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한 일간지는 현재 대한민국이 겪고 있는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 온 국민이 ‘집단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고 표현했다. “허무하고 허탈하다”며 해외취업 및 이민을 알아보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늘 마음 한켠에 고국에 대한 그리움을 품고 있었던 이민자의 한 사람으로서, 고국의 어려움을 실시간으로 접하는 심정은 매우 아프고 참담하다.
개인적으로 이번 사건이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끼친 큰 폐해 중 하나는 ‘옳지 못한 가치관의 확산’이라 생각한다. 날마다 인터넷을 도배하고 있는 이들이 궁극적으로 얻고자 했던 건 결국 ‘돈’과 ‘권력’이었고, 이런 의혹이 사실로 확인될수록 그것들에서 소외된 대다수의 국민들은 강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됐다.
마치 인생 최대 최고의 목표와 가치인듯 보이는 ‘돈과 권력’이 없는 자신이 한없이 초라하게 느껴져, 정당히 인생의 주요 가치가 되어야 할 ‘사랑과 믿음’ 같은 고차원적인 세계에는 짧은 눈길조차 두지 못하게 된 것이다. 갖지 못하거나 상대적으로 덜 가진 것에 집착하는 삶이 얼마나 불행한지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있다. 그리고 그런 생각이 얼마나 강력히 꼬리에 꼬리를 물어, 탈출하기 힘든 악의 순환을 만드는지도 말이다.
온 국민을 빠져나오기 힘든 불행의 사이클에 강제로 밀어넣었다는 것, 그것이 범국민적 분노를 더욱 가중시키지 않았나 조심스레 짐작해본다.
쉽진 않겠지만 눈을 국외로 조금만 돌려보자. 그곳엔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들이 산다는 ‘덴마크’란 나라가 있다. 그리고 그 나라의 행복의 비결을 공유하는 책이 출간됐다. 마이크 비킹의 신작 <휘게 라이프(Hygge Life)>에는 ‘편안하게, 함께, 따뜻하게’란 부제가 붙어있다.
이 책의 저자는 덴마크 코펜하겐 소재 행복연구소의 대표이다. 의미있는 것은 국민의 행복을 연구하는 이 연구소에서, 국민들의 행복의 뿌리가 단순히 양질의 복지 시스템과 같은 국가 정책이 아닐 수도 있다는 접근을 한다는 것이다. 책의 제목에도 등장하는 ‘휘게(Hygge)’는 영어의 ‘웰빙’과 유사한 의미를 갖는다. 덴마크 국민들은 이 휘게라는 개념을 의식주 같은 기본적인 범주를 뛰어넘어, 날마다 사용하는 언어로, 행복을 찾기 위한 도구로, 진정한 자아를 회복하기 위한 과정 등으로 사용하고 있고, 이것이 덴마크 국민을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들로 만들고 있다는 것이 이 책의 주장이다.
저자는 “휘게는 간소한 것, 그리고 느린 것과 관련이 있다”며, “새 것보다는 오래된 것, 화려한 것보다는 단순한 것에 더 가깝다”고 얘기한다. 또한 그 뿌리에는 ‘서로를 향한 배려’가 있음을 강조한다. 그래서 온전한 휘게가 있는 곳에는 신체적 접촉 없이도 ‘따뜻한 포옹’을 경험할 수 있다고 덧붙인다. 마치 마법과 같지 않은가.
현인들은 문제가 복잡해질수록 본질에 집중하라는 조언을 한다. 도무지 끝이 보이지 않게 엉킨 실타래를 한아름 안고 있는 우리가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선뜻 답이 떠오르지 않는다. 하지만 책에 부제로 앞서 소개한 ‘편안하게, 함께, 따뜻하게’란 표현이 위로가 된다면, 근본적인 것들의 결핍을 경험하고 있는지 스스로를 돌아봐야할 일이다.
감사와 사랑이라는 단어와 가까워지는 연말이다. 이러한 때에 중요한 인생의 가치들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음에 오히려 감사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함께 해준다면 그 시간은 더할 나위없이 소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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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유미 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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