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자 프로배구 삼성화재의 신임 사령탑에 오른 신진식 감독이 5일 경기 용인 삼성휴먼센터 체육관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용인=류효진 기자
신진식 삼성화재 신임 감독
“플레이오프 탈락 지켜보니혼자 잘 하려는 선수는 있어도팀에 헌신하려는 선수 없더라
선수들 특유의 끈끈함 되살려기본기 갖춘 단단한 팀 만들 것”
남자 프로배구 삼성화재 체육관인 경기용인시 기흥구 삼성휴먼센터 한쪽 벽면은팀 우승의 찬란한 역사를 담은 현수막으로가득하다. 신진식(42) 삼성화재 신임 감독은 “삼성화재 감독은 프로배구 사령탑으로 더이상 오를 게 없는 자리 아니냐”고 했다. 팀에 대한 엄청난 자부심과 부담감이 없으면 ‘감히’ 할 수 없는 말이다.
삼성화재는 지난 3일 신진식 감독 선임을 발표했다. 공교롭게 이날 최태웅(41) 감독이이끄는 현대캐피탈이 2016~17시즌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차지했다. 신 감독과 최 감독은 선수 시절 한솥밥을 먹으며 ‘삼성화재 왕조’를 이끈 두 주역. 올 시즌 처음으로플레이오프에도 오르지 못한 삼성화재의 부진과 삼성화재의 벽에 막혀 늘 준우승만하다가 10년 만에 정상에 오른 현대캐피탈이 묘하게 오버랩 됐다. 5일 신 감독을 만났다.
원래 이날 삼성화재 선수단은 수원 광교산을 오르기로 했다. 기자도 함께 등산하며 인터뷰할 예정이었는데 하루 종일 내린 비로 취소됐다.
신 감독도 선수시절 산을 참 많이 탔다.
그는 러닝 훈련의 일환이지만 등산하며 느끼는 바가 적지 않다고 했다. “인내, 끈기,힘들 때 스스로 이겨내는 법 등 많은 걸산에서 배웠죠.” 신 감독은 1990년대 중반부터 김세진(43) OK저축은행 감독과 함께 한국 배구를 이끈 거포 출신이다. 신치용(62) 삼성화재 배구단 단장이 감독일 때 그 아래서 실업리그 7연패, 77연승의 대기록을 달성했다.
188cm의 크지 않은 키에도 가공할 점프력과 빠른 스윙으로 ‘갈색폭격기’라 불렸다.
화려한 공격 못지않게 완벽한 기본기를 갖춘 전천후 플레이어였다. 그가 은퇴한 후 수많은 ‘제2의 신진식’이 등장했지만 곧 사라졌다. 2007년 은퇴 후 국가대표 트레이너와 홍익대 감독, 삼성화재 코치를 거쳐 지휘봉을 잡았다.
신 감독은 훈련 분위기부터 바꿀 참이다.
그는 “그냥 따라 하는 훈련은 몇 시간을해도 아무 의미가 없다”며 “훈련 외 시간에는 뭘 하든 간섭하지 않겠다. 프로답게 대할 거다. 하지만 훈련 시간만큼은 감독인 내 것이다”고 강조했다.
고비에서 더 큰 힘을 발휘하는 삼성화재특유의 끈끈함이 사라졌다는 평이 나온다.
삼성화재의 플레이오프 탈락을 밖에서 지켜본 신 감독은 “선수들 각자가 자기만 생각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혼자 잘 하려는선수는 있어도 팀에 헌신하려는 선수는 없더라”고 진단했다.
‘백전노장’ 단장(신치용)과 초보 감독(신진식)의 동거를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신감독도 “누군가 ‘신치용 총감독에 신진식수석코치’ 아니냐’고 그러더라”고 털어놨다.
하지만 그는 전혀 개의치 않는다.
앞으로 펼쳐질 삼성화재 ‘레전드’ 출신인최태웅-김세진-신진식-김상우(44^우리카드감독)의 지략대결이 흥미진진하다. 하지만 신 감독은 “그건 언론이나 팬들이 만든 구도일 뿐이다”며 “저와 김세진 감독의 대결이 아니다. 어디까지나 팀과 팀의 대결이다”고 강조했다.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의 경우 올 시즌코트 안의 6명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이른바 ‘스피드 배구’로 주목 받았다. 신진식 감독이 추구하는 배구의 철학은 뭘까.
그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기본기를 갖춘 단단한 팀, 딱 그겁니다.
그 앞에 붙을 수식어나 단어는 생각해 본적 없습니다. ”체육관 또 다른 쪽 벽에는 ‘전승불복(戰勝不復^영원한 승자는 없다)’ ‘신한불란(信汗不亂^땀을 믿으면 흔들리지 않는다)’ ‘겸병필승(謙兵必勝^겸손하면 반드시 이긴다)’ ‘헌신(獻身)’이라고 적힌 현수막이 붙어있었다. 그쪽을 보던 신 감독이 말했다. “저중에 가장 중요한 게 뭔지 아세요? 젤 오른쪽(헌신)입니다.”그가 어떤 배구를 보여주려고 하는 지 짐작이 갔다.
<
용인=윤태석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