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질랜드 평가전 끝으로 14년 대표팀 커리어 마감 최고는 못됐지만 가장 사랑받은 한국축구의‘전설’
▶ “난 잘하진 못했지만 열심히 하려고 애썼던 선수였다”
차두리가 뉴질랜드와의 평가전 해프타임에 열린 대표팀 은퇴식에서 아버지 차범근으로부터 꽃다발을 받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차미네이터’ 차두리(35·FC서울)가 팬들의 뜨거운 기립박수 속에 지난 2001년 처음 달았던 태극마크를 14년만에 반납했다.
차두리는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뉴질랜드와의 A매치 평가전에서 대표선수로서 마지막 43분을 뛰었다. 이날 주장 완장을 차고 생애 마지막 A매치에 선발로 나선 차두리는 전반 43분 김창수(가시와 레이솔)와 교체되면서 통산 A매치 76경기(4골)의 기록을 남긴 채 대표팀을 떠났다. 주장 완장을 기성용(스완지시티)에게 채워주고 뜨거운 포옹을 나눈 뒤 필드를 떠나는 차두리에게 팬들은 기립박수를 보냈다.
이날 경기 해프타임에 펼쳐진 대표팀 은퇴식에서 전광판에 그의 하이라이트 영상이 흐르자 차두리는 울먹이기 시작했고 한국축구의 전설이자 아버지인 차범근이 꽃다발을 건네자 끝내 뜨거운 눈물이 터져 나왔다.
차두리는 “분명 한 것 이상으로 많은 사람에게서 사랑을 받았다”면서 “나는 잘하지는 못했지만 열심히 하려고 애썼던 선수다. 알아주셔서 감사하고 행복하다”라고 은퇴 소감을 말했다. 그의 후배선수들은 이날 뉴질랜드를 1-0으로 꺾고 떠나는 큰형에게 승리를 선물로 바쳤다.
한국선수론 그 누구도 따라가기 힘든 피지컬을 갖춘 차두리였지만 ‘차범근의 아들’이란 그에게 항상 따라다닌 ‘족쇄’였다. 지난 2002 한일월드컵을 앞두고 거스 히딩크 감독은 당시 고려대 재학중이던 대학생 차두리를 대표팀에 발탁했다.
공격수였던 그는 2001년 11월 세네갈전에서 A매치 데뷔전을 치렀고 12경기만에 코스타리카전에서 데뷔골을 신고했다. 화려했던 시작에 비해 공격수로서 지지부진한 성장세를 보이던 차두리는 2006년부터 측면 수비수로 포지션을 바꾼 이후 타고난 스피드에 탈 아시아급 체격을 앞세운 폭발적 측면 돌파로 호평을 받았다. 그로선 자신의 자리를 찾았으나 아버지처럼 세계적인 선수가 되기에는 너무 늦은 시점이었다.
그리고 지난 2006 독일월드컵 당시 대표팀 사령탑이었던 딕 아드보카트 감독은 공격과 수비 사이에서 방황하던 그를 끝내 최종 엔트리에서 제외했다.
이후 2010 남아공월드컵 때 허정무호에서 수비수로 출전, 한국의 첫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에 큰 역할을 해냈으나 지난해 브라질 월드컵에서 홍명보 전 감독이 그를 외면하면서 생애 마지막 월드컵 출전이 무산됐다.
그렇게 끝나는 것 같았던 차두리의 대표팀 커리어은 울리 슈틸리케 감독을 만나면서 마지막으로 뜨겁게 타올랐다. 그는 슈틸리케호의 구심점으로 2015 호주 아시안컵에서 한국을 27년만의 준우승으로 이끌었고 우즈베키스탄과의 8강전에서 질풍 같은 오른쪽 돌파로 손흥민(레버쿠젠)의 쐐기골을 어시스트한 장면은 영원히 기억될 순간으로 한국축구사에 남게 됐다.
차두리는 생애 76차례 A매치에서 4골 7도움을 기록했다. 공격수로 대표선수 생활을 시작했다는 점에서 볼 때 그리 돋보이는 기록은 아니다. 차범근이라는 거대한 산이었던 아버지를 끝내 넘지 못했고 동시대를 누빈 박지성만큼 성공적인 커리어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그 누구보다도 한국팬에게서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축구선수였다. 쉽지 않은 삶을 살면서도 시원한 웃음과 함께 ‘긍정의 힘’을 발산하는 그는 어느새 ‘보통 사람의 스타’가 돼 있었다. 태생부터 도저히 극복할 수 없는 과제를 떠안아야 했던 그를 보며 많은 축구팬들이 함께 가슴 아파했다. 그래서 지난 아시안컵 때 그를 향한 박수소리는 더 컸을지 모른다.
차두리는 전날 대한축구협회가 SNS를 통해 마련한 ‘팬문선답(팬들이 묻고 선수가 답한다)’ 이벤트에서 ‘차두리에게 아버지 차범근은 어떤 의미인가’라는 질문을 받고 이렇게 답했다. “아버지이자 친구이며 인생의 가장 큰 가르침을 주시는 선생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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