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리안 아메리칸 리포트/ 미국 법원 북한 공작원 실형선고
북한인 김성일씨가 2015년 7월 미국 하와이에 입국할 당시 사용한 캄보디아 여권. 2013년 10월10일 발급된 여권은 김씨의 출생지를 ‘PYONGYANG’으로 밝히고 있다. <자료=미 연방검찰>
작년 7월 군사용 야시경 밀반출 시도하다 체포
연방대배심, ‘무기수출통제법’ 위반혐의 기소
25일 선고공판서 40개월 실형ㆍ3년 보호관찰 명령 내릴듯
미국 연방법원이 25일 군사용 미납물자의 대북반입을 목적으로 하와이에까지 침투했다가 현장에서 검거된 북한 공작원 김성일(42)씨에게 실형선고를 내릴 예정이다.
미 연방 유타중부지방법원 재판부 디 벤슨 판사는 이날 오후 2시30분 열릴 예정인 선고공판에서 피고인 김씨에게 구금 40개월(3년 4개월)과 출옥 후 36개월(3년) 보호관찰을 명령할 것으로 예상된다.법원이 김씨에게 실형을 선고하면 미국 영토에서 체포, 기소된 북한인 간첩을 감옥에 보내는 첫 사례가 된다.
■김씨 검거
중국에 거주하는 김(1973년 9월25일 북한 평양태생)씨는 캄보디아 여권을 사용해 2015년 7월15일 하와이주 호놀룰루에 입국했다가 하루 뒤인 16일 연방 특별수사관들에 의해 체포됐다. 김씨는 미국 정부가 수출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는 군사용 AN/PVS-14와 AN/PVS-7 야시경 6쌍(2만2,000 달러 상당)을 대북반입을 위해 미국에서 중국으로 불법 수출을 기도한 혐의다.
AN/PVS-14 모델은 군에서 널리 사용되는 3세대 형 단안식 야간 투시경으로 내장된 적외선 조명기와 조절 가능한 헤드 마운트 등을 갖춰 손을 대지 않고서도 사용할 수 있으며 무기에 장착도 가능하다. AN/PVS-7은 군에서 가장 많이 보급된 모델로 3만∼5만 배까지 빛을 증폭하는 능력을 갖춘 3세대 야시경이다.
법원기록에 따르면 김씨는 2015년 4월부터 미 국토안보부 산하 국토안보수사국의 비밀작전 수행을 위해 '신분을 위장한 연방특별수사관'(UCA: undercover agent)들과 인터넷 웹사이트, 전화, 이메일, 문자메시지를 통해 구매 상담을 해오다 같은 해 7월 비자 취득 지원까지 제공 받아 하와이로 유인됐다.
김씨는 2015년 7월15일 하와이에서 만난 UCA에게 1만6,000 달러를 현찰로 지급하고 AN/PVS-7 모델 3쌍을 넘겨받았다. 이어 두 사람은 물품을 상자 안에 넣고 포장했으며 김씨는 중고 장난감과 수건이 들어 있다는 거짓 세관신고서를 직접 작성했다.그리고 두 사람은 우체국으로 가서 중국으로 상자를 발송하고 다음날 다시 만나 나머지 AN/PVS-14 모델 세 쌍을 거래, 처리하기로 했다.하지만 다음날인 2015년 7월16일 김씨는 연방특별수사관들에 의해 체포됐다.
■유타주로 이송
이어 연방대배심은 2015년 7월29일 김씨를 ‘무기수출통제법’(22 USC, s.2778) 위반과 ‘미국에서의 밀수출’(18 USC. s. 554) 혐의로 기소했다. 따라서 미 연방하와이지방법원 행정부 리차드 푸글리시 판사는 하루 뒤인 2015년 7월30일 해외도피우려 대상으로 구금돼있던 김씨를 유타주로 이송해 재판 받도록 명령했다.
김씨가 하와이에서 체포됐지만 국토안보수사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 지부가 전개한 비밀작전에 의해 검거됐기 때문이다. 이에 유타주로 옮겨진 김씨는 2015년 8월10일 연방 유타중앙지방법원 인정신문에서 무죄를 주장했다. 김씨는 무기수출통제법 위반과 미국에서의 밀수출 범죄는 각각 건당 최고 10년 실형과 벌금이 가능한 중범죄에 재판을 받게 됐다.
