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 한잔의 초대/ 황현주 뉴저지 한국학교 교장·뉴저지 패터슨 르네상스제일공립학교 교사
8년째 교장직 맡아$주말·방학되면 더 바빠
교사·학부모회 도움이 큰 힘
1.5세 교장으로 할일은 차세대 교사 영입
주중에는 미국 공립학교 교사, 주말에는 한국학교 교장으로 영어권, 한국어권을 바삐 오가며 일하는 황현주 뉴저지한국학교 교장, 다문화 이민사회 속에 한국문화 민간대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그를 만나본다.
▲역사공부는 한인이민사부터
“방학이 되면 더 바쁘다. 2주 동안 한국에 다녀온 후 뉴저지한국학교 웹사이트를 정비해야 한다. 8월11일~13일 애틀랜타 조지아에서 미 전국의 한국학교 교사 500~600명이 모이는 재미한국학교협의회가 있고 8월24일~26일에는 재미한국학교 동북부협의회 한국학교 역사캠프가 열린다.”
원래 일복 많은 사람은 주말이나 방학도 반납해야 한다. 황현주는 재미한국학교 동북부협의회 수석부회장이자 재미한국학교 협의회 이사로도 일하고 있다.
황현주는 2010년부터 2년이 임기인 교장직을 세 번째 하고 있다. 오랜 전통, 탄탄한 실력을 갖춘 교사와 완벽한 교과과정 수업 등으로 뉴저지 한국학교는 놀라운 변화와 발전을 하는 중이다.
금요반은 버겐카운티 클로스터 테나킬 중학교에서 17개 학급이 운영되고 토요반은 테너플라이 중학교에서 21학급이 운영되는데 지난 학기에는 교사 32명, 399명 학생이 공부했다.
“기존 역사수업이 고조선시대부터 시작하여 조선시대가 오기 전에 학기가 끝나더라. 그래서 6년 전부터 우리 부모들이 어떻게 이민을 왔나 돌아보는 한인이민사부터 가르치고 있다. 주말마다 한국어 공동체 경험을 하는 아이들의 출석 자체가 정체성 교육의 진행형이다.”
한국학교 교장은 30여명의 교사 수업 참관 및 평가, 2세 부모들에게 학교의 공지사항 전달 (영어와 한국어), 그 외 교내 행사는 물론 동북부 협의회 행사도 관여하고 참여해야 한다.
▲뉴저지한국학교의 역사
1980년초 뉴저지 버겐카운티 지역으로 한인들의 이주가 많아지자 필요성을 느낀 북부 뉴저지 한인들은 1983년 초대이사장 곽상준, 초대교장 김은자, 20커플의 이사들, 교사 12명, 학생 210명으로 뉴저지 한국학교를 개교했다. 1985년 제1회 졸업생 6명을 시작으로 그동안 제32회 졸업식 및 종업식을 치렀다.
교내 동화구연대회, 운동회, 교지 ‘꽃동산’ 과 소식지 발행. 미공립학교 교사 대상 한국문화교육 프로그램 등 많은 행사를 하지만 특히 ‘미동북부 한국어글짓기대회’는 1999년 시작되어 작년에 제18회 대회를 치렀다. 뉴욕과 뉴저지일원 학생들이 한국어 실력을 발휘하는 기회가 되고 있다. 또 지난 2015년 7월 1학년~8학년 36명으로 결성된 어린이합창단 설립에는 황현주의 발품이 컸다.
“2014년 미동북부협의회 동요대회에서 우리 학교 중창단이 상 5개를 휩쓸었다. 대회가 끝나고 아이들이 우리끼리 더 부르고 싶다며 무대에 다시 올라 노래하는 것을 보고 합창단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한국말로 노래하니 한국어 발음도 더 좋아졌다.”
합창단은 매주 토요일 수업이 끝난 후 두시간씩 수업을 해왔다. 특수종교기관이나 단체가 아닌 학부모들이 스스로 창립한 한국학교에서 합창단 태동은 놀라운 일이다. 교장이 발벗고나서 이사들을 설득하고 학부모 서베이를 하고 동동거리며 뛰어다닌 덕분이다.
그동안 어린이합창단은 사랑의 음악회, 북한어린이 돕기, 2016년 이민 110주년 미국의사당, 은혜양로원 공연을 했으며 지난 3월25일 제1회 정기공연도 성공리에 마쳤다.
뉴저지한국학교의 장점은 이사회, 교사회, 학부모회가 한마음이 되어 잘 돌아간다는 점이다.
