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새 정부가 인선한 공직후보자들에 대한 논란이 거세다. 국회의 인사청문회와 뒤따르는 논란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우리가 곁에 두고 싶은 착한 이웃을 뽑으려고 하는 건지, 법과 절차에 따라 국민의 뜻을 집행할 공직자를 뽑으려고 하는 건지가 헷갈린다. 공직후보자의 도덕성 문제가 너무 부각되어서 검증되어야 할 다른 문제들을 덮어 버리고 있다.
도덕성이 공직자를 고르는 최고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면, 법 없이도 살 만한 우리의 선한 이웃을 행정부로 보내면 될 일이다. 그러나 과연 도덕적으로 흠이 없어야 공직을 잘 수행할 수 있는 걸까?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고 인품이 의심스러운 사람이 공직을 훌륭하게 수행할 가능성은 없는 걸까?
정치철학자들은 오래 전부터 사적으로 윤리적인 것과 공적으로 정의로운 것이 반드시 일치하지 않으며, 때때로 둘이 긴장관계에 놓이기도 한다는 사실을 지적해왔다. 가령 마키아벨리는 정치 지도자의 자비로운 인품이 때로 공적인 차원에서는 온 나라를 위험에 빠뜨리는 악덕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법과 원칙을 세워야 할 시점에 지도자가 마냥 자비롭기만 하다면, 사회 전체의 무질서가 초래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는 오히려 잔혹할 정도의 처벌로 본보기를 세우는 지도자가 인품 좋은 사람보다 공적으로 나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한다. 착한 사람에게 요구되는 사적인 덕목과 유능한 지도자에게 요구되는 공적인 덕목은 다르다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최근 공직후보자들에 대한 논란에서는, 후보자들이 맡게 될 공적 직무에 적합한 역량을 갖췄는지에 대한 검증은 느슨한 반면, 사적인 도덕성에 대한 기준은 상당히 높게 제시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도덕성을 검증한다면서 후보자의 사생활을 모두 들춰내는 ‘망신주기’ 식 검증은 특히 문제가 있다. 이것은 대중들의 정치에 대한 혐오를 부추기고, 신선한 인물들이 공직 진입을 망설이게 만든다는 점에서 건설적이지 않다.
인사검증 과정에서 매번 같은 논란을 반복하기보다, 공적인 것과 사적인 것에 대한 구분을 진지하게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미국의 정치철학자 한나 아렌트가 일찍이 지적했듯이, 인간의 삶에는 공동체의 구성원 모두에게 공개되어 토론될 필요가 있는 문제가 있는가 하면, 다른 사람의 시선으로부터 보호받아야 하는 사안이나 영역들도 있다.
공인이라고 해서 직무수행과 별 상관없는 사생활이 대중의 시선 앞에 발가벗겨져야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과연 위장전입의 횟수나 왕래가 뜸한 가족의 세금탈루, 수십 년 전 논문의 결함 따위를 그렇게까지 중요하게 다뤄야 하는가?
오히려 나는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사이비 역사학을 신봉한다는 의혹이라든가, 청와대 행정관이 여성 차별적 편견으로 가득한 책을 내놓은 적이 있다는 사실이 더 심각하게 다뤄졌어야 한다고 본다. 적어도 내 곁에 두고 싶은 ‘사인’으로서의 이웃이 아니라 ‘공직’ 후보자에 대한 검증과정이라면 말이다.
공직후보자들이 공적 직무에 적합한 역량에 더해 사적 차원의 도덕성까지 갖추었다면 더 이상바랄 게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선한 인간들로만 채워진 이상적인 공동체가 아니라, 때 묻지 않은 사람을 찾기 힘든 현실 사회에 살고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모든 면에서 완벽한 사람을 찾을 수 없다면, 직무에 적합한 경력과 소양을 갖춘 사람이 공직에 올라가는 것이 맞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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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준 / 콜로라도대 정치학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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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당신은 아직 학생이고 아직 멀었다는것이다.... 전쟁중에 적군에게 맹자왈 공자왈 하면 죽고 없어진다는 것을 언제 배울고....참 유치원생같이 순진하구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