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차 오랜만에 한국을 찾았다. 찬바람에 옷깃을 여미면서도 반가운 사람들과 만날 생각에 흥이 났다. 서울은 여전히 활기가 넘치고 사람들은 바쁜 걸음을 재촉하고 있었다.
도착한 다음날 한 통신사 사무실에 들러 휴대전화 심(sim)을 구입했다. 이것이 있으면 미국 휴대전화로 한국에서 음성 통화와 데이터 사용이 가능해질 뿐만 아니라 그 통신사에서 제공하는 와이파이(wi-fi)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미국이나 다른 나라에서는 특정 건물 실내에서만 와이파이 연결이 가능한 반면 서울에서는 도심 전체에서 통신사 무료 와이파이가 제공되고 있었다. 지상은 물론이고 지하철에서도 와이파이가 자동으로 연결되어 유비쿼터스(ubiquitous)를 실감케 했다.
비단 인터넷뿐만 아니라 한국 혹은 서울에 대한 보편적인 인상은 ‘빠르다’는 점이다. 사람들의 발걸음과 손놀림도 날래고 첨단 기술과 새로운 문화에 대한 접목도 빠르다.
저녁 늦게 이마트에 들러 장을 봤을 때의 일이다. 분명 내 뒤에 기다리는 손님이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계산대의 직원은 순식간에 바코드 스캔을 끝냈다. 지갑에서 카드를 꺼내는 나의 손이 상대적으로 굼떠 보일 정도였다. 지하철역이나 기차역과 같이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는 스마트 홈을 위한 첨단기기 광고를 쉽게 볼 수 있었다. IoT (Internet of Things)와 같은 최신 기술 용어들도 광고 문구에 자주 쓰이고 있었다.
한국이 IT 강국이 되고 한류 중심지가 될 수 있었던 것이나 한인 이민자들이 비교적 빨리 정착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한국인 특유의 부지런함 덕분일 것이다.
그렇지만 한국 혹은 서울의 진정한 매력은 이런 빠름 속에서 유구한 세월을 천천히 흘러온 느림을 발견할 때가 아닌가 싶다. 이번 방문에서 특히 깊은 인상을 받았던 것은 종로에 위치한 종묘를 방문했을 때였다.
종묘는 조선시대 역대 왕과 왕비의 신주를 모신 곳으로 (광해군과 연산군 제외) 종묘 제례악과 더불어1995년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전 세계에 왕과 왕비가 거처하는 궁은 많지만 돌아가신 왕과 왕비를 기리기 위한 곳은 드물기 때문이다. 더욱이 궁마다 무료 해설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어서 미처 챙기지 못하고 놓치고 넘어갈 수 있는 부분까지도 쉽게 배울 수 있다.
비단 종묘뿐만 아니라 서울에는 고층 빌딩 사이로 정겨운 문화유산이 가득했고 소소한 서민 먹을거리도 여전했다. 번화가에서 조금 떨어진 뒷길에는 그 옛날 추억이 담긴 생선구이 닭한마리 선어횟집들이 성업하고 있었다.
빠름과 느림, 새로움과 전통, 현재와 과거가 공존하는 서울이다. 이런 모습들이 앞으로 더 세월이 가도 변하지 않기를 바라며 서울 나들이를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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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정 시스코 선임 프로덕트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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