■북한 정찰총국 공작원
법원 기록에 따르면 미 연방검찰은 김씨가 중국으로 불법 수출을 기도한 군사용 미납물자의 “죄종 목적지”(end user)를 북한으로 보고 있다. 이는 검찰이 배심재판에서 증거를 제출해 그 같은 사실을 입증할 자신이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김씨가 체포된 후 북한 소식 전문 매체인 ‘엔케이뉴스’(NK News)는 2015년 8월7일자 기사에서 김씨가 중국에 장기 암양하며 캄보디아 국적으로 신분을 세탁한 북한 정찰총국(정보국) 공작원이라는 여러 정황을 보도했다. 매체는 김씨가 2008년 9월17일 캄보디아 국적을 취득한 후 불과 6개월만인 2009년 5월 ‘김성일’이라는 사람에게 발급된 캄보디아 여권(번호 N0630354)이 홍콩에 ‘그린파인 인터내셔널사’(Greenpine International Co, Ltd)를 설립하는데 사용됐다고 전했다.
‘그린파인 인터내셔널’은 북한 평양 형제산구역의 정찰총국본부를 주소로 두고 있는 ‘청송련합회사’(Greenpine Associated Corporation)의 해외지사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1718 제재위원회’(대북제재위원회)는 2012년 5월2일 ‘청송련합회사’와 관련 회사들을 북한의 불법 무기 수출입 활동으로 제재대상 명단에 추가한 바 있다.
‘NK News'는 또 2012년 7월 홍콩에 ’그린파인 인터내셔널사‘와 같은 주소로 ‘리치 리드 무역회사’(Rich Lead Trading Limited)가 설립될 당시에도 ‘김성일’에게 발급된 캄보디아 여권(번호 N0755974)이 사용됐으며 앞서 3개월 전에는 버진아일랜드에도 ‘리치 리드 무역회사’라는 상호의 ‘유령회사’(ready-made)가 설립됐다고 지적했다.
■김씨 유죄 시인
여기에 법정에서 무죄를 주장해온 김씨는 배심재판을 앞둔 지난 해 12월9일 연방검찰과의 ‘유죄 답변 거래’(plea bargain)를 통해 범죄 사실을 인정했다.
김씨는 ‘유죄 답변 거래’에서 “나의 의도는 미국(정부)가 북한이 최종 사용자가 될 것으로 믿고 있는 이들 물품(PVS-7 3쌍과 PVS-14 3쌍)을 미 국무부 국방무역통제국(DDTC)의 승인 없이 미국으로부터 중국에 있는 나의 사업에 수출을 지원하려던 것 이었다”며 무기수출통제법 위반을 시인했다.
이에 검찰은 김씨에게 적용된 미국에서의 불법 수출 혐의를 철회하고 법원에 40개월 구금과 출옥 후 미국에서 추방되지 않을 경우 36개월 보호관찰을 구형키로 하는 감형에 합의했다. 검찰은 또 미국 정부가 이번 사건 수사와 검거, 자산 몰수 등을 통해 확보, 또는 입수한 정보와 증거를 근거로 김씨를 (또 다른 범죄로) 처벌하지 않을 것“도 약속했다.
이는 미 사법 당국의 수사가 확대됐을 경우 김씨에게 ‘소추의 면제’(immunity) 특권을 부여한 것이다. 따라서 벤슨 판사는 25일 선고공판에서 김씨와 검찰이 합의한 유죄 답변 거래를 각하하지 않는 한 검찰 구형 선에서 실형을 선고하고 사건을 종결할 전망이다.
이번 사건은 그간 북한이 각종 수단을 동원해 지속적으로 불법 군용물자 수입을 기도해 왔다는 사실이 명백하게 확인된 사례라는 점에서 유엔 안보리 ‘1718 제재위원회’와 ‘전문가패널’(PoE: Panel of Experts)도 깊은 관심을 갖고 주시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유엔 소식통은 “금번 북한의 4차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는 국제사회의 제재 감시망을 회피하는 바로 이 같은 지속적인 불법 활동의 결과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더욱 강력하고 포괄적인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 채택 필요와 그에 따른 모든 회원국들의 철저한 이행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말했다.
yishin@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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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본부=신용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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