이 받는 정부 혜택은 단지 사치품에 지나지 않지만, 어려운 이들에게는 생명선이다. 따라서 불법 신청은 정부상대 사기 행위로 간주될 뿐만 아니라, 지원이 절실히 필요한 분들에게 법이 부여하는 도움과 권리를 가로채는 행위로 본다. 혜택 프로그램이 허리띠를 졸라매는 시기에는 범법자 처벌도 강화되므로 돼지 심보 소유자들은 더더욱 불안에 떤다.
미국 옛 속담에 “마른 돼지들은 사료를 받지만, 뚱 돼지들은 도살장으로 끌려간다”고 했다. 그러므로 이제 이분들도 조금 욕심을 내려놓으시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다. 마치 조지 오웰의 소설에서나 등장할 만한 두 발로 걷는 뚱 돼지의 모양새를 갖추면 사람은 정말 흉하고, 품위 없고, 천박하게 변하는 것 같다. 돼지 심보를 부리며 누리는 초조한 삶보다는, 덜 무거운 양심을 되찾아 조금이나마 더 평온한 잠을 누리시기를 조심스럽게 바래 본다.
<
최태양 변호사>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