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함지하 특파원>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떠났다가 여객선 세월호의 침몰로 학생 200여명의 행방을 아직 확인하지 못하고 있는 경기도 안산 단원고등학교 4층 강당. 사고 발생 다음날인 17일(한국시간)에도 학부모와 학교 관계자, 학생들이 가득 메운 채 추가 구조소식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다.
■침통한 분위기
실종된 학생들의 학부모들은 대부분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워 수척한 모습이었지만, 강당에 마련된 임시 상황실에서 실시간으로 중계되는 뉴스에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일부 학부모들은 거센 파도로 구조대의 접근이 어렵다는 소식을 접하곤 “왜 아직까지 제대로 된 구조활동을 못하느냐”며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딸이 제발 살아 돌아오기만을 기다린다는 한 어머니는 “아무도 믿지 못하겠다”며 심경을 털어놓으면서 “기다리는 게 너무 힘들다”며 오열했다.
사고 직후 단원고는 임시 휴교를 결정했지만 상당수의 학생들이 강당에 삼삼오오 모여 선배와 후배들이 무사하기만을 두 손 모아 기도했다.
학생들은 칠판과 책상에 “얼른 살아 돌아와서 같이 게임 하자” “2학년 1반 전원 무사 귀환을… 보고 싶다”는 등의 간절한 마음이 담겨 있었다.
■ “살아남아 미안하다”
단원고와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고려대학교 안산병원에는 사고 직후 구조된 65명의 학생과 1명의 교사가 입원해 있다. 이날 병원에서 만난 학생들은 대부분 무거운 심경을 전했다. 김수빈(16)군은 떨리는 목소리로 “친구들아 제발 살아 있어 달라”고 말해 안타까움을 더했다. 구명조끼를 착용하지 못한 상태로 물에 뛰어들었던 김군은 해경에게 구조돼 목숨을 건졌다. 김군이 속해 있던 5반은 현재까지 6명만 살아남은 상태다.
■설문조사로 뱃길 선택해
입원 중인 한희민(16)군은 “배를 타고 가는 게 더 좋을 줄 알았는데 이런 결과로 이어져 마음이 아프다”고 밝혔다. 단원고는 지난해 학생 설문조사를 통해 수학여행 때 배를 탈지 여부를 결정했고 학생들은 배를 탈 경우 비행기보다 하루의 시간이 더 주어져 대부분이 배를 선호했다고 한다.
한군은 학생들의 탈출을 돕다 결국 숨진 남윤철 담임교사의 이야기가 나오자 말을 잇지 못하며 “선생님께 죄송하다”고 울먹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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