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멜라니아 연설문 작성자의 성명
미국 공화당의 대통령 선거 후보로 공식 선출된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에겐 논란은 숙명과도 같아 보인다.
이번엔 자신이 운영하는 사업체에서 근무하는 직원을 선거운동에 투입한 정황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연설문을 작성하는데 선거운동 본부 직원이 아닌 사업체 직원을 시켰다면 이는 불법이라고 워싱턴포스트가 20일(현지시간) 지적했다.
트럼프의 연방법 위반 여부를 둘러싼 새로운 논란은 그의 아내 멜라니아의 연설 표절 문제를 해명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메레디스 매카이버는 문제의 멜라니아 표절 연설문의 작성자로서 미셸 오바마 여사뿐만 아니라 멜라니아를 비롯한 트럼프 가족에게 혼란을 불러일으켜 비참한 심정이라는 취지의 성명을 20일에 발표했다.
문제는 매카이버가 작성해 언론에 공개한 성명서의 레터헤드(letterhead·편지지의 윗부분에 인쇄된 회사 또는 단체 이름)에 트럼프 선거 캠프가 아닌 트럼프 소유 자산관리 회사인 '트럼프 오거나이제이션' 문구가 박힌 사실이다.
매카이버도 트럼프 선거 캠프의 일원이 아닌 트럼프 오거나이제이션의 직원이라고 성명 서두에서 자신을 소개했다.
비영리 기구인 선거법률센터의 법무 자문위원인 로런스 노블은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사기업의 직원에게 선거 연설문 작성을 지시해선 안 된다는 연방법을 어긴 것으로 보인다"면서 "트럼프 선거 캠프와 트럼프 오거나이제이션에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고 짚었다.
또 트럼프 선거 캠프가 사기업의 직원을 '알면서도 기꺼이' 선거 운동에 투입했다면 범죄 행위로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노블은 지금껏 트럼프 선거 본부가 선거 운동 투입 대가를 미리 지불하고 트럼프 회사 직원을 고용해왔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가령 트럼프 선거 본부가 멜라니아 연설문 작성자인 매카이버를 고용하면서 그의 소속사인 트럼프 오거나이제이션에 이에 따른 대가를 적법하게 지불했다면 큰 문제가 아닐 수 있지만, 이런 금전 관계까지 정확히 들여다보기엔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노블은 멜라니아의 표절 문제가 정치 쟁점으로 떠오른 상황에서 '트럼프 오거나이제이션'이라는 레터헤드가 등장한 것 자체로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오거나이제이션이 트럼프 선거본부에서 어떠한 돈도 받지 않았다면 그의 선거 운동에 아무 것도 제공하지 말아야 하기 때문이다.
매카이버가 성명에서 사직서를 냈지만 트럼프 가족에게서 반려 받았다고 밝힌 대목도 논란거리다.
노블은 매카이버가 트럼프 선거 캠프 소속 운동원이라는 암시가 성명에 전혀 없다면서 매카이버가 선거 갬프에서의 어떤 보직을 사임하려 했는지도 의문이라고 추궁했다.
그러면서 아마도 트럼프 선거 본부와는 '이론상으로 전혀 연관이 없는' 트럼프 오거나이제이션에서의 보직을 사퇴하려했던 것이 분명하다면서 트럼프가 불법적으로 매카이버를 선거 운동에 투입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의심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러한 논란은 트럼프처럼 대기업을 소유하지 않은 후보들이 출마한 여타 대선에선 좀처럼 볼 수 없는 장면이라고 평했다.
트럼프의 직원 선거 운동 투입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젭부시 전 미국 플로리다 주지사의 외곽 지원 단체인 정치활동위원회는 공화당 경선 중이던 올해 1월 트럼프 선거 캠프가 트럼프 오거나이제이션의 변호사를 경선 운동에 투입하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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