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학교에서 밸런타인스 데이파티를 한다고 사탕이며 초컬릿을 부탁해 사러 나갔다. 곰돌이 인형에, 깜찍하게 포장된 초컬릿들이 눈을 유혹한다. 밸런타인스 데이 하루에만 미전역에서 19.7조 달러가 소비되고, 미국사람들이 그날 꽃, 캔디 등 선물값으로 평균 147달러를 쓴다고 한 기사는 전했다.
반짝이는 선물이나 꽃, 초컬릿을 받지 않으면 …그럼 나는 사랑받지 못하는 사람인가? 하는 생각을 잠시 했다. 한때, 철없던 시절, 그런 유행과 휩쓸림에 마음이 어지러워지던 때가 있었다. 친구는 남자친구에게서 멋진걸 선물 받았는데 나는 … 하는 생각과, 만난 지 100일이니 1년이니 하는기념일에 무언가를 특별히 안하면 행복한 커플이 아닌 것 같은 불안감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꼭 그런 물건이나 이벤트가 사랑과 행복을 측정하는 기준이 되는 걸까? 궁금해지던 차에 얼마 전한 기사를 보게 되었다. 궁금함에 대한 답이 되었다.
‘관계를 유지하는 두 가지 특성’이라는 제목인 이 기사는 흥미로운 실험들을 통해 친절과 관대함이 행복한 커플의 비밀이라고 결론지었다.
1986년 워싱턴 대학교에서 했던 ‘러브 랩’이라는 실험은 갓 결혼한 부부가 대화하고 행동할 때 어떻게 신체적으로 변하는지를 관찰하고 6년 후 다시 관찰했다. 놀랍게도 6년 전 대화할 때 심리적 변화가 많고 편안하지 않았던 커플들은 깨지기 일보직전이거나 이혼에 이르렀다.
결혼한 커플들을 1박2일 휴가에 초대하여 어떻게 시간을 보내는지 관찰한 또 다른 실험에서는 부부 중 한 사람이 ‘저기 예쁜 새 좀 봐’라고 했을 때 상대방이 보이는 반응에 주목했다. 어떤 사람은 하던 일을 계속하고, 또 어떤 사람은 보고도 반응이 시통치 않고, 어떤 사람은 고개를 돌려 보고는 그 상황에 함께 동의하고 감정을 나누었다. 과연 어떤 커플이 행복할까? 읽는 순간 바로 답이 나온다.
놀라운 것은 사이가 나쁜 부부 그룹에서는 10명 중 3명만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행복한 부부 그룹에서는 9명이 상대방의 감정에 동조했다. 결국 친절하게 상대방의 마음을 이해하고 함께하려 하는 마음이 사랑을 유지시킨다는 것이다.
비싼 선물을 사고 멋있는 외식을 해도, 결국 중요한 것은 마음이다. 물론 사랑 표현도 해야 하겠지만, 그보다 우선되는 것은 마음으로 바라보는 것이리라.
한 선배는 결혼을 화분에 비유했다. 날마다 물주고 보살피지 않으면 꽃이 피지 않는다고 했다. 해마다 1만3,000여 커플이 결혼하지만 만족도는 몇 년이면 뚝 떨어진다고 한다.
사랑의 감정은 저절로 샘솟는 게 아니라 노력해서 퍼내야하는 옛날식 펌프일지도 모른다. 더운 날 시원하게 뽑아 올린 물처럼 함께 끌어올리고 함께 즐기는 커플의 시간, 그 바닥에자리잡은 친절한 마음이 에너지가 된다.
밸런타인스 데이에 우리부부는 ‘로맨틱하게도’ 월마트와 코스코를 함께 걸었다. 그러면서 “우리 정말 로맨틱하다”며 웃었다. 이런 것들이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은 이제 서로의 감정과 마음을 더 잘 이해하려 애쓰는 덕분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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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민 카피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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