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하의 ‘오적’은 한국을 대표하는 풍자시다. 1970년 김지하가 29살 때 쓴 이 시는 재벌과 국회의원, 고급 공무원, 장성, 장차관을 통렬한 언어로 비판하며 김지하의 천재성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이 글을 쓴 김지하는 박정희 독재 정권의 미움을 사 감옥에 가고 이 글을 실은 ‘사상계’는 폐간되고 만다.
풍자는 지식인이 권력을 비판하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의 하나다. 권력자에게 심기가 불편하겠지만 고통 받는 민중은 이를 읽으며 쾌감을 느낀다. 조선 시대부터 민중의 사랑을 받아온 탈춤도 물론 권력 풍자의 한 형태다.
김지하는 ‘풍자가 아니면 자살이다’라는 글에서 “현실의 모순이 있는 한 풍자는 강한 생활력을 가지고 ... 갈수록 날카로워진다. 얻어맞고도 쓰러지지 않는 자, 사지가 찢어져도 영혼으로 승리하려는 자, 생생하게 불꽃처럼 타오르려는 자, ... 삶의 고통을 견딜 수가 없는 자, ... 가슴에 한이 깊은 자는 선택하라. 남은 때가 많지 않다. 선택하라, 풍자냐 자살이냐”라고 썼다. 독재 권력 아래서의 풍자는 죽음을 각오하지 않고는 할 수 없는 일이다.
독재가 아닌 민주 국가에서 백주 대낮에 풍자를 업으로 삼고 사는 만화가 10명이 집단으로 사살되는 참극이 발생했다. 파리 에펠탑 인근에 있는 풍자만화 잡지 ‘샤를리 엡도’ 사무실에 무장 괴한이 침입해 이 잡지사 편집장 스테판 샤르보니에와 유명 풍자만화가 장 카뷔 등 직원 10명과 경호원, 경찰 2명 등 모두 12명을 죽이고 달아난 사건이 7일 낮 벌어졌다.
이 잡지에는 회교의 창시자 모하메드가 나체로 성행위를 하는 듯 한 그림 등 회교를 모독하는 만화가 여러 차례 실렸고 이미 협박 전화와 함께 2011년에는 폭탄 테러로 있었다. 이런 위협에 대해 샤르보니에는 “나는 가족이 없어 부담이 덜하다”며 테러 협박에 굴복하지 않을 것임을 천명한 바 있다. 아직 도주 중인 범인의 신분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예멘에 본부를 둔 회교 극렬집단의 일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번 사건을 두고 극렬 회교 집단의 만행을 규탄하는 데는 이론이 없지만 이들의 위험성이 잘 알려진 상태에서 굳이 마호메드를 모독해 타는 불에 기름을 부을 필요가 있었느냐는 비판도 있다. 그러나 특정 집단을 자극할 것을 우려해 정치나 종교 지도자에 대한 비판을 자제할 것을 강요하다 보면 민주 사회의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가 침해 받는 것도 사실이다.
서방 언론인에 대한 최악의 테러이자 9/11 이후 최대 인명 살상극인 이번 사건은 회교 극렬주의의 위험을 다시 한 번 세상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 정치 종교적 풍자에 총알로 화답하는 집단과는 어떤 타협과 대화도 있을 수 없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최악의 독재 정권인 북한의 김정은도 이렇게까지 하지는 않았다.
이번 사건은 회교 극렬 집단이 사라질 때까지 테러와의 전쟁은 멈출 수 없음을 확인시켜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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