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무덥던 여름, 지난 몇 주간은 지구촌 축제라고 불리는 올림픽 관련 소식을 들으며 하루를 시작 했었다. 평소에도 스포츠 중계 방송을 챙겨 보는 편은 아니지만, 개최 전부터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개최지 리우 (Rio de Janeiro )에 관한 뉴스를 접한 터라 큰 관심을 두지 않았는데 우연히 보게 된 개막식 장면은 참 인상적이었다.
처음으로 참가한 '난민팀' 이 올림픽 깃발을 앞세우고 입장하는 모습은 올림픽이 추구하는 '세계 평화'라는 가치의 소중함을 알리기에 충분해 보였고, 개막식 마지막 장면에 모습을 드러낸 성화가 성화대에 이르러 브라질의 마라톤 영웅 '리마 ( Lima)'에게 전해지는 장면은 그 어떤 영화 보다도 감동적이었다.
반데를레이 데 리마 (Vanderlei Cordeiro de Lima),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 브라질 마라톤 국가 대표로 참가해 결승점 4 Km 전까지 1등으로 달리던 그는 유력한 우승 후보였다. 그런데 한 괴한의 방해로 넘어져 페이스가 엉클어진 상태에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메인 스태디움에 들어서서 결승점에 다다를 때까지 환한 미소를 머금은 채 두 팔을 벌려 올림픽 마라톤 완주의 기쁨을 드러냈다.
스태디움에 있던 관중은 물론 TV를 통해 중계방송을 보던 세계의 모든 사람들에게 깊은 감동을 주었고 그 자신은 '마라톤 영웅'이라는 칭호를 얻게 되었다. 비록 비운의 마라토너가 되었지만 'New World ' 를 슬로건으로 정한 이번 대회에서 올림픽 개막을 알리는 최종 성화 주자로서의 영광을 안게 되었다.
가끔씩 듣는 한국 선수들의 승전보가 더 없이 반가웠고 쓰라린 패배에 눈물을 떨구는 어린 선수들을 보며 안타까웠다. 국가나 개인이 누리는 영광과는 별개로 그들이 올림픽을 준비하며 기울인 노력과 최선을 다한 순간은 메달의 색깔이나 순위와 바꿀수 없는 소중한 경험으로 기억되기를 바란다.
3년 연속 3관왕이라는 위업을 달성한 인간 탄환이라 불리는 우사인 볼트 (Usain Bolt) 와 23개의 올림픽 금메달이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세운 수영 황제 마이클 펠프스 (Michael Fred Phelps) 의 올림픽에서의 마지막 경기를 보며 이 시대의 걸출한 두 스포츠 영웅이 극복한 장애와 편견, 그리고 그들이 남 몰래 흘렸을 땀과 노력에 박수를 보냈다. 우사인 볼트와 마이클 펠프스 를 두고 누가 더 위대한 올림피안 인지를 가리는 호사가들의 즐거운 논쟁이 실린 글을 읽으며 즐거웠던것은 덤이었다.
올림픽 기간중에 펼쳐진 수 많은 감동의 순간과 샛별의 탄생을 알리는 뉴스를 보던 중 지난 17일 여자 육상 5000m 예선전에서 경기도중 뒤엉켜 넘어진 경쟁 선수를 일으켜 세우는 감동적인 사진 한장을 마음안에 깊숙히 간직한다.
미국 육상 선수 애비 디아고스티노 ((Abbey D'Agostino) 와 뉴질랜드의 니키 햄블린 (Nikki Hamblin), 서로 일으켜 세우고 절뚝 거리면서 결승점을 통과해 가장 가슴 뜨거운 장면을 연출 한 이 두 선수가 페어플레이 상을 수상했단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국제페어플레이위원회(CIFP)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올림픽에서 승리나 메달, 기록 경신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스포츠맨십" 이라며 "두 선수는 진정한 올림픽 챔피언의 모습을 보여줬다" 는 것이 선정 이유라고 한다.
올림픽 주최측에서 두 사람을 기록과 상관없이 결승에서 뛸 수 있게 기회를 주었지만 그때 생긴 부상으로 남은 경기를 포기해야 하는 디아고스티노선수의 '내 행동이 레이스에서 거둘 수 있는 기록보다 더 바람직했다' 는 말 한마디의 울림이 정말 크다.
이제 올림픽의 성화는 꺼졌고 텅 빈 스태디움에는 그날의 함성이 메아리가 되어 새겨지겠지만 그들이 남긴 수 많은 기록, 그들이 전한 영감과 감동은 오래오래 기억될 것이다. 이제 우리 모두가 일상에서 만나는 내 이웃들과 '함께 만드는 기적'을 보여줄 선수가 될 차례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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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동선/ 전 커네티컷한인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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