“학부모회가 큰 힘이 되고 있다. 행사가 있으면 학부모들이 아이들 선물을 마련하고 손님이나 강사초청에 뒷바라지를 다 한다. 학부모들도 다양한 주제의 교육 세미나를 한다. 우리 학교는 주인이 없는 것 같으면서도 주인이 있는 학교다. ”
모두가 주인인 뉴저지한국학교는 지난 2012년~2013년 6월까지 뉴욕한국교육원 지정 역사교육시범학교가 되면서 역사연구교사회를 만들어 교사들도 ‘가르치는 즐거움, 배우는 즐거움’을 누렸다.
지난 2014년 10월17일 창립 30주년을 맞은 뉴저지한국학교는 뉴저지주 상원•하원 위원회로부터 ‘30년간 한국문화와 한국어를 가르쳐 온 교육의 전당으로 특히 다문화 이민사회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는 공로결의안 (legislative Resolution)상패를 받기도 했다.
▲문학소녀가 한국학교 교사로
황현주는 1959년 서울 한남동에서 출생하여 신광여중 3학년때인 1974년 직장 때문에 미국에 온 아버지를 따라 전가족이 뉴욕에 왔다. 그는 브루클린 제임슨 메디슨 하이스쿨을 졸업하고 프랫에서 그래픽 디자인을 전공했다.
“한국에서 책 읽는 것을 좋아하여 문학을 공부하고 싶었다. 16세 소녀에게 미국 이민은 엄청난 갈등이었다. 처음 미국에 와서 영어를 못해 힘들었다. 우리말 문학에서 떨어져 나왔다는, 한국어 문학을 접어야 했던 것은 큰 문제였고 설움이었다. 모국어 문학에 대한 식지 않는 열정과 집착이 2세 한국어 교육을 이끌어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
소녀 황현주의 절망과 설움이 한국인으로서 정체성을 저절로 깨닫게 하는 계기가 있었다. 대학을 막 졸업하고 디자인 회사에 다니던 때인 1983년 KAL격추사건이 일어났고 UN본부 앞 함마슐드 광장에의 소련규탄 데모대에 자신도 모르게 끼게 되었고 그것은 너무 당연했고 ‘뉴욕의 한인’이라는 것을 자각시켰다.
87년 결혼한 황현주의 남편은 미국 풀뿌리 운동 김동석 시민참여센터 상임이사로 슬하에 브랜다이스 대학 졸업후 컨설팅 펌에서 일하는 아들이 있다. 공부를 다시 시작한 것은 아들이 세 살때다. 남편은 LA 4.29 폭동이후 한인의 정치적 힘을 키우고자 했고 황현주는 가장 잘할 수 있는 교사를 하고자 뉴저지 주립대 윌리엄 패터슨 대학교에서 사회학/ 초등교사 과정을 공부했고 자격증을 받았다. 패터슨2공립학교에서 일하다가 15년 전부터 패터슨 르네상스 제일공립학교에 근무 중이다.
한국학교 교사를 시작한 것은 1994년, 브루클린 한인교회의 한국학교 교사를 3년간 한 다음 아들이 5학년때 집근처인 뉴저지한국학교에 가게 되면서 함께 교사가 되었다.
“그동안 750명 정도 졸업했는데 졸업생이 학부모가 되어 자신의 아이들을 데리고 오고 있다. 그들이 졸업식에서 송사했다, 답사했다고 말하면 감개무량하다.
미국 공립학교, 주말 한국학교, 협의회 일들이 너무 바쁘고 힘들어 그만두고 싶을 때가 많다. 일요일이면 늘 다리가 퉁퉁 부었다. 집안일을 잘 도와주는 남편이 보다 못해 하나만 포기하라고 하지만 오자마자 교장실에 들러 인사부터 하는 어린 이, 대학생이 되고 전문인이 되어 한글 손편지를 보내주는 제자들이 늘 이 자리를 지키게 만든다.”는 그다.
“주중에는 영어, 주말에는 한국말을 쓰다보니 때로 영어도 잘 못하고 한국말도 잘 못하는 것같다”며 1.5세들은 양쪽 문화에 익숙하다는 측면보다는 양쪽에 모두 서툴다는 것에 더 가깝다고 덧붙인다.
▲봉사에 앞장서는 차세대
그는 1.5세 교사로서 자신이 갈 길을 확실히 알고 있다.
“한국학교는 1세 교사들의 희생과 봉사로 운영되어 왔다. 1.5세들은 한국학교 교사 1~2년이면 힘들어서 못하겠다고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한인커뮤니티가 필요한 때만 왔다 가지 말고 열심히 봉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제 역할이 바로 차세대를 끌어들이는 일이다. ”는 황현주는 “코리안 아메리칸의 새로운 문화를 미국사회와 한국사회에 알리면서 차세대 정체성을 확립하고자 한다.”고.
가는 길은 힘들지만 의롭고 옳은 일이기에 묵묵히 걸어가고 있는 그에게 한인사회의 미래를 맡겨도 될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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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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