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의 버킷 리스트에 들어 있는 아이슬란드 여행, 평생 한번 볼까말까 하다는 오로라를 보고자 아이슬란드에 왔다. 물리적인 거리보다 심리적인 거리가 훨씬 먼 곳이다. 유럽 내에서도 항공편을 이용해야 올 수 있는 섬나라이기에 선뜻 오게 되지 않는 나라. 몇 권의 여행기에서 만난 아이슬란드의 기억은 자연이 아름답고 추운 나라였다.
일주일을 머물다가 이제 돌아가는 길, 공항이다. 7일간 머물면서 알게 된, 아이슬란드에 대한 오해 몇가지를 밝히고자 한다.
첫째, 1-2월의 날씨가 0도 전후이지만, 바람이 세차게 불어 체감온도는 그보다 10도 정도는 낮다는 블로그 글들을 보고, 융털 기모, 패딩 바지까지 챙겨왔지만, 입을 일이 많지 않았다. 기온은 0-10도, 바람도 바닷가 외에는 크게 불지 않아서 무척 따뜻한 봄 날씨였다. 수도 레이캬비크 거리를 5-6시간 걸어도 춥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한국의 지인들이, 한국도 추운데 더 추운 곳으로 갔다고 걱정하는 문자를 보내왔다. 하지만 실상은 추위를 피해서 도망온 여행객처럼 따뜻하게 일주일을 보냈다.
둘째, 해가 떠 있는 시간이 중요하다. 해가 진 후엔 산책을 하거나 운전을 하기도 위험할 수 있기에, 해가 떠있는 시간이 여행 중 활동할 수 있는 시간의 전부가 되곤 한다. 아이슬란드 겨울의 낮 길이는 짧다. 백야의 반대인, 극야 시즌이기 때문에 10시 정도에 해가 떠서 오후 4시면 해가 진다.
긴긴밤 뭘 하며 보내야 할지 걱정 아닌 걱정을 하고 왔는데…해가 뜨는 건 10시가 맞지만, 그 전에 어스름하게 밝아오기 시작하는 시간은 9시 전후다. 해가 질 때도 마찬가지다. 7-8시간이면 야외 활동을 하는 시간으로는 충분하다.
그리고 그 어둡고 긴 밤 속에 머무는 느낌은 고요와 평온이었다. 한없이 게을러져도 괜찮을 것 같은 안도감. 게을러진 만큼, 시간은 천천히 흘러간다. 아무리 어두워도 아침 7시부터 문을 여는 빵집과 카페들이 있고, 밤늦게까지 문을 여는 레스토랑들도 많다. 그래서 해가 짧아도, 아니 오히려 해가 짧아서 여행자들에게는 편안한 휴식의 시간을 안겨주는 곳이다.
셋째, 운이 좋아야 볼 수 있다는 오로라. 오로라 지수가 높을수록 오로라를 볼 수 있는 확률이 높다. 하지만 아무리 오로라 지수가 높아도, 날씨가 흐려서 구름이 많으면 오로라를 볼 수 없다. 섬나라인 아이슬란드의 날씨는 변화무쌍하다. 비가 오다, 눈이 오다, 바람이 불고, 흐린 하늘의 반복이다.
그래서 오로라 관측이 어려운 나라라는 걸, 와서야 알았다. 아무튼 여행 3일째 되는 날, 드디어 오로라를 보았다. 그런데, 사진에서 보았던 그 영롱한 초록빛의 오로라는 아니었다. 푸르스름하기도 하고, 초록빛을 머금은 구름 같기도 한, 순간순간 모양을 바꿔가며 까만 하늘에 펼쳐지던 오로라. 사진기에 담긴 오로라는 육안으로 볼 때보다 훨씬 진한 초록빛이었다.
원래 오로라는 그렇단다. 검색을 해보니, 인간의 눈으로는 그 고유한 빛깔을 다 담아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영상이나 사진으로 만나는 오로라를 인간의 눈으로는 똑같이 볼 수 없다는 사실. 조금은 아쉬웠지만, 인간의 한계를 체험한다.
경험 없는 앎이란 존재할까. 경험 없는 깨달음이 존재할 수 있을까. 책의 효용에 대해 생각해 본다. 짧은 인생, 제한된 에너지로 모든 세상을 경험할 수 없기에, 여전히 책으로부터의 배움도 중요하다.
그럼에도,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무조건 시도해 봐야 한다. 머릿속에 들어있는 지식만으로 자만해선 안 된다는 것을, 여행의 순간마다 깨닫는다.
<
김진아 소셜네트웍 광고전략팀장>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