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은 지금]
▶ ■ 여당 이정현 대표 선출… 대선구도 흔드는 태풍되나
반기문 총장 <연합>
이정현(전남 순천·3선) 새누리당 대표 선출은‘이변 아닌 이변’이었다. 친박계 대표 등장으로‘도로 친박당’이란 말이 나온 점은 이변이 아니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호남과‘흙수저’ 출신이 보수정당 대표로 뽑힌 점은 분명히 뜻밖이었다. 이런 이변은 내년 대선 구도를 흔드는 태풍이 될 수 있다. 특히 친박계가 당 지도부를 완전 장악함으로써 여당의 대선후보 경선 레이스 지형이‘친박계로 기울어진 운동장’이 될 수 있다.
당장 당내에서는“친박 지도부 출범으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대망론이 탄력을 받게 되고 비박계 대선주자 연합군이 고전하게 됐다”는 얘기들이 나온다. 이 대표는 대선 과정에서 두 가지 역할을 수행한다.
하나는‘킹 메이커’ 이고, 다른 하나는 대선후보 경선 심판이다. 당 지도부가 선거인단 숫자 및 구성 비율, 순회 경선 방법, 컷오프 여부 등 경선 룰을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대선주자들의 유불리가 크게 달라진다.
친박계는 여야 대선주자 지지율 경쟁에서 선두를 달리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대선주자로 영입하는 방안을 1순위로 저울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른바 ‘반기문 꽃가마 태우기’이다, 박심(朴心·박근혜 대통령 의중)도 반기문 카드에 쏠려 있을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친박계는 대선을 앞두고 ‘충청(반기문 대선후보)+호남(이정현 당 대표)+영남(친박계 기반 지역)’의 지역 연대 전략을 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가 대표 경선 기간 중 ‘대선에서 호남 20% 득표’ 공약을 내건 것도 이같은 전략을 염두에 둔 것이다.
반기문 후보 만들기 과정에서 비박계 대선주자들과 치열한 경선을 거치도록 할 것인지, 추대에 가까운 방식으로 진행할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한다. 친박계는 경선 흥행을 위해 신인 가수를 선발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인 ‘슈퍼스타K’ 방식 경선을 추진할 개연성도 있다. 실제로 이 대표는 대표 경선 전에 이런 방식의 대선후보 경선을 검토할 수 있다는 뜻을 밝힌 적이 있다.
친박계는 민심에서 우위를 보이는 반 총장을 띄우는 전략이 어렵지 않다고 보고 있다. 여론조사기관인 리얼미터가 8월 첫째 주에 전국 성인남녀 2,529명을 상대로 실시한 대선주자 지지도 여론조사 결과(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1.9%)에 따르면 반기문 총장은 21.3%로 선두였다. 이어 문재인 전 더민주 대표(19.0%)와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9.0%)는 2, 3위를 차지했다. 그 다음은 박원순 서울시장(6.0%)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5.9%) 오세훈 전 서울시장(5.8%) 손학규 전 더민주 고문(4.5%) 순이었다.
반 총장이 사무총장에서 퇴임하고 내년 1월 귀국한 뒤 초반 검증을 통과할 수 있을지 여부에 대해선 두 갈래 시각이 존재한다. 하나는 “온실 속에서 살아온 반 총장은 아직까지 검증을 받지 않고 좋은 이미지로만 평가를 받았지만 앞으로 날카로운 공격을 받으면 휘청거릴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이다. 반면 “관료 출신으로서 큰 약점이 없는데다 집권세력이 뒤에서 지원하기 때문에 크게 흔들리지는 않을 것”이란 반론도 만만치 않다.
반 총장이 초반 검증 관문을 통과한다면 친박계가 주도하는 당심(黨心·당원 여론)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 이번 대표 경선에서 이정현 후보는 40.9%를 득표해 비박계 주호영 후보(29.4%)를 11.5% 포인트 차로 눌렀다. 게다가 범친박계 후보 중 탈계파를 선언한 한선교 후보(9.9%)를 제외하고 이주영 후보(19.9%)의 득표까지 합칠 경우에는 친박 세력 득표율이 비박 후보보다 두 배 많다. 이번 총선 공천 과정을 거치면서 친박 세력이 크게 확대됐다는 점이 입증된 셈이다.
유승민 의원
물론 친박계 일부에서는 반기문 카드의 불발 가능성에 대비해 대안으로 유승민 전 원내대표와 홍준표 경남지사 등이 조심스럽게 거론되기도 한다. 친박이 만지작거릴 수 있는 카드를 다원화해야 ‘올인’의 위험성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비박 연합군을 갈라치기 하는 데도 유리하다.
김무성 전 대표
현재 새누리당 내부에서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인사들은 대부분 비박계이다. 김무성 전 대표, 오세훈 전 서울시장, 유승민 전 원내대표, 남경필 경기지사, 원희룡 제주지사 등이 그들이다. 이들 외에도 잠재적 주자로 거론되는 김문수 전 경기지사, 나경원 의원 등도 친박계는 아니다.
오세훈 전 시장
비박 대선주자 중에서 김무성 전 대표와 오세훈 전 시장은 이번 대표 경선에서 공개적으로 비박계 단일 후보인 주호영 의원을 지원했다. 결국 주 의원의 패배로 김 전 대표와 오 전 시장도 상당한 타격을 받았다. 비박 대선주자들은 당분간 숨 고르기와 재충전을 하면서 재기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비박 대선주자들은 두 갈래의 반격 기회를 노려볼 수 있다. 하나는 비박 주자들이 스크럼을 짜서 서로 협조하고 경쟁하면서 대선주자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경우가 있다. 이 과정에서 후보 단일화 이벤트를 시도할 가능성도 있다.
다른 방법은 반 총장의 중도하차 또는 친박계의 패착 등을 기다리는 방법이 있다. 우선 반 총장이 대선에 출마하지 않거나 검증 과정에서 조기 낙마하는 경우가 있다. 또 임기 말에 권력형 비리 등 대형 악재가 생기거나 친박 지도부가 당 운영에 실패할 경우 주도 세력 교체론이 제기될 수 있다.
이정현 대표 체제로 ‘반기문 대망론’ 에 더 힘이 실리게 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반 총장의 정치적 미래가 꽃가마가 될지, 아니면 꽃상여가 될지는 지금 예단할 수 없다. 반 총장과 비박 연합군 중에서 누가 여권의 대표 주자가 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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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사=김광덕 뉴스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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