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 좀 해 줄래요?”
“네?!”
“만나고 있는 여성이 있는데, 정말 왜 이렇게 힘든지 모르겠어요.”
택시를 타자마자 운전기사가 건넨 말이다. 얼마나 다급 했으면 손님에게 자신의 연애 이야기를 할까 싶어서 귀를 기울였다.
54세의 아저씨는 세 살 연상의 여성을 만난 지 한달 쯤 지났는데, 하루도 안 빠지고 만날 만큼 마음에 드는 여성이라고 했다. 밥도 사주고 전화기도 사주고 … 좋아하는 이성에게 뭐든지 해주고 싶어 하는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그런데 그 여성이 종종 자신에게 상처가 되는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다. 좀 더 큰 집을 가지고 있었으면 좋겠다는 등 경제력이 좀 더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들이다.
생활하는데 문제가 없고, 데이트 비용도 다 내고, 여성의 친구들을 초대해서 함께 야유회를 가서 쓰는 비용도 자신이 다 내는데, 그런 말을 들으니 서운하고 상처가 된다는 것이다.
“상처가 되니까 그런 말은 하지 말라고 직접 말씀해 보셨어요?”
“한번 했어요. 그런데도 계속 그러니까, 정말 제가 계속 만나야 하나 말아야하나 너무 고민이 되어요. 고구마 쪄 놓았다고 오라고 하면, 화가 나서 가지 말아야지 하다가도, 이미 가고 있는 제 자신을 볼 때마다 더 화가 난답니다.”
20살의 사랑과 마흔의 사랑, 그리고 54세의 사랑은 다를 것이다. 하지만 가족이든 연인이든 사랑하는 사람으로부터 상처를 받는 일은 나이에 상관없이 힘들고 고통스럽다.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떤 말에 난 상처를 받고 기분이 상하는지, 화가 났을 때는 무엇 때문에 화가 났고, 어떻게 해야 금방 풀리는지…그 마음들은 나이가 들어도 똑같다.
나이가 들고 그 빈도가 더 잦다고 해서 더 익숙해지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충분히 나를 표현하지 않기 때문이다. 너무 자잘한 일이라 여기고 넘기거나, 말로 꺼내기엔 자존심 상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기도 하고, 말하지 않아도 상대방이 알아주길 바라는 내 마음의 욕심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원하는 것을, 내가 힘든 것을, 내가 왜 분노하는지를 말해야 한다. 적어도 내가 사랑하는 누군가라면 더더욱 그래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50대 60대가 되어도 내가 원하는 바는 변하지 않고, 그것을 말하지 않아도 알아줄 상대는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기사님이 무엇 때문에 상처를 받는지, 왜 서운하고 기분이 나쁜지, 진지하게 말씀을 나누세요. 상대방이 내 기분을 알아서 파악해 주고, 스스로 알아서 행동이나 말을 바꿀 가능성은 없습니다. 계속 관계를 유지하고 싶으시면, 자존심 생각하지 마시고, 먼저 꼭 말씀을 건네세요.”
“제가 그런 말을 원래 잘 못해서요…”
“그러면 어떤 사람과 만나든 같은 문제로 계속 힘들 거예요. 그 문제를 야기하는 이유는 달라지겠지만, 절대로 근본적인 해결은 되지 않습니다.”
20분 남짓 나눈 대화로 내가 할 수 있었던 최선의 상담이었다. 그리고 그건 나 스스로에게 하고 싶은 말이기도 했다.
<
김진아 / 소셜네트웍 광고전략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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