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잊고 싶은 메시지’10초 안에 삭제…10대의 취향을 저격하다
▶ 사진·동영상 자동삭제 스냅챗, 기존 SNS서 없던 역발상 전략… 소수 절친과 깊은 소통에 초점

에번 스피걸 스냅 최고경영자가 2013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스냅 본사에서 언론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그의 뒤로 스냅챗의 로고인 하얀 유령이 노란 벽 위에 그려져 있다. 스냅챗은 메시지를 받으면 최대 10초 내에 사라지는 기능이 있어‘유령 메신저’ 라 불리며 10대들로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AP]
지난달 2일 뉴욕 월가의 뉴욕증권거래소(NYSE) 정문에 성조기와 함께 노란 바탕의 현수막이 내걸렸다. 거래소 내부 곳곳에 설치된 시황 모니터에는 하얀 유령이 등장했다. 오전 9시 검은 정장에 노란 넥타이를 멘 한 젊은 남성이 단상 위에 올라 뉴욕 증시 상장을 알리는 벨을 누르면서 ‘300억달러 이상에 달하는 정보기술(IT) 공룡’의 탄생을 전 세계에 알렸다. 그는 최근 전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모바일 메신저‘스냅챗’ (Snapchat)을 개발한 회사 스냅(Snap)의 공동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에번 스피걸(27) 이었다.
스냅챗은 사진과 영상을 보낼 수 있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으로 보낸 메시지를 상대방이 확인하면 10초 내에 삭제돼 ‘자폭 메신저’, ‘단명 메신저’라 불리며 젊은 세대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다. 현재 이 앱을 매일 사용하는 이용자 수는 1억6,000만명, 하루에 이 앱을 통해 공유되는 사진은 3억5,000만장을 넘는다. 공모가 17달러였던 스냅의 주가는 상장 첫날 주당 24.48달러에 거래를 마치며 44%나 급등했다. 화려한 신고식이었다. 이날 상장으로 스냅은 기업가치가 330억달러인 기업이 됐고, 이 회사 주식 20%(2억2,300만주)를 보유한 스피걸은 단숨에 자산이 44억달러로 불어 IT업계의 최연소 억만장자로 자리매김했다.
■ 유복한 환경에서 자란 엘리트 출신
스피걸은 1990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의 부촌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아버지와 어머니 모두 아이비리그 출신 유명 변호사인 덕분에 풍족한 유년시절을 보냈다. 16세 때 자동차운전면허를 딴 뒤 아버지로부터 10만달러를 호가하는 캐딜락과 BMW 550i를 선물 받고, 스노보드를 타기 위해 전용 헬기를 타고 캐나다를 방문한 일화는 유명하다. 미국 영화배우 잭 블랙, 케이트 허드슨, 조나 힐 등 유명인사들이 다닌 산타모니카의 사립 명문 크로스로드 고교를 졸업한 뒤 스탠퍼드대 산업디자인학과에 진학했다.
■‘사라지는 사진’, 대학 수업과제를 창업 아이템으로
2011년 4월 스피걸은 친구 중 한 명이 메신저로 사진을 잘못 보낸 것을 후회하는 모습을 보고 창업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보낸 사진이 사라지게 만드는 앱이 있으면 어떨까’라고 생각해 학과 수업 과제로 ‘사라지는 사진’(Impermanent Photo) 이라는 제목의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상상에 머무르지 않고 스피걸은 머피와 함께 상대방에게 사진이나 동영상 등을 보내면 일정 시간 후 게시물이 사라지는 메신저 앱인 스냅챗을 개발했다.
앱을 개발한 뒤 그들은 대형 쇼핑몰 등에서 시연하며 이용자들을 모집했지만 큰 관심을 끌지 못했다. 하지만 얼마 후 스피걸의 사촌동생이 앱을 설치해 친구들과 사용하면서 10대 사이에 입소문이 퍼졌다. 친한 친구들과 실시간으로 사진이나 동영상을 주고 받지만 기록이 남지 않기 때문에 부모와 학교의 간섭과 감시에서 벗어날 수 있다. 10대들의 욕구를 만족시킨 것이다. 10대들로부터 인기를 끌면서 스피걸은 2011년 9월 창업하고 본격적인 서비스 개발에 착수했다.
사진이나 동영상을 다양하게 보정할 수 있는 필터 기능을 더했고, 귀여운 유령 모양의 캐릭터를 만들었다. 앱 출시 후 2년 만인 2013년 하루 이용자 수가 3,000만명을 넘어섰다. 2014년 시장조사업체 컴스코어 조사에서 스냅챗은 미국 젊은층(18~31세)에 인기 있는 앱 순위에서 페이스북과 트위터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신생기업 스냅챗에 날개를 달아준 것은 다름 아닌 세계 1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업체인 페이스북이다. 스냅챗의 성장을 눈여겨보던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 겸 CEO는 2013년 스냅챗에 현금 30억달러에 인수하겠다고 제안했다. 당시 스냅챗은 이용자 수는 급격하게 불어나고 있었지만 광고매출 등 수익은 미미했다.
■ 역발상 전략으로 페이스북 대항마로 우뚝
페이스북 인수 제안 거절 이후 스냅챗은 승승장구했다. 2014년 말 하루 이용자 수가 5,000만명을 넘어섰고 지난해 말에는 1억6,000만명을 돌파했다. 지난해 스냅챗의 광고매출은 전년 대비 500% 증가한 4억450만달러를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올해 광고매출이 9억4,000만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스냅챗의 성공에는 기존 SNS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역발상 전략이 통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스피걸은 2015년 스냅챗 광고 동영상에서 스냅챗의 특성에 대해 “나의 정체성은 내가 바로 여기에 있다는 것”이라고 요약했다. 불특정 다수에 노출되는 SNS 특성상 개인의 정체성은 과대 포장되거나 규정화되기 쉽다. 예컨대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멋지고 좋은 모습만 올리고 자신이 원하는 인물을 흉내 내는 일이 많다. 스피걸은 이 같은 SNS 특성에 불편함을 호소했던 젊은 세대들을 파고들었다.
■ 차세대 IT업계 거물? 할리우드 스타?
폐쇄적인 경영방식과 달리 그의 사생활은 신문과 방송에서 연일 대서특필되고 있다. 2015년 명품브랜드인 루이비통 행사장에서 만난 슈퍼모델 출신 연인 미란다 커(34) 와의 일거수일투족이 보도되면서 ‘할리우드 스타’ 취급을 받고 있다. 스피걸은 지난해 커와 약혼을 발표하고, 영화배우 해리슨 포드의 저택을 1,200만달러에 샀다. 월가 경제전문가들은 “그가 보여줘야 하는 것은 유명한 여자친구가 아니라 혁신적인 기술과 투명한 경영 자질”이라며 “변덕스러운 10대들을 기반으로는 사업을 지속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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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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