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모스 같이 여리여리한 여자 아이들이 부러웠었다. 순정만화의 주인공은 왜 항상 가늘고 약하고 아플까. 나도 언젠가는 좀 덜 씩씩하고 좀 더 청순한 여자가 되어보고 싶었다. 어릴 때 이야기다.
기초체력의 중요성을 귀가 아프게 강조하셨던 엄마 덕분에 끼니를 거른 적이 거의 없어서 그랬는지, 다행히 자라면서 크게 아픈 적이 없이 건강했다. 철들고 보니 그때의 잔소리가 참 감사하다.
문제는 정작 내가 엄마가 되고 나서 부터였다. 내가 이렇게 약했던가 할 정도로 쉽게 피곤하고 자주 아프기 시작했다. 하늘이 노래지는 분만의 고통을 두번이나 겪었으니.. 하며 출산은 나 혼자 한 것처럼 합리화하며 살았다.
하지만, 역시 나이가 드니 신체의 모든 곳이 노화되는 게 명백하게 보인다.
몇 주 전, 둘째 아이가 열이 나기 시작했다. 별거 아니라고 생각해 해열제만 주다 기침이 심해져 병원에 갔더니 독감이란다. 독감 약은 발병 48시간 안에 먹어야 하는데 타이밍을 놓치는 바람에 아이가 내리 2주를 꼬박 아팠다.
늘 씩씩하고 에너지 넘쳤던 아이가 고열로 시름시름 앓고 있는 모습을 보는 것은 참 힘들었다.
일하면서 아픈 아이를 간호하다 보니 나도 온 몸이 욱신거리기 시작했다. 일단 아픈 아이가 먼저라 내 병은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몸살이라 생각하고 진통제만 복용했는데 한쪽 코가 슬슬 막혀 오더니 이내 머리가 깨질 것 같았다. 병원에서는 독감이라고 했다.
온 몸의 근육들이 자주 독립을 외치는 고통과 극심한 편두통으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었는데, 거의 나아가는 것 같았던 둘째가 기침을 심하게 하더니 피를 토했다. 폐렴이었다. 나는 2주간 휴강을 했고, 남편은 회사에 휴가를 내서 나 대신 아픈 아이 옆을 지켰다. 다행히 이 난리 통에도 아프지 않았던 큰 아이는 아무도 신경써주는 사람 없이 혼자 알아서 밥을 챙겨 먹고 학교를 다녔던 듯하다.
그 시간들을 어떻게 벼텨냈는지 기억이 안난다. 솔직히 말하면 다시 기억하고 싶지 않다.
항생제 주사를 맞고, 몇 통의 약을 먹고, 시간이 한동안 흐르고 나서야 우리는 살아났다. 약을 먹지 않고 잘 수 있었던 게 얼마만인가.
다시 태어난 기분으로 창문을 열어보니 그 사이 날씨도 많이 따뜻해 졌다. 뒷마당 한 켠에 자리 잡은 매실나무 가지가지에 맺힌 꽃망울이 눈물겹게 반가웠다.
하늘은 파랗고 공기는 상쾌하고.. 이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신 창조주에게 감사를 드리는 마음이 저절로 우러나왔다. “
우리 행복하자. 아프지 말고, 아프지 말고… 행복하자 행복하자. 아프지 말고, 그래 그래”
자이언티라는 가수가 부른 “양화대교”라는 노래의 일부분이다. 생각해보니 행복의 필요조건은 건강이었다. 기초체력을 강조하셨던 부모님의 말씀은 언제나 옳았다. 다이어트는 무슨... 앞으로는 무조건 건강이다!
<
지니 조 마케팅 교수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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