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을 살아보니’ 는 97세인 철학자 김형석 교수의 책 제목이다. 그는 책에서 자신에게 최절정의 삶, 인생의 황금기는 60-75세 시기였다고 한다.
공부를 잘해서 흔히 말하는 명문대를 졸업한 사람들에게는 함정이 있다. 20대 초반에 대학을 졸업하고 나면, 배울 만큼 배웠고 남들보다 잘났다는 생각에 빠져 인생을 살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것이 본인에게 독이 된다는 것도 모른 채 말이다.
요즘 한국 사태와 관련해 청문회장에 선 우 모씨는 만 20세 때 사시를 합격한 인재로 엘리트 중의 엘리트라 불렸던 사람이다. 그의 뻔뻔한 태도를 보면서 그를 존경할만한 어른으로 생각하는 이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20세 초반에 성숙한 인격을 완성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공부를 잘하는 자질은 인정한다 하더라도 인격은 다르다. 인격의 성숙이 어디 공부로 되는 일이던가.
지금 불혹의 나이를 맞고 있다. 20세에서 20년을 더 살고 보니 나의 20대가 얼마나 불안했고, 자만했고, 미숙했던가를 깨닫는다.
그리고 지금도 아직 갈 길이 멀었음을 알기에, 백년을 산 철학자가 말한 인생의 절정기는 아직 멀었음을 실감한다.
그렇다고 60세가 되면 누구나 그 황금기를 맞이하게 된다는 말은 분명 아닐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스스로에 대한 성찰과 끊임없이 성장하고자하는 노력을 지속하지 않는 한, 그 황금기는 맞이하지도 못한 채 생을 마감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백년을 살아온 철학자의 경험에서 우러난 그 말이 아니더라도, 나를 돌아보고 더 성장하고자 하는 노력을 게을리 하고 싶지 않은 이유는 자만에 빠져 권위에 목매는 못난 어른이 되고 싶지 않은 간절한 마음 때문이다.
그리고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정말 더 성장하고 성숙하고 싶은 욕구 때문이다. 나의 인간적 성장이 이미 멎은 것이라면, 동물적인 삶 외에 내게 남은 것은 무엇이겠는가.
어린 시절의 뛰어난 성적이, 때로는 삶을 더 발전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닫아버릴 수도 있다는 그 아이러니를, 과연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은 알고 있을까. 알고 있다면, 성적만을 위한 공부로 닦달하지는 않을 텐데 말이다.
물론 성적이 좋지 않아야 훌륭한 인격 수양이 가능하다는 말은 물론 아니다. 공부만 잘하면 된다는 식의 훈육이 문제라는 말이다.
이 나이에도 여전히 묘한 긴장감을 갖고 새해를 맞이하게 되는 이유는, 매년 조금은 더 배우고, 조금은 더 성숙하고, 조금은 더 너그러운 인간이 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기 때문이다. 그 바람만큼 나의 결심과 행동이 뒤따르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는 나 스스로에 대한 명령 때문이다.
앞으로 얼마나 더 맞이하게 될지 모를 새해다. 백년을 내다보며 살려고 최선을 다하지만, 어쩌면 올해가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마음으로 올 한해를 또 살아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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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아 소셜네트웍 광고전략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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