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를 구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거치게 되는 인터뷰는 누구에게나 녹록치 않다. 미국에서 대학교수를 뽑는 인터뷰 과정도 빡빡하기로 유명하다. 학교나 프로그램마다 차이는 있지만 보통 인터뷰 일정으로만 1.5일이 소요된다. 장거리 이동이 기본인 미국에서는 2박 3일 일정이 기본이다.
보통 조찬 미팅에서부터 시작해 저녁식사에 이르기까지30분 혹은 1시간 단위로 계속 인터뷰가 진행된다. 일대일 혹은 일대다 미팅을 하는데 만나는 대상은 동료 및 선후배 교수들, 학과 및 단과대 보직 교수들, 학교 행정 직원들, 대학원생들 등이다.
지원자는 아침 7시부터 저녁 9시까지 개인시간 없이 공식적 스케줄대로 움직이며 자신의 연구와 경험과 생각을 이야기하고, 만나는 다양한 사람들은 다각도로 지원자에 대해 알고 이해하기 위해 노력한다.
보통 이 과정은 하루에 끝나지 않고 다음 날에도 반나절 정도까지 이어지고, 결국 지원자는 공항에 가는 순간까지 관찰대상이 된다.
지난 11월 우리 학과는 이러한 과정을 거쳐 새로운 교수 한 명을 뽑았다. 경쟁이 심한 서류심사 과정을 거쳐서 학교 방문 인터뷰에까지 오는 최종 두세명의 지원자들은 이미 연구 경력과 잠재력을 인정받은 것이다. 그래서 인터뷰부터는 소위 인기투표와 다름이 없다는 이야기가 있다.
지원자들은 인터뷰 과정에서 특별한 성격적 결함이나 문제 사항이 발견되지 않으면, 구성원들의 투표에 의해 순위가 매겨진다. 여기서 1등을 해야 첫 오퍼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나 역시 과거 지원자였고, 정반대로 평가자의 역할도 맡았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겪으며 어떻게 사람이 사람의 마음을 얻는 지,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또한 한번 산 마음을 지속하는 것 역시 또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새삼스럽게 느끼게 되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그 인터뷰 기간 내내 끊임없이 자신을 보여 주고 나서도 불합격을 하고 나면 기분은 씁쓸하다. 한 남자 선배는 이런 말을 했다. “나는 나를 다 보여 줬는데, 그 결과가 오퍼로 오지 않으면 여자친구에게 실연 당한 기분이 들더군…”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은 직장을 구하거나 연애를 하는 데만 국한된 문제는 아닌 것 같다. 물건이나 음식 혹은 서비스를 파는 사람도 결국은 고객의 마음을 얻어야 지속적인 성공이 가능하다.
정치인들도 마찬가지이다. 한국에서는 차기 대선을 앞두고 민심을 얻으려는 정치인들의 행보가 이어진다. 이들은 마음을 얻기 위해 발언하고, 또 마음을 얻기 위해 발언을 취소하고 사과하는 일들이 이어지는 것 같다.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은 직장을 갖고 싶은 사람에게나, 돈을 벌고 싶은 사람에게나, 연애를 하고 싶은 사람에게나, 대통령이 되고 싶은 사람에게나 결국 마찬가지의 숙제가 아닌가 싶다.
수많은 색깔로 이루어져 있고 심지어 수시로 변화하는 사람의 마음을 산다는 그 숙제 앞에서 우리는 때로 전략이 필요할 수도 있고, 때로는 그저 진심만이 답일 수도 있다.
또 때로는 모든 걸 동원해도 안 되기도 하니, 그때 느끼는 헛헛함은 우리 삶의 공통분모이다.
<
양지승 매릴랜드대 교육학 교수>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