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정교회(Russian Orthodox Church)는 서기 988년 러시아 제국 황제 블라디미르 1세가 세례를 받음으로 근 900여 년 간을 국교로서 러시아인들의 정신적 지주로 자리매김을 해왔었다.
그러나 1917년 세계 최초의 공산주의 국가 소비에트 연방이 수립되면서 정교회에 대한 박해가 시작되어 약 20만 명의 성직자와 수도자들이 처형되고, 수많은 성당 건물들이 파괴 되거나 창고로 쓰여 졌으며, 교회 재산은 몰수 됐다.
제2차 세계대전 후 공산주의 체제가 확립되면서 정치적 목적으로 정교회의 외형적인 박해는 완화되고 신학교 설립도 허용은 됐으나, 신부들은 여전히 목회를 할 수 없었고, 학교에서의 기독교 교육은 엄금되는 등 기독교 말살 정책은 지속됐다.
1991년 고르바초프가 소련 최고회의에서 의결된 양심의 자유와 종교의 자유법을 실행하면서 러시아인들은 종교의 자유를 얻게 됐고, 이를 계기로 1840년대에 시작하여 40여년에 걸려 지어졌다가 1931년 스탈린에 의해 폭파됐던 “구세주 성당(The Cathedral of Christ the Savior)”은 복구됐고, 러시아 각지에서 소련시대에 파괴된 성당이나 교회조직의 재건이 진행됐다. 구세주 성당은 나폴레옹의 모스크바 후퇴를 기념하여 알렉산더 1세가 지은 제일 크고 아름다운 역사적 성당이었는데 정치적으로 폭파시키고 그 자리에 세계에서 제일 큰 야외 수영장이 만들어졌다. 1992년에 성당 복구사업을 위한 기금을 모으기 시작하여 백만 명 이상의 시민들이 참여 했고, 1990년대 말에 60여 년 전의 옛 모습대로 복구됐다.
지난 달 이 성당을 방문했는데 과연 대단한 건축물이었다. 모스크바 어느 곳에서 보아도 눈에 뜨이게 높은 지역에 무척 높이 세워져 있는 흰색 건물로 가운데 큰 양파모양의 금색 지붕을 둘러 싼 듯 네 구석에 작은 양파모양의 금색 지붕이 있다. 실내의 벽과 천장에 가득 차게 그려진 그림들은 수많은 성경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었다. 성모마리아 성화 앞에 길게 줄지어 서서 순서가 돌아오면 감격스럽게 성화에 다가가서 입맞춤을 하는 엄숙한 시민들의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구석구석 둥근 원형 상 위에 초를 사서 촛대에 꽂고 기도하는 그들의 간절한 마음이 장엄한 건물 안에서 에코가 되어 울려오는 듯하였다. 비록 복구된 지는 20여년 남짓하나 200여년의 역사를 지닌 성당 안에 배어있는 정취와 애절한 기도소리를 느끼며 정치 이데올로기로 한 순간에 성당 밑에 파묻혀 버린 시민들의 분노와 눈물과 슬픔의 상처들은 어떻게 복구가 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수많은 경비와 노동과 사랑과 예술과 믿음이 어우러져 태어난 성당, 거의 천년을 국민들의 정신적 지주 역활을 해왔던 정교회, 이를 단번에 말살하기 위해 쏟아 부은 공산당들의 억지 세뇌공작과 폭력, 한 순간 다이너마이트로 폭파된 성당이 무너지며 몸부림 친 대지의 흔들림, 지진과 같은 진동을 느끼며 몸살을 앓고 조용한 비명을 질렀을 신도들 그리고 잘못 된 역사를 교정하기 위해 복구를 결정하고 다시 쏟아 부었을 엄청난 공사비용과 노동은 역시 힘없고 배고픈 시민들의 몫이 아니었을까.
우리를 안내해 준 러시아인들도 이 역사적 사건이야기를 나누며 씁쓸해했다. 성당 내부의 아름답고 안정된 모습들이 가슴 아픈 역사를 덮어주기에는 아직도 상처가 아물지 못한 듯싶었다. 이 또한 예수그리스도의 몸 된 교회에 인간들이 자신들의 정당화를 위해 갈퀴고 긁어댄 쓰라린 상처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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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실(연합감리교회 뉴욕연회 여선교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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