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공화당 대선 후보였던 존 매케인의 최대 실수는 아마도 사라 페일린을 부통령 후보로 지명한 것이었을 것이다. 당시 버락 오바마에게 밀리고 있던 매케인은 중앙 무대에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알래스카 출신 신인 여성 정치인을 파격 발탁함으로써 판을 뒤흔들어 보려 했다.
처음 신선하다는 인상과 함께 효과를 거두는 것 같던 이 ‘깜짝 쇼’는 곧 밑천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여러 인터뷰를 하면서 페일린이 대통령이 될 자격이 없는 인물임이 분명해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백인 기독교 보수층에 대한 그녀에 대한 지지는 뜨거웠다.
2008년 공화당 대선 캠페인을 묘사한 책 ‘게임 체인지’를 바탕으로 만든 HBO 영화 ‘게임 체인지’를 보면 나중에는 페일린이 이들 지지를 업고 매케인 말도 잘 안 듣는 통제 불능 상태가 벌어진다. 이 영화는 줄리안 모어가 페일린 역을 맡았는데 실제와 너무 똑 같아 영화인지 다큐멘터리인지 분간이 잘 안 갈 정도다.
어쨌든 대선은 매케인의 패배로 끝나고 그는 뒷선으로 물러났지만 페일린의 인기는 식지 않았다. 페일린은 백인 기독교 보수층을 중심으로 일기 시작한 ‘티 파티’의 얼굴이 됐고 건 당 10만달러가 달하는 강연료에 200만부가 넘게 팔린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면서 돈방석에 앉았다.
2012년 선거에서는 티 파티의 지지를 받는 후보들이 대거 공화당 예선에서 승리했다. 그러나 이것이 공화당에 도움을 줬는지는 의문이다. 페일린에 못지않은 자격 미달과 실언으로 유권자들의 반감만 샀기 때문이다.
그 중 하나가 미주리 연방 상원 공화당 후보로 나온 타드 아킨이다. 그전까지 우세를 보이며 당선이 유력시되던 그는 “진짜 강간을 당하면 잘 임신이 되지 않는다”는 돌출 발언으로 추락하며 참패하고 말았다.
그 후 공화당 내에서는 티 파티 지지를 받는다고 무조건 후보로 내세우면 안 된다는 반성이 일었다. 20일 켄터키와 조지아 등 각주에서 열린 공화당 예선은 그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켄터키 연방 상원 예선은 연방 상원 공화당 원내총무인 미치 맥코넬이 티파티 지지 후보를 60대 35로 물리쳤고 조지아에서는 티 파티 지지 후보가 꼴찌를 했다. 아이다호와 오리건에서도 티 파티 후보들은 10~25% 포인트 차이로 참패했다.
이들의 패배는 공화당 내에서 백인 보수층에게만 어필하는 후보로는 본선에서 이길 수 없다는 컨센서스가 마련됐음을 보여준다. 티 파티가 무너지면서 공화당 후보의 11월 선거에서의 경쟁력은 높아졌고 티 파티가 반대해온 이민 개혁 성사 가능성은 커졌다.
미국은 세계에서 몇 안 되는 양당제 국가다. 2년 뒤 열린 대선에서 누가 대통령이 될지는 모르지만 공화당과 민주당 후보 중 하나라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양당제의 강점은 특정 이슈에 집착하는 집단을 포용해 정치적 안정을 가져온다는 점이다.
티 파티가 공화당을 떠나지 못하듯이 한 때 월가를 뜨겁게 달궜던 ‘월가 점령군’(Occupy Wall Street)도 이제 모두 사라졌지만 그 지지자들은 민주당으로 흡수됐다. 따로 정당을 만들어 봤자 표만 가를 뿐 선거에서 이겨 정권을 잡을 가능성은 없기 때문이다. 다섯 달 여를 남겨놓은 중간 선거 결과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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