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항만사태로 짧아진 전시 아쉬움 속 강렬함 더해
▶ 20일까지 LA 아트코어 갤러리
안병철 작가가 전시장을 안내하고 있다.
■ 안병철 교수 조각전
“드디어 롱비치에 배가 들어왔다”
항만 노사분규로 인한 물류적체로 작품전이 연기됐던 조각가 안병철 교수(서울시립대 환경조각학과) 초대전이 12일부터 LA 아트코어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20일까지 계속되는 ‘생명의 흐름’(Flow of Life) 조각전은 많은 사람에게 관람을 권하고 싶은 좋은 전시다. 오늘의 한인 화랑가에서 이처럼 조각다운 조각품, 정직하고 성실한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전시회는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돌, 흙, 나무, 금속 등 전통적인 재료의 물성을 탐구하는 작가들이 이제는 더 이상 많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처럼 고전적으로 고지식하게 예술정신을 추구하는 작가들이 갈수록 줄어들기 때문이다.
더구나 한국 작가들의 작품을 만나보기는 더욱 힘든데 그 이유가 패킹과 운송의 어려움 때문이며 이번 안병철 작품전은 그 난항의 극치를 이룬 전시가 된 셈이다. 대작은 가져오지 못했다는데도 전시장에 설치된 20여점의 작품들을 직접 보면 이게 얼마나 수고로운 포장작업을 거쳐 얼마나 큰 콘테이너에 실려 태평양 건너왔을지 조금은 감이 잡힌다.
그 노력과 수고와 가치에 비해 부득불 전시 기간이 짧아진 점이 몹시 아쉽다. 전시장이 한인타운에서 좀 떨어진 LA 다운타운이어서 부담스럽다는 점도, 또 이렇게 빛나는 작품들을 전시하기엔 공간이 다소 옹색하다는 점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틀 남은 전시, 관심있는 사람은 꼭 가서 ‘생명의 흐름’과 조우하기를 권한다. 거울처럼 반짝이는 스테인리스 스틸 작품을 보는 순간 그 속에 들어있는, 그것이 투영하는 나를 만나게 될 것이다. 그것이 반사하고 흡수하는 나의 모습은 이제껏 보아온 나의 이미지를 넘어선, 보다 유연하고 재미있게 일그러진 아줌마의 형체-예술의 반격이다.
LA Artcore Gallery Union Center 120 Judge John Aiso St. LA, CA 90012
<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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