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에서 한국행 대한항공기 회항 사건이 전 세계적 논란이 되고 있다. 당시 1등석에 타고 있던 항공사 부사장의 지시 때문이다. 그녀가 승객 안전이나 기체 결함과 같은 비상사태 외에는 절대로 할 수 없는 초유의 항공기 회항을 지시한 표면적 이유는“메뉴얼(규정)”을 무시했다는 것이다.
매뉴얼에는“승무원은 승객에게 사전 의사 타진 후 봉지에서 뺀 땅콩을 접시에 담아 준다”고 되어 있는데, 승무원은 이를 어기고 땅콩을 봉지째 주었다는 것이다. 메스콤은 이 사건을 다양한 각도로 조명한다. 어떤 곳은 직원이 정말로 메뉴얼에 따르지 않았는가에 비중을 두어 보도하고 어떤 곳은 부사장의 월권 행위에 비중을 두어 보도한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 사건을 바라보는 해외 통신사들의 시각이다. 한마디로“웃기지도 않는 코메디”라는 것.“Nuts Incident”라는 말 자체가 주는 뉘앙스가 그렇다.
사소한 일로 마치 대단한 일이나 된양 굴종을 강요했다는 조소가 담겨있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할까? 인간의 내면에 숨어있는 마초성 때문이 아닐까. 마초성은 상황이 허락되면 누구에게나 그 얼굴을 드러내는 인간의 본성이다. 태초에 에덴동산에서 아담과 하와를 유혹한 사단의 미끼도 마초성에 근거한다.
금단의 열매 선악과를 따 먹으면 눈이 밝아진다고 사단이 유혹한다. 눈이 밝아짐은 모든 것을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다는 마초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창 3:5) 남을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는 마초가 될 수 있다는 유혹에 하와와 아담은 속절없이 무너진다. 그래서인지 아담의 후예들은 기회만 되면 이 마초적 본능을 유감없이 휘두른다. 성경은 그 현상을 곳곳에서 제시한다.
일례로 요한복음 9장에 보면 예수께서 맹인을 고치시는 장면이 나온다. 그런데 이 사건이 메뉴얼대로 안 되었다고 바리새인들이 마초기질을 드러낸다. 왜 매뉴얼(법전)을 어기며 안식일에 병을 고쳤냐는 것이다. 그래서 맹인과 그의 부모를 윽박지르며 “누가 고쳤어?”“지금 이 상황이 맞다고 생각하니?”“내 말 안들으면 출교(파면)를 각오해”라는 식의 집단 협박을 가한다.
하지만 맹인은 그저 자기에게 일어난 일에 대해 할 일을 했을뿐이라고만 고백한다. 결국 이 일로 맹인은 모욕을 당하고(28) 맹인 아버지는 파면이 무서워 벌벌 떨고(22), 주님은 후에 죽임을 당하신다. 매뉴얼이 문제일까 아니면 인간의 본성이 문제일까? 매뉴얼은 문제가 안된다. 문제는 매뉴얼의 남용에 있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마초성을 매뉴얼이라는 가면으로 가리기를 좋아한다.
그러면서 자기를 정당화시킨다. 매뉴얼이라는 가면을 들이대지만 사실은 “내가 누군줄 알아?” “너 하나쯤 매장시키는 것은 일도 아냐” 가 숨겨진 동기로 작동될 때가 많다. 바리새인들의 본질적 관심은 사실 맹인이 눈을 뜬 것도 매뉴얼을 얼마나 잘 지키냐는 것도 아니다. 그들의 진짜 관심은 갑과 을의 굴종 관계를 만드는 마초성이 그들의 의도대로 작동하고 있느냐에 있다. 한마디로 “갑질”이 상식화되고 있느냐는 것이다. 더럽고 추잡한 죄악의 작동이다.
국민이 분노하고 세계가 조롱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을까. 하지만 인간은 그런 기질에 분노하면서도 그것이 내것으로 찾아 올 경우는 매우 관대하다. 타인에게는 불의가 내게는 의로 작동된다. 아이러니다. 그래서 맹인사건 마지막에 주님이 던지시는 말씀은 새겨두어야 한다. “죄 없는 맹인을 죄인으로 나무라니 죄 없다고 말하는 너희야 말로 찐짜 맹인이다.” (요 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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