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지영(영디플로맷소사이어티(YDS) 대표)
5살배기 딸이 보는 TV만화에 바다의 무법자 백상어가 나와 자신을 도와주려는 구조대까지 먹어버리려는 장면이 한창이다. 위협에도 불구하고 백상어의 다친 지느러미를 고쳐주려는 구조대의 노력이 흥미로워 나도 어느새 설거지 너머로 눈과 귀가 가 있다. 천신만고 끝에 지느러미를 고쳐주고 허기진 백상어의 마음을 물고기 과자로 달래며 소통을 얻어 낸 구조대의 결말을 행복해 하는 딸을 보며 감사한 마음이 든다.
굳이 아이시스(ISIS)와 북한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10억 엔을 대가로 위안부 소녀상을 철거하라는 일본의 요구 또한 경제 원리를 앞세워 인권유린을 저지른 전쟁범죄를 오늘날에도 재연하며 역사를 가리기에 급급한 백상어의 모습이다. 우리 사회의 정의를 위협하는 백상어들에게도 적용이 될 만한 공조의 통로는 무엇일까?
매년 8월 15일 광복절에 지인들과 8.15km를 걷는 하이킹 피크닉을 준비해 온지 6년째, 올해는 커뮤니티의 야외콘서트 행사에 참여하여 8.15의 의미를 나누는 기회가 되었다. 5살 어린 딸이 돕겠다고 고사리 손에 8.15 브로셔를 챙기는 모습에 내 눈가가 서늘해진다.
아이에게 오늘은 감사하는 날이라고 운을 떼며 ‘8.15’는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평화의 빛을 다시 찾도록 도와주신 분들에게 감사하고 그 빛을 지키기 위해 꼭 기억해야 하는 날이라고 약속한다. 긴 타국살이에 애국자 된다는 말을 절감하지만 ’광복’ 그 말이 울리는 배움을 온전히 이해하기에는 나 또한 8.15를 겪은 세대가 아니지만 비극을 경험한 선열들이 후세를 위해 투쟁하고 물려주고자 했던 큰 평화의 빛을 잃지 않기 위해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를 곰곰이 생각해 본다.
미국에 살면서 참전용사들을 우연히 만날 기회를 가졌다. 19살 청년이 이제 90이 된 마른 눈가에는 여전히 그날의 눈물이 있고 전쟁을 경험도 못해본 나의 손을 잡으며 한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기뻐한다. 대한민국은 현재 2차 세계대전 후 해방된 나라들 중 가장 큰 경제발전으로 다른 나라에 경제 원조를 해주고 있는 유일한 나라이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연합국의 참전용사들을 기념하는 유엔 기념공원이 부산에 조성되어 있으며 참전용사들을 매년 한국에 초대하여 공조와 희생을 통해 다시 찾은 자유와 민주주의를 함께 기념하는 행사를 한다. 대한민국은 다행히 ‘감사’할 줄 아는 나라다.
집근처에 있는 홀로코스트메모리얼에 딸을 데리고 가보았다. 600만이라는 대학살의 역사를 딛고 그들만의 헤리티지를 단단히 바로세우고 있는 유태인들의 역사인식과 2세 교육을 위한 결집력은 세계각지의 주류사회에 영향력 있는 유태인커뮤니티들을 만들었고 홀로코스트의 역사는 미국의 고등과정에도 과목으로 설정되어있다.
숫자로만 따지면 2차 세계대전 사망자의 10%도 되지 않는 유태인사망자들에 대해 그 후세들은 어떻게 세계와 소통하며 이렇게 확고한 역사적 인식을 이루었을까? 세계각지에 있는 기념공원에는 그 승리의 근간이 ‘기억과 감사’를 통한 소통에 있었음을 깨닫게 한다.
유태인이 겪은 6년의 고난은 대한민국이 35년간의 식민지를 통해 겪은 일본의 민족말살정책과 식민시대의 막바지인 2차 세계대전 6년간 더해진 살상과 인권유린의 잔악성에 비할 수가 없다. 그러나 우리의 역사는 어디에서 세계와 소통하는가?
내가 사는 미국의 작은 도시에만 주말학교가 아닌 정규과정의 4개의 유태인 헤리티지 교육기관과 위령공원이 있는 것을 보며 우리도 마땅히 이뤄야 하고 역사의 정의를 위해 실천해야 할 ‘기억과 감사’를 통한 소통의 지혜가 있기를 기도한다.
8.15는 대한민국만의 독립이 아닌 2차 세계대전 종식이 최초로 라디오를 통해 아시아 전역에 울려 퍼지고 세계가 다시 찾은 평화의 빛이다. 연합국의 공조로 이뤄 낸 8.15를 유엔이 전쟁범죄희생자들을 위한 국제기념일로 지정하기를 청원하며 세계가 함께 그 날을 잊지 않고 희생자들의 영혼과 고령의 참전용사들을 예우하며 후세에게 인권의 의미를 되새겨주는 날이 되기를 청원한다. 10억 엔에 위안부소녀상을 철거하라는 이 시대의 백상어를 스스로 고개 숙이게 하는 세계인의 공조가 되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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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영(영디플로맷소사이어티(YDS)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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