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달러화가 올해도 강세를 지속하면서 유로화의 가치가 14년여 만에 달러와 '등가'(等價)를 이룰 수 있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2일 파이낸셜 타임스에 따르면 28명의 전문가를 대상으로 서베이한 결과, 올해 안에 '1달러=1유로'를 점치는 비율이 3분의 2를 넘었다.
지난달 29일 유로화 가치는 유로당 1.05달러를 기록하면서 2016년 연간으로 4% 이상 하락했다.
이는 2008년 고점인 1유로=1.5979달러를 한참 밑도는 수준이다.
달러화는 2011년 미국 국가신용등급이 강등된 시점을 기준으로 하면 3분의 1 이상 올랐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과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의 재정지출 확대 계획을 근거로 올해도 달러화의 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본다.
이들의 예상이 맞는다면 2002년 12월 유로화가 도입된 이후 14년여 만에 처음으로 등가가 실현되는 셈이다.
달러화는 유로화뿐만 아니라, 엔화와 신흥시장 통화들에 대해서도 일제히 강세를 보였다.
16종의 통화 바스켓에 대한 달러화 가치를 재는 지표인 월스트리트 저널 달러 지수는 지난 한해를 3.1%의 상승세로 마감했다.
씨티그룹이 고객사들을 상대로 실시한 서베이에서 개도국과 신흥시장 통화에 대한 달러화 가치는 올해에도 "다소 혹은 급등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약 60%였다.
7억 달러의 자산을 관리하는 선라이즈 캐피털의 크리스토퍼 스탠튼 수석투자책임자(CIO)는 "거의 모든 통화를 팔고 달러화를 사라는 압력이 놀라울 정도로 강력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그는 향후 수개월 동안 달러화에 대한 호주 달러와 일본 엔, 유로화의 가치가 더욱 떨어질 것으로 보고 외환거래 포지션을 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그러나 재정지출을 통한 트럼프 당선인의 인프라 투자와 감세 조치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을 가능성을 우려하며 신중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과거 미국 행정부가 취한 재정지출 확대 정책이 달러화에는 미친 효과가 엇갈렸다는 점도 신중론의 또다른 근거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재정지출 확대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 인상이 겹쳤던 1981~1985년에 ICE 달러지수는 무려 80%가 오르는 기염을 토했지만, 2000년대 초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도입한 감세 조치는 달러화 가치를 올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은 연준이 달러화의 상승을 계속 주시할 것이며 달러화 강세가 미국 경제를 해칠 기미가 엿보인다면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출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달러화 강세는 유로존의 수출 경쟁력을 높임으로써 유럽 경기 회복에는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중국을 비롯한 신흥시장에는 충격을 미치는 악재다.
중국의 경우, 달러화 강세는 자본의 해외 유출을 부추기고 유동성에 압박을 가함으로써 지난해 비교적 안정세를 보였던 이 나라의 주식과 채권 시장을 흔들 수 있다.
한편 달러화 강세는 원유와 각종 원자재 수출에 의존하는 신흥시장에 타격을 미칠 수 있다. 원유를 포함한 원자재는 달러화로 거래되고 있어 달러화 강세가 수요를 압박, 가격 하락을 유도할 수 있다.
신흥시장 정부와 기업들의 달러화 차입 비중이 높은 것도 문제다. 달러화가 크게 오른다면 채무 상환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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