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 한잔의 초대/ 백영현 1492 그린클럽 회장•환경운동가
<사진 이경하 기자>
뉴저지 팰팍 일본군 위안비 기림비 조경을 담당해오는 백영현 1492 그린클럽 회장은 오늘도 나무를 심고 보급하는데 여념이 없다. 10년뒤 버겐카운티 오버팩 공원이 센트럴 팍에 버금가는 장소가 될 것을 희망하는 그를 만나본다.
●마음 속 응어리 풀기
수년간 일본의 독도 침탈 시도나 북한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 한반도에 위기감이 돌 때마다 한인언론 매체에 대문짝만한 광고를 내던 고래고기 백(Goregogi Paek)이라는 이름이 낯익을 것이다. 2009년 8월 광복절에 한국일보 전면광고를 시작으로 40차례이상 자비광고를 통해 자신의 목소리를 확실하고 당당하게 내던 백영현 1492 그린클럽 회장(The 1492 Green Club). 그는 “이것으로 미국 생활에 맺힌 응어리를 풀었다”고 말한다.
한인사회에 적극 나서게 된 것은 일본군 위안부 기림비 조경사업에 참여하고서다. 2010년 시민참여센터(당시 유권자센터)가 중심이 되어 모금 운동을 하고 그해 10월 세워진 기림비는 관리하는 이가 없어 황폐화 되어가던 중 2012년 백영현은 그 현장을 보았다. 기림비 주변에 코카콜라병을 비롯 쓰레기가 굴러다니고 있었다. 그는 청소 후 펜스를 제거한 뒤 잔디를 깔고 위안부 소녀 분재를 심었다.
“기림비 뒤에는 한국산 미스김 라일락을 심었고 자원봉사자들이 일주일에 한번 청소를 한다.” 기림비 무상조경에 나선 백영현은 수시로 그곳을 찾아 돌보며 뉴욕주 롱아일랜드 현충원의 2호 기림비 조경도 무료제공 했다. 이렇게 뜻있는 사람들이 기림비를 아끼고 보호하면서 이곳은 여성 인권의 상징적인 존재가 되었다.
●기초교육의 중요성
1943년 백용기•이계남씨의 4남4녀중 넷째이자 셋째 아들로 출생한 백영현은 어머니의 강한 교육열에도 불구, ‘공부를 싫어하고 현장이 좋았다’고 한다.
아버지는 연세대 교수로 국민보건재건 체조를 만드는데 기여한 백용기씨다. 4남4녀 중 그만 빼고 모두 명문대를 나와 서울법대 학장•서울대 대학원장, 이대 음대 학장 등을 지냈다. 특히 맏형 백충현씨는 국제법 권위자로 한일간 독도영유권 분쟁연구 업적을 남겼고 동생에게 일본의 독도 침탈에 전면광고 캠페인을 하게 한 영향을 주었다.
백영현은 1967년 중앙대 이공대학 화학과를 졸업, ROTC로 군대를 다녀온 다음 1969년 호남정유에서 8년간, 1979년에 컨설팅 회사를 창설하여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지역을 10년간 제집 드나들듯 오갔고 동남아, 인도네시아 석유화학 단지 조성에 기여했다.
그의 필명 ‘고래고기 백’은 1970년대에 사우디 아람코와 미국의 벡델회사와의 공동 프로젝트에서 관계자와 만났을 때 지어졌다. “미스터 백이다’고 소개하자 미국인들은 배우 이름인 ”그레고리 펙?“ 하더니 그후 ”헤이 그레고리 펙“ 하고 불렀다. 그는 그레고리를 훈민정음 표기 발음처럼 ‘고래고기’라 쓰기 시작한 것이다.
호남정유 엔지니어 시절 JJC 석유화학 회사에 파견되어 야하다 제철, 스미토모, 미쓰비시, 가와사끼 등 일본 경제의 원동력이 된 공장을 둘러본 일이 있다. “우리는 머신을 깎는데 1주일, 일본은 3개월이 걸렸다. 그 결과 잡티 없는 완제품이 나왔다. 일본의 훈련기계 부장이 너는 젊기 때문에 수십년간 산업계 후배를 길러낼 미래의 리더라며 산업, 의학, 문학, 미술, 모든 것의 기초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깨우쳐주었다.”고 한다.
●나무 심기
1990년 미국에 이민 온 백영현은 해외를 돌아다니며 활발하게 살다가 갑자기 적막하고 조용한 환경에 적응이 안되었다. 그러다 세계최대철강회사인 스베달라사에 들어가 5년간 중국 동북부 요녕성을 비롯 각 지에서 일하며 광산용 기계개발에 몰두했다. 스웨덴의 키루나 광산에서 굴삭기 매그네틱 기계를 발명했으나 수천만달러 계약을 앞두고 실용에는 실패하고 만다.
혼돈과 갈등 속에 있을 즈음, 큰 아들이 아버지를 중국으로 수소문 하여 전화를 해왔다.
“아빠, 잡 찾았어. 내 엄마 어떡할 거야. 남을 데려왔으면 책임져. ” 그래서 그는 5년만에 미국으로 돌아오며 ‘이걸로 족하다. 다 하늘의 뜻이다’고 방랑의 시기를 접었다. 1996년부터 아내와 함께 페어론 지역에서 화원을 경영하며 꽃배달에 충실하기로 다짐했다.
평소 한국 역사와 남북관계, 한미일 관계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역사 공부도 열심히 했다. 그는 태프트 가쓰라(Taft Katsura) 밀약이 미국의 필리핀 지배와 일본의 대한제국 지배를 상호인정하는 내용이라는데 분개, 인간 역사의 상처가 나무에는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백영현은 2004년부터 2~3종의 라일락 재배에 성공한 후 페어론 타운에 ‘1가구 1나무’ 보급 캠페인을 시작했다. 2008년 12월 1492 그린 클럽을 창설하여 지구환경 지키기 캠페인도 시작한다.
이 캠페인 중심에 ‘미스 김 라일락’이 있다. 1947년 미군정청의 미터 교수가 북한산에서 미스 김 라일락의 종자를 비롯 200여종의 한국나무를 미국에 들여왔다. 식물자료 정리를 도와준 한국인 타이피스트가 미스 김이라 ‘미스김 라일락’이 되었다.
“화원 고객뿐 아니라 뉴저지 각 타운과 학교에 미스김 라일락을 기증하고 나무 보급을 한다. 버겐 리저널 메디칼센터에도 미스김 라일락 60그루를 기증했다. 본산지인 한국 이미지도 올라갈 것이다.” “1492년 컬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한 그 시절의 깨끗한 물과 공기로 돌아가자는 자연사랑 환경운동을 펼쳐오고 있다. 이산화탄소로 오존층 구멍이 커지고 있다. 산소는 나무가 무료로, 무제한 제공해준다. ”
그는 나무를 심고 가꾸는 한편 한국과 한인사회 문제에도 소홀할 수 없는 것이 부당함과 불의가 눈에 보이는 것이다.백영현은 가족 여행으로 도미니카 공화국에 갔다가 욱일승천기 문양 깃발이 분수대에 무수히 꽂힌 것을 보고 강력 항의, 결국 깃발을 철거시켰다. 2012년 8월 런던 올림픽 일본체조대표팀이 욱일승천기 문양의 유니폼을 입자 ‘일전퇴모(일본전범퇴출 시민모임) 공동대표가 되어 일본의 전범 행위를 고발하는 온오프라인 운동도 진행했다.
한일 정부간 위안부 문제 협상 최종타결에도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냥 일본이 앞으로 5,000년간 이 십자가를 쥐고 걸어가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한 그가 한반도의 핵무장에 적극 반대하는 것은 북한의 핵 개발 중심인물이 6.25때 납북된 외삼촌으로 온 가족에게 아픔을 주었던 이유도 있다.
●가훈은 ’1인분‘
백영현은 일주일에 72시간 일한다. 라면 세 끼를 먹고산다 할 정도로 돈은 일센트도 낭비 않는다. 홀세일을 하며 새벽 6시부터 365일 일을 하는 아내 김영순은 지문이 없다. 백영현•김영순 슬하에 두 아들이 있고 장남은 한의원 공동경영자, 차남은 윌리스 컨설팅 회사에 다닌다.
‘최소한, 1인분 어치의 소리를 지르고는 저 세상에 가겠다는 마음이었다.’는 그의 집 가훈은 ‘1인분’이다. “당신은 정신분열증이다. 왜 1,000인분의 일을 하려 하느냐? 2인분만 해도 오만하다는 말을 듣는다. 1인분을 하라”는 아내의 말을 충실하게 따르고 있는 중이다.
그동안 자신의 목소리가 메아리 없는, 허공에 대한 절규였다는 것을 알기에 ‘자중하라, 겸손하라, 누군들 마음속에 끓는 용암이 없느냐.’는 집사람의 말대로 요즘은 나무 외에는 다 내려놓으려 하지만 가끔 그게 잘 안된다.
“한국산 나무들을 들여와서 버겐카운티 오버팩 공원이 10년 후면 센트럴 팍에 버금가는 공원을 만드는 게 꿈이다”고 말한다.이 평화공원은 800에이커 정도의 광활한 크기로 앞으로 미스김 라일락, 제주도 왕벚꽃, 유채꽃 수천 그루와 함께 일본 라일락이 사이좋게 피어날 것이다. 이는 지구 온난화 문제를 돕고 국적을 떠나 모든 세계인들의 우정의 장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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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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